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가 왔다. 바르셀로나보다 칸이 그리운 지금

[테크]by 김국현
MWC가 왔다. 바르셀로나보다 칸이

봄소식이 들릴 무렵, 매년 이동통신업계는 분주해진다. 봄의 견본시가 열리기 때문이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줄여서 MWC는 모바일 업계의 대표적 축제다. 해마다 그 규모가 커져서 참가자가 10만에 육박할 정도가 되어 버렸으니 내일이라도 최대 가전쇼인 CES와 어깨를 나란히 할 기세다.

 

하지만 MWC는 훨씬 소박한 업계의 친목 모임에 가까웠다. 지금도 참가자를 대의원(delegate)이라 부르는 문화가 있을 정도다. 지금은 그냥 3G니 LTE니 세계가 하나가 되어 진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전에는 (그리고 사실은 지금도 어느 정도는) 치열한 규격 전쟁이 벌어졌다.

 

당시 CDMA와 경합하던 GSM 표준을 밀기 위한 단체인 GSM 어소시에이션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만큼, CDMA와 GSM으로 세상이 양분된 시절에는 우리 같은 CDMA 국가에서는 관심도 없던 작은 행사였다. 당시는 행사명도 GSM 월드 콩그레스. 하지만 3G 시대를 GSM이 WCDMA로 통일할 자신감이 생기자 숫자 3만 붙여서 3GSM 월드 콩그레스를 만든다. 그리고 천하통일한 3G조차 구물이 될 즈음 지금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MWC가 된 것. 지금도 해변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열리지만, 3GSM의 이름으로 불리던 10년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칸의 해변가에서 열렸다. 애플도 안드로이드도 없던 수수한 시절이었다.

 

칸 시절의 분위기는 칸의 해변처럼 잔잔했지만, 폭풍전야의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윈도우 모바일, 블랙베리(당시 회사명은 RIM), 그리고 노키아의 심비안 등이, 천하라 할 것도 없는 비좁은 스마트폰 시장을 나눠 갖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내심 이들도 자신에게 곧 밀어닥칠 정체 모를 폭풍의 냄새를 맡고 있었던 것 같다. 마치 신들린 듯, 모두가 이상한 제품들을 내놓았던 시절이었다.

MWC가 왔다. 바르셀로나보다 칸이

이런 기이한 제품이 미래였던 2001년의 칸. (이 사진을 찍은 디카는 40만 화소)

2G 시절에는 인터넷 접속을 위해서 모바일에서도 다이얼업을 해야 했다. 폰에서도 명시적으로 모뎀으로 전화를 거는 명령을 내리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절이었다. ‘언제나 온라인(Always On)’, 즉 늘 네트워크에 접속된 상태는 2.5G에서 3G로 넘어가며 벌어진 일이다. Always On의 시대가 정말 찾아오면 모든 것이 달라지리라는 것, 잡스가 아니라도 알 수 있었다.

 

모두가 그 미래를 그리고 싶었지만, 누구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던 순진무구한 시대였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아이폰 등장 후 지금까지 10여 년 지속된 바르셀로나 MWC 시대는 그런 의미에서 아이폰 이후의 세계를 상징한다. 애플은 전통적으로 이 행사에 등장하지 않지만, 그 숙제를 이동통신업계가 어떻게 푸는지를 늘 보여줬다.

 

2010년 MWC는 안드로이드폰의 한 해였다. 2011년 삼성은 전년도의 안드로이드 왕 HTC를 밀어내고, 오늘의 입지를 다진다. 화면은 점점 커지고 CPU는 더 빨라지며, 다시 이 PC 같아진 폰에 주변기기를 붙이는 안정 지향적 제품출시. 바르셀로나는 안드로이드의 오늘을 보여줬다. 바르셀로나 이전, 칸의 시절에 볼 수 있었던 천지개벽 직전의 그 방황과 갈등의 설렘은 적어도 폰에서는 잦아들었다.

 

대신 그 설렘을 찾아 사람들은 IoT로, 웨어러블로, 자동차로 기웃거린다. 폭풍의 내음이 나나 보다.

 

이제 와서 뒷북처럼 칸을 그리워하듯, 지금의 바르셀로나 시대에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미래에 우리가 살게 될 때, 또 지금의 바르셀로나를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201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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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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