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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이명박 책 건네며 “도곡동 땅 265억원” 부른 MB 처남

by한겨레

엠비 차명소유 의혹 ‘도곡동 땅’ 매입한 포스코건설 실무자 인터뷰 주요 전문

이명박 책 건네며 “도곡동 땅 265

2008년 2월21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도곡동 땅·다스 차명소유 및 비비케이(BBK) 연루 의혹 등을 수사해온 정호영 특별검사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검 사무실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DB

이명박 전 대통령 재산 차명 소유 의혹의 시발점인 ‘도곡동 땅’을 두고 “(이 땅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유’라면서 무조건 사야 한다는 회사 상부의 지시로 매입하게 됐다”는 핵심 실무자의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2010년 사망)씨와 회사 본부장한테 들은 얘기를 근거로 검찰에도 ‘도곡동 땅은 엠비 땅으로 안다’고 진술했다”고도 말했다.

 

1995년 당시 도곡동 땅을 김재정씨로부터 263억원에 매입한 포스코건설(당시 포스코개발)의 박아무개 전 개발사업본부 팀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도곡동 땅을 부르는 (값)대로 사라는 상부 지시를 받고 계획을 수립했다”며 “이 과정에 본부장 등을 통해 도곡동 땅이 ‘엠비 땅’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박 전 팀장은 1995년 4월 도곡동 땅 매입 계획을 작성하고, 7월 김재정씨 상대로 계약을 체결한 실무 책임자였다. 최근 그와 가진 전화 인터뷰의 주요 대목 전문이다.

 

Q. 1998년 감사원 감사 때 밝힌 내용이 있다. 포스코건설(당시 포스코개발)이 처음 도곡동 땅을 어떻게 매입하게 됐나.

 

“(포스코개발) 전아무개 본부장한테 지시받았다. 그 사람들(MB 쪽 사람들) 부르는 대로 무조건 사라는 거였다. 우리가 그 땅 평가했을 땐 180억원 정도였다. 전 본부장이 ‘조아무개 부사장이 얘기했는데, 이거 안하면 안돼, 딴 소리도 하지 말고 따지지도 말고 계약하고 와’ 이렇게 된 거다.”

 

Q. 이후 검찰 조사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유 부지로 안다고 진술했다고 들었다.

 

“(나중에 보니) 다른 실무자는 아니라고 하고, 나만 (그 사실을) 안다는 사람으로 얘기한 게 됐다.”

 

Q. 그렇게 말씀하신 근거는?

 

“엠비 땅이란 게 김재정씨 만나 들은 얘기하고, 위에서 지시한 게 엠비 관련되어서 하는 것이니 ‘딴소리 하지 말고 사라’ 하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 본부장이 좀 착하고 또 친하니까…. (“엠비 땅이니까 사야한다”고 말인가?) 그렇다. 그 얘길 안 하면 거꾸로 밑에서 직원들이 움직이겠는가? 일 시켜먹으려면…. 전 본부장한테 그 얘길 들었다.” 

이명박 책 건네며 “도곡동 땅 265

2008년 2월21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도곡동 땅·다스 차명소유 및 비비케이(BBK) 연루 의혹 등을 수사해온 정호영 특별검사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검 사무실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DB

Q. 매매 계약 상대는 누구였나?

 

“김재정씨였다. 처음 만났을 때 <신화는 없다>(이명박 자서전·1995년·김영사)도 우리한테 한 권씩 주더라. 그걸 왜 주겠나? 이상은씨는 공동지주라고 되어 있는데, 이상은씨는 안 나오고 자기가 다 맡아 하고 있다고, 도장도 자기가 다 갖고 있다고 했다.”

 

Q. 어디서 만났나.

 

“영포빌딩 지하였다. 위층에 사무실이 또 있는데 지하에 응접실을 만들어 놨더라. 엠비 처남이라고도 했다. 그리곤 265억원 부르고 끝이었다. 우리보고 계약하든지 안 하든지 식으로. 우리가 사정하고, 파는 사람이 배짱 부리고 금액도 올리고, 완전 웃기는 꼴이 됐다. ‘내가 자꾸 좇아다니고 꼴이 말이 아니다’ ‘심부름값이라도 빼줘야지 않겠냐’ 실무자들이 떼를 써서 그나마 2억원을 깎았다.”

 

Q. 감사원 감사내용을 보면, 실무팀이 사업타당성 조사를 해보니 수익이 극히 적어 부지 매입에 부정적이었다고 되어있다.

 

“우리는 처음 그 부지를 180억원 정도 생각했다. 그렇게 사도 돈 남는 게 별로 없었다. 하지만 위에서 사라고 하니까 방법이 없었다. 문제가 뭐냐면, (막상 구매한) 그 금액으론 공사가 안 되는 거다. 적자나니까. 4~5년 개발을 못했다. 그 돈이 그냥 짱 박혀 있던 셈이다. 비싸게 사 가지고. 우리가 나중에 매입 때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김재정·이상은씨로 소유자가 되어있는데,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샀더라.”

 

Q. 더 묻고 싶은 게 있다. 찾아뵐 수 있을까.

 

“오지 마시라. 제가 알고 있는 건 다 말씀드렸다.”

 

Q. 이렇게 말씀 주셨는데 직접 뵙고 안부라도 묻고 싶다.

 

“됐어요. 나 엠비라고 하면…. 사실 나 현대건설 출신이다. 사우디 있을 때 엠비가 현장 와서 같이 저녁도 먹고 그랬다. 그러던 사람이 내 인생에…. 이러니까 보기도 싫고 얘기하기도 싫다. 휘말리는 것 자체가 지옥이다, 지옥.”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