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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2030’이 꼭 가봐야 할
지리산 가을 코스 4곳

by한겨레

산악인 황소영, 100번 등반 경험으로 추천

세석고원 등산에서 구룡폭포까지

지리산 둘레길 위태~하동호 코스도 가볼 만

‘2030’이 꼭 가봐야 할 지리산

세석에서 남부능선(청학동)으로 하산하는 길. 황소영 제공

길은 계절과 날씨와 동행하는 이에 따라 모양을 달리한다. 황량한 2월의 숲과 신록 돋는 5월의 숲, 단풍 물든 10월 하순과 눈 쌓인 1월의 길은 다르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한 잿빛 하늘과 푸른 물감을 던져 올린 맑은 하늘 아래서의 길도 다르다. 올라갈 때와 내려설 때의 길이 다르고, 오전의 숲과 오후의 숲도 다르다. 하여 한 번 다녀온 곳이라고 버려둬선 안 된다. 두 발이 온전히 기억하는 길, 자박자박 등산화 뒤꿈치로 추억이 따라오는 길, 지리산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가보지 못한 길에서도, 이미 다녀온 길에서도 변함없이 감동을 주는 곳이다.

 

‘2030’이 꼭 가봐야 할 지리산

올가을 지리산 등반이나 둘레길 산책을 계획하고 있는 2030세대에게 유용한 코스를 소개한다. 지난 20여년간 백번 넘게 지리산을 오르고, 둘레길 전 구간을 두 번 완주한 경험을 녹였다. 가을 산행은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을뿐더러 쾌청한 하늘과 가까이 마주할 수 있고, 나무와 꽃잎 사이로 내리쬐는 투명한 햇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좋다.

지리산 세석고원

‘2030’이 꼭 가봐야 할 지리산

세석고원 코스.

산의 계절은 산 아래 계절과 같지 않다. 봄은 한없이 늦고 가을은 느닷없다. 협곡으로 밀려난 여름과 능선을 타고 찾아온 가을, 꽃들은 그 분주한 틈바구니에서 쉼표가 된다. 9월에 지리산에 갈 생각이라면 단연 구절초가 으뜸인 세석을 가야 맞다. 벽소령과 장터목, 촛대봉(1703m)과 영신봉 사이의 세석은 하동 대성골(의신마을)과 남부능선(청학동), 함양 한신계곡(백무동) 등을 통해 오르내릴 수 있는데, 산행 경험이 많지 않다면 산청 거림골을 택하는 게 좋다. 거림골 들머리에서 세석까진 6㎞이며 4시간이면 닿는다. 하산 시간도 고려해야 하므로 민박을 하거나, 거주지에서 새벽차로 이동해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게 좋다. 산중 숙소인 세석대피소에서 묵는 것도 추천한다. 구례 피아골이나 남원 뱀사골 혹은 두 계곡을 잇는 단풍 산행도 추천한다. 보통 10월 마지막 주에서 11월 첫 주까지 빛깔이 좋다. 만복대(1438m)와 반야봉(1732m)도 지리산의 대표적인 가을 등반 코스다.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 원지 또는 진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원지에서 내려 거림골행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배차 간격이 맞지 않을 경우 덕산까지 간 다음 택시로 바꿔 타면 된다. 세석대피소(055-970-1000)는 하룻밤 숙박비가 8000원. 국립공원 누리집( www.knps.or.kr )을 통한 사전 예약은 필수. 모포 대여가 가능하므로 침낭은 필요 없지만 취사도구와 먹을거리는 챙겨야 한다.

지리산둘레길 위태~하동호

‘2030’이 꼭 가봐야 할 지리산

하동 고소산성에서 내려다본 섬진강. 황소영 제공

22개 지리산 둘레길 코스 중에 경남 하동군 옥종면과 청암면을 잇는 ‘위태~하동호’ 구간은 마을과 숲길과 계곡과 임도(임산물 수송을 위해 닦은 길)가 어우러진 트레킹 코스다. 위태리에서 지네재, 오율마을에서 궁항리, 궁항리에서 양이터재로 오를 때가 힘들다. 하지만 오롯한 걷기여행에 이만한 구간도 없다. 이 구간은 지리산 둘레길을 이어 걷는 이음단 단원들이 ‘인월~금계’에 이어 ‘가장 좋았던 길, 제일 기억에 남는 길’ 2위로 꼽은 바 있다.

‘2030’이 꼭 가봐야 할 지리산

위태~하동호 코스.

위태리 들머리의 정돌이민박(055-884-3727)은 주인 부부보다 집에서 기르는 개 ‘정돌이’가 더 유명했던 집이다. ‘지리산둘레길 안내견’을 자처했던 백구는 산행하는 이들 중 뒤처지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에 멈춰 기다릴 줄 알았다. 양이터재와 삼화실을 넘어 하동읍 안내센터까지 다녀오느라 밤 9시가 넘는 건 부지기수였다. 결국 정돌이는 다시 위태리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주인은 오늘도 앞장서 길을 나선 하얀 개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문밖을 서성인다.

진주나 하동에서 옥종으로, 옥종에선 다시 위태리행 버스를 타야 도착한다. 위태~지네재~오율마을~궁항마을~양이터재~나본마을~하동호로 이어지는 11.5㎞ 코스로 휴식 포함해 5시간쯤 걸린다. 궁항마을에 무인매점인 ‘새참사랑방’이 있고, 마을마다 식사가 가능한 민박집이 있지만 이동 중 먹을 간식과 식수는 챙겨 가는 게 좋다. 혼자 걷기가 망설여진다면 공식 누리집( jirisantrail.kr)의 길동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지리산둘레길 하동센터(055-884-0854)도 있다.

