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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737 Max의 딜레마.
기계와 사람 누구를 믿어야 하나.

by김국현

통계적으로 볼 때 인류가 발명한 탈것 중 가장 안전한 것은 비행기라는 이야기를 아무리 암송해 봐도, 약간의 난기류에도 가슴이 철렁거리는 것이 비행이다. 그러나 비행기는 아무리 무거운 몸통을 매달고 있어도 그에 걸맞은 날개가 있는 한 하늘을 날 수 있다. 공기 속을 빠르게 가로지르는 날개는 수직 방향으로 힘을 받게 만들어져 있고, 이 힘은 날개를 위로 들어 올린다. 바로 양력(揚力)이다. 비행기와 수퍼카의 질주속도가 비슷함에도 하나는 하늘을 날고 하나는 바닥에 착 달라붙게 되는 이유는 하나는 양력을 살리는 날개를 달고 있고, 또 하나는 양력을 없애는 스포일러를 달고 있어서다. 


공기가 날개의 단면을 물결처럼 흐르면서 양력을 만든다. 비행이란 결국 속도를 내 공기라는 유체의 흐름에 올라타는 일인데, 만약 비행기가 고개를 너무 들어 날개가 지나치게 비스듬해진다면 공기가 뭉치면서 비행기는 양력을 잃게 된다. 마치 종이비행기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순간 움찔 멈추다 곤두박질치는 것처럼.


이와 같은 ‘스톨(stall)’ 현상 덕에 하늘에서 비행기가 정말 떨어지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바보 같은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기 쉽지만, 창공 위에서는 속도를 가늠하기가 어려워서다. 센서 고장으로 너무 빨리 간다고 착각해서 기수(機首)를 들면 속력을 잃는다. 1996년의 버겐에어(Birgenair) 301편 추락이나 에어로페루(Aeroperú) 603편 모두 기능을 잃은 센서 탓에 야기된 스톨 현상이 범인이었다. 2009년의 에어 프랑스 447편 추락 또한 센서의 결빙 탓이었는데, 블랙박스에 녹음된 내용이 극적이었다. 갑자기 오토파일럿(자동 조종)이 꺼지자 우왕좌왕하다가 어찌할 줄 모른 채 고개를 들고 속도를 잃은 채로 대서양으로 떨어졌던 것. 민항기는 아폴로 로켓이 아니라서 고개를 든다고 갑자기 하늘로 솟아오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휴식 중인 기장이 돌아왔을 때, 교대조종사와 부기장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조종간을 밀고 당기고 있었고, 이미 상황 수습은 늦은 시각. 인간은 당황하면 이렇게 되곤 한다. 


사람을 믿을 수 없다며 이를 기술로 보완하려는 신기능이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최근 잇따라 추락하며 화제가 된 보잉 최신기종 737 Max에 탑재된 MCAS(조종특성 향상시스템)라는 시스템도 그러한 시도 중의 하나였다. 


오토파일럿이 꺼진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스톨이 발생할 것 같으면 개입한다고 되어 있던데, 소프트웨어는 그저 충실히 입력값을 받아 출력값을 실행할 줄밖에 모른다. 센서라는 입력값, 혹은 로직에 문제가 있었다면, 아마도 더 조종사들은 더 큰 패닉에 빠져 손쓸 수 없는 지경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정신 차리고 아예 사람이 ‘오버라이드(override·자동을 무효화하고 수동제어)’했다면 괜찮았을 황금 같은 시간, 기계와 사람이 조종간을 잡고 싸우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아직 조사결과는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런 신기능에 대한 교육이 부실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결국 비행기는 사람이 몬다는 것을 잊곤 한다.


비행기 안에서는 절대 상영될 리 없는 영화가 한 편 있다. 덴젤 워싱턴 주연의 영화 ‘플라이트(2013)’라는 명작이다. 알콜에 마약 중독이었지만 배면(背面) 비행까지 서슴지 않는 신들린 비행으로 대다수 승객을 가까스로 살려내는 조종사의 노련미가 돋보인 영화였는데, 현실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기도 하다. 2018년 사우스웨스트 1380편은 엔진이 폭발하여 그 파편으로 유리창이 깨지고 한 명의 승객이 빨려 나가 부상(결국 사망)하는 대사건을 공중에서 겪는다. 그러나 해군 전폭기를 몰았던 경력의 여기장의 놀랄 만큼 냉정한 대응으로 희생자 한 명으로 끝낼 수 있었다. 


그녀는 비행기에서는 “고도와 아이디어만 있다면 어떻게든 된다”라고 말했다. 고도는 운명이라면, 아이디어는 사람의 몫이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많은 센서로 덮이고, 컨트롤 또한 점점 더 기계에 맡기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IoT 세상이래도 이 둘 중 하나가 고장 나는 일을 미래는 수도 없이 겪을 것이다. 그 순간 이를 구원하는 영웅이 사람임을 잊지 않는 설계를 차근차근히 해나가야 할 것이다. 737 Max에 예정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그러한 것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