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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ESC

우리 땐 안 그랬다고?
너나 잘하세요~

by한겨레

‘꼰대’의 5가지 유형과 지혜로운 대처법

 

‘앗싸, 오늘은 10억원짜리 계약 체결에 성공한 날. 부장한테 칭찬받겠구나!’

 

지난 8일 저녁,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횟집을 나서는 최정석(가명·31)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화장품 원자재 수출업체에 다니는 최씨는 조금 전 식당에서 중국의 화장품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이런 엄청난 일을 해내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스럽다. 그런데 이게 웬걸? 등 뒤에서, 동행한 이사의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야, 너 내가 술은 어떻게 따르라고 했어? 술병을 45도로 기울인 뒤 천천히 따르라고 했잖아! 근데 왜 아까 90도로 따랐어? 엘리베이터에서는 네가 맨 마지막에 내렸어야지. 내가 그랬지? 계약에 실패한 건 참아도, 의전에 실패한 건 못 참는다고. 나는 안 그랬다.”

 

“네~에?”

 

순간 최씨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칭찬해도 모자랄 판이다. 화가 치밀었다. 한 번쯤 눈감고 넘어갈 만한데도, 이사는 오늘 같은 날에도 의전을 들먹이며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그는 영업 장소와 시간뿐 아니라 테이블 세팅, 식당·엘리베이터 입·퇴장 순서, 술 따르는 각도, 술병 라벨이 보이는지까지 모든 면에서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명 ‘꼰대’. 최씨는 귀를 닫았다. ‘이 양반, 또 트집이네. 그래 떠들어라, 나는 무시한다.’

 

직장인 중에는 최씨처럼 꼰대 상사에 시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군대 못지않은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탓이다. 연공서열을 앞세워 후배들한테 상명하복과 절대복종을 강요하는 꼰대가 직장마다 꼭 한두 명쯤은 있다. 최씨처럼 어쩔 수 없이 꼰대와 어울려 살아야 하는 이들을 위해 꼰대 유형별로 입 닫게 만드는 ‘필살기’를 전수한다. 읽다 보면 주변의 누군가가 떠오를 테니, 실생활에 응용해볼 수 있겠다. 직장인 30명을 상대로 한 ESC의 설문조사 결과, 문요한 정신의학과 전문의,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등의 조언을 바탕으로 꼰대 유형별 대처법을 정리했다.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우리 땐 안 그랬다고? 너나 잘하세요

훈계·강요형. 티브이엔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5> 조덕제 사장.

“나 때는 말이야~” 훈계·강요형

가장 대표적인 꼰대 유형이다. ‘굉꼰’(굉장한 꼰대)에 해당한다. ‘내가 누군 줄 알고’ 생각을 항상 한다. “옛날에 내가 말이야~”, “나 때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산다. “~란 ~거야” 화법을 자주 쓴다.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하며 타인에게도 이를 강요한다. 나이로 서열을 정리해버린다. 자신이 대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 안달한다. 후배들이 하는 일이 하나같이 못마땅하고 미덥지 못하다고 생각해,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할 때가 많다.

 

친목과 화합을 이유로 회식이나 나들이를 조직하는 것도 모자라 참석 여부를 중시한다. 조그만 건축회사에 다니는 직원 최민지(32)씨는 “상무가 ‘나 젊을 때는 무조건 마시는 게 미덕’이었다며 주량에 상관없이 ‘원샷’을 강요했다. 참다못해 항의했더니 ‘우리 회사는 술자리도 업무다. 회사 계속 다니고 싶으면 알아서 판단하라’고 해서 당황했다”고 한다.

 

“니예니예, 그러셨겠죠” 무시하라

 

‘꼰대짓’을 하는 상사가 꼰대인지, 아재인지 구별부터 해야 한다. 젊은 세대나 후배들과 소통하려는 자세가 있다면 아재지만,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지시만 한다면 꼰대다. 아재라 판단되면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호응해주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꼰대라면 무시하라. 그의 농담에 반응하거나, 분위기를 맞춰줄 이유가 없다. 자리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라. 그리고 귀를 막아라.

우리 땐 안 그랬다고? 너나 잘하세요

답정너·나잘난형. 티브이엔 <미생> 마 부장.

“네가 뭘 알아?” 답정너·나잘난형

윗사람에 대한 예의는 따지면서 아랫사람은 하대한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후배들한테 인정받지 않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나이와 지위를 내세워 후배를 깔보는 말과 행동을 한다. 남들이 자신을 꺼려한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나, 오픈마인드야!” 자부하며, 자신이 소통의 대가라고 착각한다.

