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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73년전 겨울, 평창

by한겨레

미국 국가기록원서 찾은 사진·영상

재미 사학자, 올림픽 맞아 첫 공개

73년전 겨울, 평창

여로에 휴식을 취하는 촌로들, 평창(1945년 11월).

새해 겨울올림픽 열기로 들뜬 강원도 평창의 모습은 73년 전 해방 직후 심심산골 오지였던 옛 평창의 풍광에 비춰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금 평창의 자연, 사람들 모습과 비교해볼 수 있는 1945년 11월 평창의 옛 사진들과 동영상이 세상에 나왔다.

 

미국에서 한국 근대 사료들을 수집해온 동포 연구자 유광언씨는 평창올림픽 개막을 맞아 최근 워싱턴 미국국가기록원에서 찾아낸 평창 관련 미공개 사진과 영상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10여장에 이르는 이 사진들은 해방 뒤 한반도 남한 지역에 들어와 주둔한 미 24군단 직할 사진중대 대원 돈 오브라이언(1924~2017)이 찍은 것들이다.

 

유씨에 따르면, 오브라이언이 이 사진들을 촬영하게 된 것은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이 1945년 가을 남한행 석탄을 금수조치하면서 남한이 곤란을 겪게 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미 군정 당국은 45년 11월 오브라이언에게 강원도 삼척항으로 출장을 가서 석탄 수급 사정을 사진과 영화로 찍어 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당시 북한의 금수조치로 강원도 일원에서 채굴한 남한산 석탄은 삼척항에서 배편으로 부산에 수송한 뒤 다시 철도편으로 서울에 반입했다고 알려져 있다.

 

오브라이언은 서울에서 동료 군인 1명과 지프를 타고 사흘 걸려 삼척항에 도착하기까지의 출장 여정 중 평창에 들러 다양한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사진들을 보면, 70~80년대 개발이 본격화하기 전 평창 산하의 웅장하지만 헐벗은 듯한 산세와 갓 쓴 주민들의 순박한 모습, 그들과의 대화 장면 등도 담겨 있다. 여로에 휴식을 취하는 촌로들, 눈 덮인 평창 산하의 능선과 숲들, 미군들을 둘러싸고 미군 전투식량을 나눠받고 있는 주민들, 오브라이언 일행을 태우고 강을 건너는 나룻배와 사공 등이 눈에 들어온다. 오브라이언은 사진에 붙은 설명에서 “도로 사정이 열악한데다 해방 전 일본인들이 만든 부정확한 지도 탓에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는 등 험난한 여정을 보내야 했다”고 적고 있다.

 

‘VTS 01 1’이란 제목을 단 당시 평창과 주민들의 모습, 출장 장면 등을 담은 동영상도 온라인 유튜브(https://youtu.be/fYST9dxYVhA)에서 볼 수 있다.

오브라이언은 1945년 10월부터 1946년 1월까지 서울에서 미군 부대원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한국인의 일상과 서울과 근교, 남한 지방 각지의 풍경을 담은 사진 250여장을 남겼으며, 최근 그가 찍은 사진들 일부가 온라인에 공개돼 눈길을 모은 바 있다.

73년전 겨울, 평창

나룻배로 동탄강을 건너는 돈 오브라이언 일행과 군용 짚. 암벽에 山火XX 라는 구호가 쓰여있다.

73년전 겨울, 평창

눈 덮인 평창. 사진 촬영준비를 하는 돈 오브라이언. 일본인들이 만든 부정확한 지도 탓에 길을 잃어 헤매였다.

73년전 겨울, 평창

평창 인근에서 여섯명의 한국인들에게 둘러싸인 돈 오브라이언의 동료. 한국인들에게 미군 전투식량을 나누어 주었지만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73년전 겨울, 평창

평창 인근, 돈 오브라이언이 촬영준비를 하고있다.

73년전 겨울, 평창

평창 인근에서 돈 오브라이언 일행의 야외 점심식사 장면을 관찰하고있는 노신사.

73년전 겨울, 평창

삼척 인근 북평의 산사이 논.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유광언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