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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특별하게 만든 5가지

by한겨레

2018년 1월7일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스타들의 입장을 알리는 레드 카펫부터 그 분위기가 달랐다. 사진을 찍기 위해 설치한 간이 벽들은 흰색이나 파란색 배경이던 평소와 달리 회색으로 장식됐고, 스타들은 검은 드레스와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레드 카펫에는 스타들과 함께 사회활동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중에는 성폭력 피해 여성들과의 연대를 외치는 ‘미투(#Metoo) 운동’의 창시자인 타라나 버크(Tarana Burke)도 있었다. 배우 에바 롱고리아는 자신을 인터뷰하러 온 ‘E 엔터테인먼트’의 리포터에게 양성간의 임금 차별에 대해 꾸짖었다. 여러모로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의 축제였다.

검은 드레스를 입었다

이날 시상식장에 입장하는 스타들 대부분이 검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검은 옷을 입고 시상식에 참여하자는 건 꽤 오래 전에 한 약속이었다. 지난 12월 중순 시상식 사회자인 제시카 차스테인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메릴 스트립 등의 여성 배우들이 “할리우드의 성폭력에 저항하는 의미”로 검은색 옷을 입겠다고 발표했다. 약 일주일이 지난 12월28일 남성 배우들도 할리우드 내에 만연한 성폭력에 저항하는 검은 옷 입기 운동에 연대를 표하며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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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과는 달리 2018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검은 옷을 입고 등장한 할리우드 스타들. 상단 오른 쪽 에이미 파울러의 사진만 2015년. 사진 AP 편집.

‘타임스 업’ 핀을 달다

검은 옷을 입은 가슴에는 핀을 달았다. 핀에는 검은색과 하얀색으로 ‘타임스 업’(Time’s up)이라고 적혀 있었다. 영화 산업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 걸쳐 만연한 성폭력 시대의 끝을 알리는 의미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이는 하나의 선언이면서 거대한 캠페인의 이름이기도 하다.

 

지난 1월1일 300여명의 여성 배우들은 ‘할리우드의 시스템화된 성폭력 문화’와 싸우기 위해 ‘타임스 업’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리스 위더스푼, 아메리카 페레라, 에바 롱고리아 등의 톱스타와 유명 변호사들이 참여한 이 운동은 1300만 달러의 기부금을 확보하고 저소득 여성 노동자를 위한 소송 비용을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이 ‘타임스 업’ 캠페인을 알리기 위한 활동 중 하나로 배우들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핀을 달고 등장한 것. (▶관련 기사 : 할리우드 여성 파워 300명, 성폭력·불평등 뿌리뽑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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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 업’ 핀을 가슴에 단 저스틴 팀버레이크. 사진 저스틴 팀버레이크 인스타그램.

지난 7일 성명을 발표한 이 캠페인에는 미셸 윌리엄스, 엠마 왓슨, 수잔 서랜든, 메릴 스트립, 로라 던, 엠마 스톤, 에이미 포엘러 등이 타라나 버크만, 빌리 진 킹 등의 활동가들과 함께 참여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이완 맥그리거 등의 남자 스타들도 이 핀을 가슴에 달았다.

활동가들과 함께 레드 카펫에 등장했다

‘타임스 업’ 운동을 위해 톱스타들은 여성 활동가들과 함께 레드 카펫을 밟았다. 〈올 더 머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미셸 윌리엄스는 비영리 기구인 ‘성 평등을 위한 여성들’(Girls for Gender Equity)의 선임 디렉터이자 2007년 ‘미투 운동’을 최초로 시작한 여성 운동가 타라나 버크와 함께 레드 카펫을 밟았다. 엠마 왓슨은 흑인과 소수 인종 여성을 향한 폭력에 저항하는 영국의 인권단체 ‘임칸’(IMKAAN)의 이사인 마라이 라라시와 함께 했다. 수잔 서랜든은 무소속 저널리스트이자 정치범과 푸에르토리코의 독립을 위한 지역사회 조직 운동가 로사 클레멘테와 함께 등장했다. 〈더 포스트〉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메릴 스트립은 전미 가사노동자연맹 이사이자 허프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아이-젠 푸(Ai-jen Poo)를 자신의 파트너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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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레드 카펫에 빌리 진 킹과 함께 등장한 엠마 스톤. 사진 AP.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의 현실 속 주인공이자 전미 여성 테니스 연합을 설립한 역사 속의 테니스 선수 빌리 진 킹은 엠마 스톤과 함께 시상식에 참여하기도 했다.

연예 매체의 임금 차별을 꼬집다

이날 행사 중에 할리우드 스타들은 방송사 ‘이! 엔터테인먼트’(E! Entertainment)의 전 진행자 캣 새들러의 불참을 아쉬워했다. 여배우이자 해당 방송에서 골든글로브 레드 카펫 인터뷰를 담당했던 캣 새들러는 지난 12월 자신의 쇼 ‘데일리 팝’을 함께 진행하는 남성 진행자가 자신의 두배에 가까운 급여를 받는다는 사실에 분개해 방송사를 그만뒀다. 이날은 ‘이! 엔터테인먼트’(E! Entertainment)의 라이언 시크레스트가 현장에 나와 레드 카펫 인터뷰를 진행했다. 레드 카펫에 등장한 배우들에게 짧은 소감과 근황을 묻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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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롱고리아가 ’이!’와의 인터뷰에서 캣 새들러가 임금 문제로 회사를 그만 둔 일을 꼬집고 있다. 사진 해당 방송 갈무리.

〈피플〉의 설명을 보면 이날 리즈 위더스푼, 니콜 키드먼과 함께 인터뷰 자리에 선 에바 롱고리아는 시크레스트에게 “우리는 ‘타임스 업’(캠페인)을 알리기 위해 온 목적도 있다”며 “우리는 여성이 차별 없는 임금을 받기를 원한다. 우리는 '이!(엔터테인먼트)'가 캣 새들러에게도 그렇게 해주기를 바란다. 캣 우린 네 편이야!”라고 밝혔다.

"여성이여 진실을 밝혀라!"

흑인 여성 최초로 공로상인 ’세실 B.데밀’ 상을 받은 오프라 윈프리는 수상 소감에서 할리우드의 성폭력과 관련해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당신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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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공로상인 세실 B.데밀 상을 수상하고 연설 중인 오프라 윈프리. 사진 AP.

윈프리는 이어 “성폭력은 세대와 인종 지역, 종교, 정치 그리고 직업을 초월한다”며 “우리 엄마처럼 부양할 자식이 있고, 밀려 있는 고지서가 있고, 쫓아야 할 꿈이 있다는 이유로 그 오랜 세월 동안 학대와 폭행을 참아온 모든 여성에게 오늘 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