지리산 구룡계곡 트레킹

‘2030’이 꼭 가봐야 할 지리산

구룡폭포. 황소영 제공

용소, 학서암, 구시소, 서암, 유선대, 지주대, 비폭동, 경천벽, 구룡폭포 등을 품은 구룡계곡(용호구곡)엔 음력 4월 초파일이면 아홉 마리 용이 내려와 아홉 군데 폭포에서 놀다 갔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길 옆 계곡과 거벽이 풀어내는 지리산의 풍경이 아름답다. 비폭동은 반월봉에서 떨어진 물보라가 승천하는 용의 모습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비폭동 일대의 단풍은 등불을 켜놓은 것처럼 붉다. 비폭동부터는 오르막 계단이 있고, 그 계단을 오르면 구룡폭포에 닿는다. 구룡폭포는 물속에 잠긴 두 마리의 용이 구름 사이로 일어나 꿈틀거리는 것 같다 해서 ‘교룡담’이라고도 불린다.

‘2030’이 꼭 가봐야 할 지리산

구룡계곡 트레킹 코스.

육모정(전북유형문화재 제146호)~사랑의 다리~유선대~구룡폭포로 이어지는 3.7㎞ 코스로 왕복 3시간쯤 걸린다. 왕복 산행이 싫다면 폭포 주차장에서 택시를 타거나 지리산둘레길 ‘주천~운봉’과 연계해 걸으면 된다. 남원에 육모정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육모정 들머리에 다양한 숙식 시설이 있다.

 

지리산 등반, 지리산둘레길, 그 밖의 트레킹 코스는 안전하면서도 방심할 수 없는 곳이다. 길을 잃었다면 다른 산악인이 달아둔, 마지막으로 본 표지 리본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다시 길을 찾아야 한다. 가족과 지인에게 수시로 연락해 현재 위치를 공유하는 것도 좋다. 지리산북부관리사무소(063-630-8900)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미처 말하지 못한 지리산

지리산은 산기슭과 계곡마다 먹을 것과 볼 것이 많은 곳이다. 화엄사, 쌍계사, 벽송사, 실상사 등의 명찰과 폐사지인 단속사 터의 삼층석탑 등 문화재 답사의 최적지이며, 수지미술관(063-631-1009)과 갤러리 길섶(www.gillsub.com ), 예술인마을 등에서는 미술작품 감상 및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다. 또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악양 평사리의 악양관광안내소(055-880-2950), 최명희의 혼불문학관(063-620-6788) 등도 가볼 만하다.

 

지리산의 대표적인 가을 축제로는 구례의 동편제 소리축제(10월)와 피아골 단풍축제(11월), 산청 한방약초축제(9월), 함양의 산삼축제와 물레방아골축제(9월), 하동 북천코스모스축제(9월)와 회남재 숲길 걷기대회(10월)를 꼽을 수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가 만나는 화개장터와 5일장이 서는 구례장과 인월장도 가볼 만하다.

하동엔 유독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많다. 화개 벚꽃 가로수변엔 호모루덴스(055-883-1251), 플래닛1020(055-883-9545), 에츠하임(055-883-2134), 게스트하우스를 겸하는 일리지(055-882-2662), 비늘지붕(055-884-5386), 쉼표하나(070-4141-2458) 등이 있다. 산동면엔 노고단게스트하우스(061-782-1507)가 있다.

 

함양 엄천강가엔 래프팅이 가능한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 지리산리조트(055-964-1171)와 지리산자연휴양림(055-963-8133)이, 산청엔 경호강 주변으로 멋들어진 펜션촌이 밀집해 있다.

산악인 황소영이 추천하는 지리산 맛집

‘2030’이 꼭 가봐야 할 지리산

지리산 심원첫집. 황소영 제공

지리산은 계절별로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매실과 산수유, ‘왕의 녹차’로 불리는 하동 야생차, 섬진강 참게와 은어, 재첩 등. 가을이면 능선 아래로 붉은 감이 익는다. 밤은 단맛을 채우고, 갖가지 산나물은 꼬들꼬들 몸을 말린다. 포도, 딸기, 감자, 파프리카, 고사리, 취나물 등도 구할 수 있다.

 

구례 화엄사 들머리에 식당 가락원(061-782-6269)과 만남가든(061-782-9172)이 있다. 온천지구로 유명한 산동면에 쑥부쟁이머핀을 판매하는 카페 구례삼촌(061-783-7235), 구례에서 생산한 밀로 빵을 굽는 목월빵집과 굿베리베이커리 등이 있다.

 

남원은 추어탕으로 유명하지만 나물 밥상이 메뉴인 심원첫집(063-632-5475)과 지리산산채식당(063-625-9670)을 추천할 만하다. 아프리카산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 은달래(063-636-7730)와 둘레꾼들의 쉼터인 카페 히말라야(010-2513-9648)도 있다.

Jirisan(지리산)

1967년 12월 한국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 1호.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뜻. 남악, 두류산, 방장산으로도 일컬음. 가장 높은 봉우리는 해발 1915.4m의 천왕봉.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3개 도에 걸쳐 있으며 면적은 483.022㎢에 이름. 동식물 1200여종이 서식하는 한반도 생태계의 보고이자 등산 애호가들의 성지.

글·사진 황소영 <행복한 걷기여행 지리산둘레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