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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더(The) 친절한 기자들

청년 제빵기사들이, 33살의 파리바게뜨 회장에게

by한겨레

청년 제빵기사들이, 33살의 파리바게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SPC)본사 건너편의 파리바게트 매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직원들이 회장님을 팔아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와전됐을 수 있습니다. 회장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선처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불러온(처음 기사 쓸 때만 해도 이리 클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논란’이란 <한겨레>의 첫 기사(6월27일치,

파리바게뜨 회장 한마디에…제빵사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요”)에 대한 파리바게뜨 홍보팀 관계자의 해명입니다. 당시 기사에 “허영인 에스피시(SPC) 회장이 파리바게뜨 매장을 가본 뒤, 케이크 생산시간을 앞당기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 파리바게뜨 쪽이 허 회장 관련 언급을 피해달라며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당시는 호식이두마리치킨, 미스터피자 등 프랜차이즈 사주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았기 때문에, 회장 관련 내용을 기사에서 빼달라는 ‘민원’이었지요. 하지만 기사는 그대로 실렸습니다.

 

파리바게뜨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가 나온 지금도 ‘회장이 매장을 둘러보고, 지시하는 게 왜 문제냐’는 입장입니다. ‘프랜차이즈의 특성상 본사가 가맹점에 업무 지시를 할 수밖에 없고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지요. 이는 ‘가맹점 제빵기사는 가맹점주를 위해 일하는 것이지, 본사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과도 연결됩니다. 그렇다면, <한겨레>가 28일 입수한 본사 직원인 품질관리사의 카카오톡 지시내용 등의 팩트를 바탕으로 파리바게뜨의 주장에 대해 다시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이전 기사(

제빵기사 직접고용땐 파리바게뜨 위태롭다고?)를 참고하시면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도 스크롤의 ‘압박’이 있습니다.

 

■ “조기출근 왜 안 하느냐” 타박하는 본사 직원

 

허영인 회장은 제빵 프랜차이즈 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힙니다. 허 회장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회사를 일으키겠다는 마음으로 33살의 나이에 미국제빵학교(AIB)로 유학을 떠나 제빵기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이후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 등의 브랜드를 내놓아 성공 가도를 달렸죠. 이런 열정을 바탕으로 에스피시 그룹은 지난해 매출 5조원을 넘기는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를 꿈꾸고 있습니다.

 

허 회장과 파리바게뜨의 얘기는 시청률 50%를 넘긴 <제빵왕 김탁구> 스토리에 비견되기도 합니다. 드라마 속 김탁구와 허 회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두 사람을 비교하는 기사도 많이 나왔습니다. 2010년 <머니투데이> 기사를 보면, 에스피시 그룹 관계자는 “(허 회장이) 매장별로 잘 나가는 제품과 매출을 줄줄 꿰고 있어 임원진과 실무자들도 보고할 때 긴장을 거듭한다”면서 “어설프게 신제품을 선보였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진다”라고 말했습니다. 허 회장의 열정 또는 업무장악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파리바게뜨의 ‘과함’입니다. 가맹본부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범위를 초과하는 수준의 경영·영업지도를 했고, 또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도급계약 범위를 넘어선,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닌 이들(제빵기사)에게 업무 지시를 ‘과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회장님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본사 직원들이 ‘회장님을 팔아’ 업무 지시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팔았다’고 보기엔, 본사 직원이 제빵기사들에게 한 업무 지시내용에는 ‘회장’ 또는 ‘경영진’에 대한 얘기가 너무 많이 나옵니다. 이미 여러 번 언급됐지만, 문제의 ‘케이크 제조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제조기사들의 출근 시간을 앞당겨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는 “본사에선 기사들이 점심을 먹든 안 먹든 관심이 없는 건가요”라고 항변합니다. 이에 본사 품질관리사는 이렇게 답합니다. “그런 거 같아요. 회사가 회장의 것이니 회장이 저러니. (회장이) 순회하다가 맘에 안 들어서 상무에게 전화해서 보직 변경시키는 회사입니다. 말을 해도 듣질 않아요.” 파리바게뜨 조직문화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본사는 회장님 순시 이후 지역별 ‘조기출근 달성률 지표’를 만들어 관리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파리바게뜨 본사와 협력업체 노동자 사이에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근 시간을 당기라 마라 할 권한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도 본사는 조기출근율이 떨어지는 곳을 강하게 질책합니다. 품질관리사는 “조기출근 협의완료 점포가 왜 시행이 안 되고 있나요?”라며 “아침부터 깨지네”라고 말합니다.

