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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새해에는 낙서와 아침일기로 내 마음의 조각모음을

by김국현

새해에는 낙서와 아침일기로 내 마음의

새해가 밝았으니 올해에도 또 무언가 결심을 해 보자. 올해는 누구에게나 잠들어 있는 창의력을 깨우기 위한 액티비티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나 자신의 숨겨진 모습은 나의 노력에 의해서만 발견될 수 있다.


우선 페이스북은 접고 그 대신 수첩을 펼치자. 소셜미디어 너머의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해 무언가를 쓰기 것에서 여정은 시작된다. 사람은 무의식중에 똑같은 생각을 반복하며 이에 집착하기 쉽다. 스트레스풀한 생각이란 늘 부서진 채로 정리되지 않은 채로 머리 속에 흩어져 있다. 이를 종이 위로 꺼내 주는 일은 일종의 쓰는 명상.


머리가 개운해지면서 정말 명상을 한 듯, 지금 이 순간의 중요함을 깨달을 수 있다. 내가 아는 것 가진 것을 타인에게 노출하려는 디지털 시대의 허세로부터 디톡스를 하는 기분도 덩달아 든다.


이를 위한 방법론은 이미 고전으로 정립되어 있다. 우선 25년 전에 <아티스트 웨이(The Artist's Way)>라는 책에서 줄리아 카메런(Julia Cameron)이 ‘모닝 페이지’라는 개념을 선보였고 또 2000년의 <Accidental Genius: Revolutionize Your Thinking Through Private Writing>이라는 책에서 마크 레비(Mark Levy)가 이야기 한 ‘프라이비트 라이팅’도 비슷한 방법론이다. 심리학에서도 expressive writing therapy란 분야가 있다.

 

여기에는 공히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시간을 정해 놓고 멈추지 않고 써내려가기

뭔가 멋지거나 대단한 걸 써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하찮아도 서툴어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어깨에 힘을 빼고 써내려 가는 일에서 시작한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막 써내려 가다 보면 심지어 내 뇌에 없는 것까지 쓰게 되는 경지에 달하게 되는데, 정신의 퍼포먼스가 최고치에 달하는 순간이 찾아온 듯하다. 여기에서 논리적 제한을 걸어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


도저히 더는 써지지 않을 때는 뭐든지 좋으니까 망상이라도 좋으니까 관점을 바꿔 가며 더 마음대로 쓴다. 가공의 인물을 등장시켜 대화식으로라도 써도 좋다. 누구도 읽지 않으리라는 안심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무아지경 속에서 나의 한계와 만나는 일, 그 순간이 분명히 찾아올 것이다. 마치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처럼,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다. 머릿속의 번뇌를 있는 그대로 종이 위에 내려놓음으로써 개운해지는 일. 그 종이가 프라이비트하다는 대원칙이 있어야 된다. 심지어 모닝 페이지에서는 나 자신도 쓴 다음에 당장은 읽지 말라 한다. 처음 시작한 최소 8주는 펴보지도 말라고 한다. 

 

그곳이 나만의 것일 때 나의 마음은 드러난다.


사실 마음과 생각에는 차이가 있다. 논리로 포장한 상식이 늘 내 마음을 통제하고 있다. 생각은 잠재의식이 되어 꿈같은 목표 따위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며 현실적이 되라고 속삭인다. 그 결과 부정적 감정의 무한 루프에 빠지기에 십상이다.


하지만 생각이 정리정돈되면 내 마음은 이런 것이었구나 드러나게 된다. 나라는 존재를 가시화하는 길이 열리는 셈.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이런 생각까지 할 수 있구나 하는 의외의 순간과 만나기도 한다. 내가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 늘 하고 싶었던 일을 지금 시작하게끔 하는 마법의 첫발자국일지도 모른다.


준비물은 마음에 드는 수첩과 펜 한 자루면 넉넉하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바 잡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촉감과 이대로라면 영원히 쓸 수 있을 것 같은 필기감을 주는 펜이면 더 좋을 것이다. 문방구에 부린 작은 사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단 지나치게 형식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다.


모닝 페이지의 경우 아침에 3페이지씩 그리고 손으로 쓰라고(longhand) 되어 있지만, 본인도 참을 수 없이 끔찍한 악필이라면 타이핑이면 또 어떠리. 최고급 키보드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타이핑이 더 개운할 수도 있다. 의식의 흐름의 속도를 타자로만 따라갈 수 있는 이들도 분명히 있다.


물론 고전이 이야기하는 형식에는 다 이유가 있다. 아침이야말로 우리 감정이 무방비 상태이기에 솔직한 내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3페이지를 어떻게든 뭐가 되었든 채우려 해야 진심이 나온다는 것. 또 손으로 써야 감정이 문자에 나타난다는 점 등 다 설득력은 있다.


어떠한 방법론이라도 그 핵심은 결국 낙서와 일기를 매일 쓰자는 것이다. 낙서와 일기를 통해 생각을 배설함으로써 더 많은 지혜를 섭생하기 위한 신진대사가 막히지 않는다.


직접 해 보면 창조성을 촉진한다기보다도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라는 안도감을 준다. 완벽주의와 결벽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의식인 셈이다.


설익은 생각을 소셜 미디어에 쏟아내야만 하는 일상이라면 결국 누구라도 지치고 만다. 그래도 그 덕에 엄청난 양을 타이핑하는 일에 익숙해졌다면 이제 그 에너지를 나에게 써볼 차례다.


요즈음은 추억이 되어 버렸지만, 하드디스크란 것을 쓰던 시절 컴퓨터에 가끔 해줘야 했던 디프래그(defrag), 즉 디스크 조각모음 같은 것이리라.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작심삼일이면 어떻고 조령모개(朝令暮改)면 또 어떠리. 아침이라도 밤이라도, 3페이지라도 3줄이라도, 만년필이라도 스마트폰 메모라도 뭐라도 좋으니 내 마음을 바라보고 그 마음의 조각을 꺼내서 모아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