폴더블? 플렉서블? 폰을 접고 휘려는 시대를 읽는 법

[테크]by 김국현
폴더블? 플렉서블? 폰을 접고 휘려는

2018년은 아이폰X를 따라한 노치가 유행이었다면, 2019년은 접이식이 유행할 것 같다. 애플을 제외한 글로벌 5대 메이커가 모두 접을 수 있는 ‘폴더블’ 폰을 준비한다는 소문이다. 


폴더블이니 플렉서블이니 참 오래된 토픽으로 이것이야말로 매년 반복되는 대표적인 ‘내년’폰. 이미 2013년에 막 휘는 디스플레이 브랜드 윰(YOUM)을 선보인 삼성이 유망주이지만, 애플을 제치고 삼성의 턱밑까지 따라온 화웨이도 패기만만이다. 화웨이는 이미 노치를 노골적으로 베껴, 애플보다도 더 많은 노치폰을 팔았다. 삼성은 이제 그런 명백한 따라하기는 모양 빠지니 하지 않는다. (LG는 그래도 했다가 장사를 망쳤다) 하지만 삼성 역시 S9의 부진으로 노트9를 조기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니 혁신이 고프다. 화웨이로서는 물량 공세로 1위 등극을 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에 걸맞은 혁신 기업의 풍채를 지니고 싶어 한다. 모두가 세계최초의 폴더블 폰을 만들고 싶은 명분이 여기에 있다. 

폰이 잘 안 팔리는 시대, 새로운 혁신에 대한 갈망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10년이 넘어 버린 지금, 소비자들은 약간 식상한 상태다. 신상폰도 예전처럼 신선하지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떠한 최신 폰도 결국 생긴 것은 똑같다. 누구에게나 근본적 변화에 대한 갈망이란 것이 있다. 지갑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감동과 계기가 없으니 답답한 일이다. 아이폰 쇼크와 같은 강력한 패러다임 전환은 기대하기 힘들더라도, 삼성전자의 오늘을 있게 한 대화면의 승부수 같은 것이 나와준다면 시장은 끓어 오를 것만 같다. 


이처럼 폼팩터의 혁신성만으로도 얼마든지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역시 이번에도 혁신의 실마리가 화면에 있지는 않을까 고민하기 마련이다. 기술도 얼추 준비되었으니 한 번 접어보자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모바일에서 멀어져 간 마이크로소프트도 접는 단말로 귀환을 준비 중이라는 풍문인데, 한때 국내 기사가, 마이크로소프트도 태블릿 ‘접는다’라는 아재 개그식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가 빈축을 산 바 있다. 


사람들은 접는 것에 익숙하다. 책을 펼치고 덮는 행동은 너무나 인간적인 행동이고, 폴더폰의 폴더 또한 그 뜻은 접은 종이란 뜻이니, 접는 일은 거의 본능이다.

접는 혁신이 풀어야 할 과제

하지만 만들 수 있다고 꼭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만들었다고 꼭 팔리는 것은 아니다. 과연 그 만듦새가 어떨지가 궁금하다. 

 

OLED 화면을 잘 휘게 하고 또 꽤 튼튼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하지만 화면 이외에는 접을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배터리도 휘는 제품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휘기 위해서 희생되어야 할 것이 많다. 확 줄어드는 용량도, 노트7 사태로 놀란 마음도 문제다. 기판도 마음대로 휠 수는 없으니 결국 실제로 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돌돌 말아서 필통에 넣어 다니는 폰을 잠시 망상해 보곤 했으나 백일몽이었다. 

 

게다가 가격은 일반폰의 두 배에 달할 것이라 한다. 화면이 두 배 넓어졌으니 그럴지도 모르지만, 태블릿 가격은 맹렬히 떨어지고 있다. 폰을 갑자기 태블릿처럼 변신시킬 수 있다는 장점치고는 프리미엄이 지나치다.  

 

그리고 아무래도 접혀야 하니 두께와 무게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주머니 속에서 투박해지니 그것이 얼마나 멋질지 모르겠다. 또 접혀야 하는 특성상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을 채택할 터이니, 질감의 퇴행이 기대된다. 

 

액정보호필름은 어찌 붙이게 되는지 모르겠다. 접은 상태와 편 상태 중 언제 붙였느냐에 따라 쭈글쭈글 주름이 잡히거나 팽팽해져 잘 펴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고, 이 걱정을 원래 붙여 나오는 보호막은 어떻게 풀지 모르겠다. 아, 안으로 접히면 보호필름은 필요가 없나? 그러나 밖으로 접히는 제품들도 나올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오히려 나중 문제다. 거의 모든 인치의 화면 크기마다 안드로이드 제품이 쏟아져 나온 만큼, 화면에 따라 반응하는 반응형(responsive) 사용자 체험을 준비하는 일에는 그 관록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어설프겠지만 노치에서처럼 제조사가 일단 내달리면 구글이 나중에 수습해줄 수도 있다. 물론 그런 노력을 할 만큼 팔려야 할 일이다. 대다수 소비자의 물욕을 자극할 물성을 부들부들 접히는 대화면이 제공해줄지의 문제다. 

 

그러나 노치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유행은 논리적이지 않다. 미래에 관해서는 오리무중이고 더는 잃을 것도 별로 없으니 모두 몰려다니듯 아무거나 해보다 보면 그것이 시장 분위기가 된다. 그렇다면 애플은? 애플도 LG나 삼성처럼 접는 화면과 관련된 특허를 취득해 왔고, 2020년에 무언가 나올 것이라는 첩보도 들린다. 그렇지만 서두를 이유는 없을 것이다. 삼성이 패블릿(Phone + Tablet = Phablet)의 존재를 증명해 준 뒤 아이폰 플러스가 나온 것처럼. 

 

충성도 높은 팬을 거느린 브랜드는 늘 보수적이 되고, 이를 전통이라고 포장하곤 한다. 물론 여전히 스마트폰 시장은 2007년에 시작된 그 아이폰의 전통 아래에서 살고 있다. 과연 새로운 모던의 물결이 내년에는 찾아올지 아직은 모르겠다.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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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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