 

비단 ‘케이크 조출’ 사건뿐만 아닙니다. “최근 회장님 직속부서에서 예고 없이 현장 점검이 잦다고 합니다. 이에 영업팀에서 모르는 경우 발생해 양복 부대 서너명이 방문해 사진촬영 등 할 경우 어디서 왔는지 파악하고, 사진은 최대한 못 찍게 하랍니다. 전략기획·감사실·비서실 점포 방문 시 즉 보고 필.” “금일부터 매뉴얼 케이크 중점모니터링, 비엠(BM·제빵기사) 사진 등록, 품질관리사(QSV) 매뉴얼 준수 미준수 처리 부탁드립니다. 등록률·처리율·매뉴얼 준수율을 매일 아침 전일 자를 산출하여 최고 경영자께 보고됩니다.”

 

본사의 매뉴얼에 따라 만들어진 케이크 사진을 일일이 찍어 사진을 등록하라는 지시를 ‘최고 경영자’ 보고용으로 제빵기사에게 지시한 것입니다. 물론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통일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업무분장입니다. 고용관계가 없는 제빵기사의 ‘임무’를 본사 직원과 동일한 선상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 “핫 샌드위치 주문율 날마다 조사할 거예요. 빠른 시일에 올려야 잔소리 안 들어요”

 

가맹점 제빵기사들이 파리바게뜨 본사가 아니라 가맹점주를 위해 일한다는 주장도 계속됩니다. 그러나 몇 가지 자료를 보겠습니다. 본사 직원은 “핫 샌드위치 주문율 날마다 취급률 조사 할거임. 빠른 시일에 올려야 잔소리 안 들어요”라고 말합니다. 가맹점에서 핫 샌드위치 주문이 늘지 않으니, 주문이 잘 들어오는지 확인하겠다는 뜻입니다. “자사에서 유심히 보고 있는 케이크 원료 및 원부재료입니다. 주문 가능한 점포 16시까지 보내주세요”라는 지시도 있습니다. ‘월말 주문’이라는 것이 있어, 한 달에 할당된 가맹점주의 주문량을 채우는 것도 제빵기사에게 부여된 ‘임무’입니다. 주문이 많이 들어오면 당연히 본사의 이익입니다. 또 본사 직원의 지시 가운데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빵 (제작) 끝났다고 의자에 앉아있으면 (가맹)점주는 성의 부족으로 생각한답니다.” 제빵기사의 근무 태도를 지적하는 말입니다. 제빵기사들이 본사 직원들이 “우리 최대 고객은 점주”라고 했다고들 합니다. 제빵기사들은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을까요.

 

법원은 사용자성을 판단할 때 ‘업무 지시’를 누가 했는지와 함께, 인사평가를 누가 했는지를 중요한 지표를 봅니다. 본사는 제빵기사에 대한 품질평가를 진행해 ‘부진’할 경우 본사가 직접 보수교육합니다. 교육자도 본사 직원, 교육 장소도 본사 사무실이었습니다. 제빵기사는 일종의 성과급을 받기도 하는데, 그 평가의 지표는 △품질평가 △위생관리 △가맹점주 평가입니다. 가맹점주 평가를 제외하고는 평가는 모두 본사가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있습니다. 한 제빵기사는 본사 주관 신년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문자 하나를 받습니다. “욕해도 됨? 직원 맞음? 아님 알바?” ‘누구의’ 직원을 말하는 걸까요?

