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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또…’ 반응에 풍자 댓글 봇물

또 역대급 4행시 참사 발생…이번엔 국방부다

by한겨레

또 역대급 4행시 참사 발생…이번엔

국방부 산하 국방정신전력원의 4행시 이벤트 공모 화면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또….’

 

국방부 산하 국방정신전력원이 11월17일 애국선열의 날을 맞아 순국선열의 정신을 이어가자는 뜻으로 ‘순국선열’ 또는 ‘애국지사’로 짓는 4행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벤트 시작 하루 만에 댓글이 300개가 넘어가는 등 반응이 뜨거운데요. ‘기발하고 멋진’ 댓글을 기대했던 국방정신전력원 입장에서 마냥 즐거운 일만은 아닐 겁니다. ‘순’수한 마음으로/‘국’민에게 봉사했던/ ‘선’>열들의 충심을/ ‘열’열히 받들자(아이디 mpm****)와 같이 행사 취지에 맞는 4행시 댓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최근 검찰이 수사 중인 군 사이버사와 국정원 댓글 공작, 국방비리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댓글입니다. 지난해 국정농단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씨도 단골 소재입니다.


‘순’전히/‘국’민세금 으로 대/‘선’때 사이버 댓글조작/‘열’심히 했네요/‘애’국한다고 포장하였지만/‘국’민들에게 딱 걸렸음에도/‘지’버릇 개 못 준다고 끝까지/‘사’기치네요(아이디 스모킹*)


‘순’고한 희생은 원하나/‘국’가가 책임지는 것도 아니고/‘선’별된 애들을 데리고 가는데/‘열’어보면 돈 없는 자들만 가는 군대/‘애’시당초 국가의 검은 녹슬어/‘국’방비리만 남은 이 시기에/‘지’극정성 빌어도 모자랄 판에/‘사’기꾼들 또 시작이네(가*)


‘순’실이가 돈 해먹고/‘국’정원은 조작하고/‘선’장놈은 먼저 튀고/‘열’ 받겠냐 안 받겠냐?/‘애’끓는 마음으로/‘국’가가 부른다/‘지’금 당장/‘사’이버전사령부로!(LE*)


‘순’실이의/‘국’정농단/‘선’거개입 국정원/‘열’일했네 아주~(pooh****)‘순’리대로 밝혀라/‘국’정원아 밝혀라/‘선’의의 명령이다/‘열’ 셀 때까지 밝혀라(sky*****)


‘순’대국처럼 나라 말아먹던 MB를/‘국’방부는 댓글 부대를 만들어 그렇게나 빨아댔지/‘선’심쓰듯 이딴 이벤트 하면/‘열’ 받겠니 안받겠니~ 그래서 다스는 누구꺼니?(hun****)


‘순’진하네/‘국’방부/‘선’물까지 준비했네/‘열’심히 써줘야지, 그렇다면/‘애’들도 아니고/‘국’민이 바보인 줄 아나?/‘지’금 이런 이벤트 열면/‘사’람들이 막 원하는 사행시 써줄 것 같나?!(빛과 ****)

 

4행시 참사를 불러온 국방정신전력원은 어떤 곳일까요. 군인들의 정신전력 교육과 연구를 맡고 있는 국방정신전력원은 2013년 12월 창설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공약 중 하나가 군 정신전력 강화였는데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유난히 ‘정신력’을 강조했지요. 지난해 3월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2016년 장교 합동임관식’에 참석해 축하연설을 하면서 “애국심과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국가안보를 더 튼튼하게 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국방정신전력원 창설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을 부활시킨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또 역대급 4행시 참사 발생…이번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국방정신전력원의 전신은 1977년 대통령령으로 창설된 국군정신전력학교로 이후 국방정신교육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998년 김대중 대통령때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폐지된 바 있습니다. 2013년 창설 당시 민주통합당이 대변인 논평을 통해 “유신시대의 유물을 역사 속에서 다시 꺼내려는 이유가 신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비판한 배경입니다. (▶관련 기사: 민주당 “유신시대 유물인 국방정신교육원 부활이라니”)

 

N행시 참사는 몇 달 전에도 있었죠. 자유한국당은 올해 6월19일부터 29일까지 당명을 소재로 5행시 공모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 새 지도부를 뽑기 위한 2차 전당대회를 앞두고 응원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취지였습니다. 이벤트는 시작 나흘 만에 댓글이 3000여개가 달릴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었습니다. 대부분은 박근혜 정부 적폐와 최순실 국정농단에 직간접적인 책임을 공유하는 자유한국당을 향한 비판과 조롱의 목소리였습니다. (▶관련 기사: 누리꾼들 ‘성지’된 자유한국당 5행시 공모전)

 

‘자’유 찾아 삼만리/‘유’치하기 끝이 없지만/‘한’번만 더 믿고 싶었는데/‘국’민이 이제는 안 믿어/‘당’당히 말하는데 이제 국민을 찾지 마요”(아이디 주*윤)


‘자’기만 모르는/‘유’체이탈 화법으로/‘한’심한 국정 발목잡이/‘국’민들 속 터진다/‘당’장 국회를 떠나라”(신*기)


‘자’유한국당은요/‘유’구한 역사를 가진 정당입니다/‘한’나라당의 차떼기와/‘국’가부도·국정농단도/‘당’신들의 작품이죠”(전*신)

 

이 목소리를 들은 자유한국당의 반응이 흥미로운데요. 자유한국당 홍보본부장 박성중 의원은 7월21일 5행시 공모전 당선작을 발표하면서 “격려도 많았지만 80% 이상이 뼈아픈 질책과 지적 사항이었다. 뼈아픈 지적도 밟고 일어나야 하니 이렇게 공개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5행시에 가세한 것을 두고는 “다른 당에서 무관심보다 반응을 해주는 것이 재미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무플보다 악플’이라는 반응인데요. 쏟아지는 국민들의 질책마저 이렇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관련 기사: 자유한국당 5행시 당선작 드디어 나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