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은 거들 뿐? 터치바와 서피스 다이얼

[테크]by 김국현

왼손은 거들 뿐?  터치바와 서피스
요즈음 새롭게 경쟁 구도를 쓰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은 바로 지난주 하루 사이를 두고 신제품을 쏟아냈다.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역사상 최초로 직접 만든 데스크탑 올인원 제품, 서피스 스튜디오였다. 애플도 4년 만의 침묵을 깨고 어찌 보면 자신의 원점인 맥의 주력 제품, 맥북 프로의 신제품을 투입했다. 그래서였는지 행사 부제도 “Hello, again”이었다. 1984년 매킨토시는 세상에 “Hello”라고 인사했었다.


하지만 이 두 제품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 세대 전 CPU를 쓰는 등 성능 면에서 괄목할만한 점은 없었고, 또 굉장히 비쌌다. 옵션 좀 제대로 맞추면 3~4백만 원도 우습다.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를 데리고 왔다.


우선 애플. 메인프레임 시절부터 애용됐던 펑션키를 ESC와 함께 전부 다 치워 버리고, 그 위에 2170x60 픽셀의 OLED 터치패널을 탑재한 ‘터치 바(Touch Bar)’를 깔았다.


사실 펑션키의 사용률은 점점 떨어져서 요즈음 윈도우도 맥도 대부분 Fn키를 함께 눌러야 쓸 수 있는 쪽으로 키보드들이 바뀌어 가고 있었다. 터치 바에서도 Fn키를 누르면 사라졌던 펑션키들은 다시 등장한다. 그리고 평상시에는 현재 쓰고 있는 응용프로그램을 보조하는 각종 기능이 예쁘게 등장한다. 예컨대 포토샵에서는 왼손으로는 이 터치바를 문질러 색상이나 붓의 굵기를 바꿔 가면서, 오른손으로는 터치패드 위에서 손가락으로 붓질을 한다.


일설에 의하면 이 작은 디스플레이를 위해 애플 워치의 두뇌 S1과 흡사한 T1 칩을 맥북에 내장시켰다 한다. 어떻게 보면 watchOS 시스템의 일부를 이용해 이 바의 현란한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 더불어 지문인식이나 화상채팅 등의 보안 기능에도 활용된다고 하니, 화면뿐만 아니라 두뇌도 하나 더 들어 있는 셈이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가 서피스 스튜디오와 함께 내놓은 ‘서피스 다이얼’도 왼손의 역할을 강조한다. 마우스만한 원통을 돌려서 메뉴를 선택하는 것인데, 이 다이얼을 화면 위에 얹어 놓고 돌리면 마치 화면과 일체가 된 듯 메뉴를 고를 수도 있다.


예컨대 색상이나 붓 굵기를 바꿀 수 있으니, 오른손에 쥔 서피스 펜으로 그리는 그림에 왼손으로 변화를 줘가면서 그릴 수 있다. 다이얼형 인터페이스는 전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화면 위에 ‘다이얼’이라는 물리적 사물을 올려놓으면 그 위에 부채처럼 메뉴가 펼쳐지니 직감적이다. 게다가 무언가를 손끝으로 돌리는 아날로그적 촉감도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런데 이 값비싼 두 신제품을 보다 보니 그냥 화면을 맨손으로 어루만지는 식보다 혁신적으로 더 나아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들 제품이 등장하기 전에도 내 왼손은 놀고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왼손도 이제 정말 바빠져야 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20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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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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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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