 

파리바게뜨와 경영계의 주장은 이같은 모든 업무상 지시가 가맹사업법이 규정하는 가맹본부(본사)의 임무라는 것입니다. 가맹점에 대한 교육훈련이고, 경영·영업지도의 일환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맹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은 다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2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가맹사업법의 해당 조항은 상품·서비스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해진 재료 지원이라든지, 교육훈련·경영지원 등을 원활하게 해줘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본사가 가진 경험·지식·노하우를 가맹점주에게 주라는 취지로 있는 조항”이라며 “이런 범위 내에 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본사가 인사관리, 임금·채용 등에 대해서 관여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밝혔습니다.

 

가맹사업법 전문가이자 가맹본부·가맹점주간 분쟁 사건을 많이 다룬 바 있는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도 “가맹사업법의 가맹점주 지원은 영업·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라는 것인데, 이와는 별도로 제빵기사에게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했다면 고용관계에 해당하고 이는 가맹점주 지원의 영역을 벗어난다”며 “가맹계약에 따른 상품·서비스 질 유지를 위한 가맹점주에 대한 감독과는 엄연히 다른 사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가맹사업법에서 정한 교육훈련 범위를 벗어나서 형식적으로 체결된 도급계약·업무협정·근로계약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제빵기사에 대해 구체적 업무 지시를 했고 사용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라며 “경영계와 파리바게뜨의 주장은 형식과 실질, 규범과 현실 간의 간격을 의도적으로 외면해 사건의 원인과 핵심쟁점을 은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청년 제빵기사들이, 33살의 파리바게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과 정의당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에스피시(SPC)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파견 제빵기사 5천여명에 대한 직접 고용과 미지급 연장휴일근로수당 등 체불임금 110억 1700만원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회장님이 제빵기사의 고충을 아신다면

 

<한겨레>가 인터뷰했던 한 청년 제빵기사의 이력은 이렇습니다. 대학에서 제빵을 전공한 뒤, 빵을 제대로 배우고 싶었지만 집 근처에서는 제빵기술을 도제식으로 익힐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제빵업계의 ‘강호의 고수’들이 파리바게뜨와 같은 프랜차이즈의 공세에 사라졌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빵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청년은 파리바게뜨에서 다시 교육을 받아 가맹점으로 출근했습니다. 그러나 ‘나만의 빵’을 ‘더 맛있게’ ‘더 예쁘게’ 만들고 싶지만, 정해진 본사 매뉴얼에 따라 빵을 찍어내는 기계가 돼버렸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연장근로수당을 줄일 목적으로 조작된 퇴근 시간을 볼 때면 더욱 한숨이 내쉬어졌지요.

 

허 회장이 제빵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미국제빵학교의 문을 두드렸던 것이 33살, 지금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제빵기사 대부분도 그 ‘청년’ 허영인과 같은 또래입니다. 그래서 허 회장은 청년 제빵기사의 열정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본사의 매뉴얼에 따라 일하면서 반죽이 너무 많이 부풀까 봐, 빵이 타버릴까 봐 화장실도 제때 가지 못하고, 끼니를 거르기 일쑤인 제빵기사들의 처지를, 모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아무런 근로계약 관계가 없지만, 허 회장의 지시에 따라 출근 시간이 앞당겨지고 점주 눈치 봐가며 본사에서 지시하는 물품 주문을 넣어야 하는 제빵기사의 고충을 허 회장은 몰라서도 안됩니다.

 

고용부는 28일 파리바게뜨에 제빵기사들을 11월9일까지 직접 고용하라고 공식 시정명령했습니다. 5378명의 제빵기사의 운명은 이제 허 회장의 손에 달렸습니다.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 노조의 교섭요구에도 “우리 직원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근로감독 기간 중 만나보라는 고용부의 중재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일은 이미 커져버릴 만큼 커져버렸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제빵기사들과 또다른 이해당사자인 가맹점주들과 하루빨리 논의를 시작하길 바라겠습니다.

 

 

덧붙여, 허 회장이 혹시 이 글을 읽는다면, 이번 사건 때문에 많은 ‘고생’을 겪고 있는 직원에 대한 불이익한 처분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