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와 윈도우 10의 동행.

[테크]by 김국현

빌게이츠는 안드로이드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었음에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수이자 후회라고 지난 6월 인터뷰한 적이 있다. 애플 이외의 스마트폰 OS 자리는 단 하나밖에 없었는데 이를 놓쳤다는 아쉬움이었다. PC 시절에도 애플 이외의 자리는 하나뿐이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달콤하고도 잔혹한 자리.


마이크로소프트는 매너리즘에 빠진 윈도우를 지키려다 그 자리를 놓쳤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잃을 것이 많았던 왕년의 승자로서는 갈 수 없는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OS를 포함, 소프트웨어를 공짜로 뿌려대는 구글은 다른 게임을 하고 있었다. 실제 수익은 클라우드에서 도는 서비스에서 나오는데, 그 서비스의 연료란 소비자의 사적인 정보였다. 지금은 모든 인터넷 기업의 공식이 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실은 마이크로소프트도 핫메일이나 MSN, 빙(Bing) 등도 골고루 해봤지만, 그다지 진지하지도 않았기에, 그 인터넷 사업 엔진의 효율은 낮았다. 게다가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도 애플처럼 개인 정보를 태워 돈을 버는 일을 거북해 하는 옛날 기업이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과는 세대가 달랐다.


과거는 그렇다 치고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마존식 B2B 클라우드 사업으로 멋지게 회생하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이제는 윈도우를 아끼는 대신 오피스 등 응용 프로그램을 아끼기로 한 듯하다는 점이다. 윈도우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새로운 것이 보인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뿌리고 그 배후의 서비스로 돈을 벌었다면, 이미 뿌려진 그 안드로이드를 활용할 방법도 있을지 모른다. 안드로이드라는 주류 모바일 OS를 이미 PC마다 설치된 주류 컴퓨터 OS인 윈도우와 결합할 수 있다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생태계란 다양성이 있는 곳, 공생이 가능한 곳일 수 있다. 안드로이드는 모두의 것이기에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다. 모바일과 PC의 이종간 결합을 이루고, 그 위에서 또는 배후에서 도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자는 전술이다.


컴퓨터는 생산성이 높기에 폰에 새로운 체험을 더 할 수 있고, 폰에서 힘겹게 하던 일을 컴퓨터로 옮겨와 컴퓨터의 사용 시간을 늘릴 수도 있다. 또 이 과정에서 개인 정보를 공유할 수밖에 없기에 여러 단말에서 사용자를 강하게 붙잡아 둘 수도 있다.


이미 해보려던 일이기도 하다. 컨티뉴엄(Continuum)이라고 윈도우 모바일로 PC와 모바일의 통합 생태계를 구현하려는 노력을 마이크로소프트는 한 적이 있으나, 윈도우 모바일과 함께 망해버렸다. 대신 그 이상향은 애플의 컨티뉴이티(연속성 기능, Continuity)가 대중화해 버리고 말았던 아픈 기억이 있다. 써보면 맥과 아이폰은 찰떡궁합이라 엮여 버리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 문자메시지도 맥에서 편하게 쓸 수 있고, 클립보드도 공유되며, 어느 한쪽의 작업을 다른 쪽에서 받아서 이어갈 수 있는 핸드오프(HandOff) 기능 등도 나쁘지 않다. 컴퓨터 앞에 있으면 폰을 만지지 않아도 될 정도다. 그렇게 애플 생태계에 점점 발목이 잡힌다. 맥을 쓰지 않고 아이폰만 쓴다면 그 가격만큼 제품을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여겨질 정도다.


동시대의 경쟁자로서는 이 사슬을 끊거나, 대체재를 마련하거나, 비슷한 결속을 구축하고 싶어진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용 앱 Your Phone과 안드로이드용 앱 Your Phone Companion이 그런 시도 중 하나인데, 한글 이름은 각각 '사용자 전화기’와 ‘사용자 휴대폰 도우미'. 음, 번역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느낌도 영혼도 없는 한글화는 제발 어찌 좀 했으면 한다. 전자와 후자가 한 쌍이며 후자가 전자의 동반자(Companion)라는 어감마저 사라졌다.


어쨌거나 이 어설픈 이름의 앱들로 이제 안드로이드폰의 문자와 사진을 PC에서 액세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신 버전에서는 알림 노티도 PC에서 한꺼번에 보여준다. 더욱이 앞으로 기대되는 유니크한 기능으로 스크린 미러링 기능이 있다. 화면 출력뿐만 아니라 화면 조작 등 입력도 가능하므로, 주머니 속 안드로이드폰을 윈도우 10의 창 하나처럼 띄워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이 미러링 기능은 출시 전 단계이기에, 최신형 갤럭시 등 일부만이 지원 중이다. 게다가 PC도 블루투스 LE(저전력) 등 최신 사양을 지원해야 하니 진입 장벽이 아직은 높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플레이 스토어에서만 150개 이상의 앱을 출시하고 있는 앱의 명가. 그중 워드는 10억 건, 엑셀은 5억 건 등 다운로드 규모가 작지 않다. 하지만 구글 순정 앱들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만약 Your Phone이 신생 PC 통합 생태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다면, 나머지 앱 들도 끌어 올릴 교두보가 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Your Phone에는 벌써 다른 마이크로소프트 앱들로의 권유가 깨알같이 박혀 있다.


설치 수에 대한 집착은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라, 조금 더 노골적으로 설치를 꾀할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오피스 등 앱 설치 확산을 위해 삼성 전자와 선탑재 계약으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 갤럭시 노트 10을 기점으로 비슷한 프로젝트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종종 마이크로소프트 독자적인 안드로이드폰 풍문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남이 만든 폰 위에서 앱의 명가를 건립할 수 있다면 설비투자비와 사업유지비가 많이 드는 대신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하드웨어 직접 생산의 수고를 꼭 할 필요는 없다.


지난달에는 이 Your Phone 팀에서 20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추가로 더 모집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현재 몇 명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앱 하나 만들자고 저러는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201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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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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