 

식품업계 대기업에 다니는 성미란(28)씨의 직속 팀장이 여기에 속한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고 대놓고 말하는 ‘여꼰’(여자 꼰대)이다. 팀원의 얘기를 듣는 척은 하나, 결론은 늘 자기 생각대로다. 가끔 회의 때 이견을 제시하면 “몇년차 주제에 몇십년차처럼 얘기하냐”, “너 까짓게 감히!”,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뭔 말이 그리 많아?” 등의 폭언과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성씨는 “같은 여자인데도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았고, 말을 섞을수록 점점 더 관계가 꼬였다”며 “팀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 팀장”이라고 말했다.


‘피하는 게 상책’ 접촉하지 마라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 ‘원래 그런 사람이려니…’, ‘그래, 너 잘났다’ 여기고, 가급적 접촉을 피한다. 어쩔 수 없이 질책을 들어야 할 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독서와 외국어, 자격증 취득 등 업무와 관련한 자기계발을 틈틈이 해서 실력을 보여줘라. 그 상사의 코가 납작해질 것이다.

우리 땐 안 그랬다고? 너나 잘하세요

오지랖형. 한국방송 <개그콘서트> ‘렛잇비’.

“결혼은 왜 안 해” 오지랖형

 주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꿰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 말투와 인사법까지 가르치고 고쳐줘야 한다고 믿는다. 무례를 다정함의 표현이라고 착각한다. ‘인생 선배의 조언’이라 믿고 가정 생활이나 연애사까지 시시콜콜 참견한다. 결혼하지 않은 후배나 자녀가 없는 후배를 안쓰럽다고 여긴다. “치마가 짧다”, “옷이 너무 야하다”, “오늘 섹시하다”, 여직원을 향한 이런 성희롱적 발언도 관심의 표현이라 믿는다.

 

박종필(30)씨는 “결혼 전에는 ‘왜 결혼 안 하냐’, ‘애인이랑은 헤어졌냐’ 간섭하더니 결혼 뒤엔 ‘2세 걱정’을 해주는 선배가 부담스러웠다. ‘애는 일찍 낳아야 한다’거나 ‘무조건 2명은 낳아라’고 해서 당황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퇴근하라고요?” 동문서답으로 응대하라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늘어놓는다. 즉, 화제를 돌려 국면 전환을 꾀한다. 그래도 안 되면 상대에게 똑같은 질문으로 응대한다. 하지만 절대 ‘칭찬’은 금물. 감정을 너무 많이 상하게 하지 않는 선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선배님, 그 옷 좀 나이 들어 보이는데요?”, “배가 너무 나오신 것 같은데, 건강은 괜찮으세요?” 등 심기를 살짝 건드리는 질문을 던져보자. 언젠가는 당신의 사생활에 간섭하는 행위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우리 땐 안 그랬다고? 너나 잘하세요

자격지심형. 티브이엔 <미생> 정 과장.

“나 무시해?” 자격지심형

회사에 절대충성해야 한다. 개개인의 ‘삶의 질’은 무시해도 괜찮다고 여긴다. 자신의 고용안정을 위해 어떻게든 능력과 존재를 인정받아야 한다. 후배들의 인사예절과 선배들을 대하는 태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후배는 선배한테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고 여긴다. 자신의 말에 토를 다는 후배한테 “너 나 무시하냐?”며 발끈하기도 한다.

 

서동기(35)씨는 야근과 휴일근무, 회식 참석을 당연하게 여기는 직속 선배가 늘 스트레스였다. ‘회식 불참’을 통보하면 부장이나 과장보다 더 나서 ‘기본이 안 됐다’거나 ‘싸가지가 없다’며 뒷담화를 밥 먹듯이 했다. 서씨는 “후배의 복종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윗분들한테 보여주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무섭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네, 그러셨군요” 대화 상대가 되라


회사 내에서 고용과 지위에 대한 불안감이 꼰대짓으로 표출된 경우다. 직장은 물론 가정에서도 소외되는 등 위기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겐 건강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치유해줄 조언자가 절실하다. 괴롭더라도 최대한 예의와 격식을 갖춰 대하는 것이 상책.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으로 일단 얘기를 경청한 뒤 “네, 그 말씀도 100% 맞지만~”으로 대화를 이끌면 도움이 된다.

우리 땐 안 그랬다고? 너나 잘하세요

뒤끝작렬·얌체형. 문화방송 <워킹맘 육아대디> 김흥복 본부장.

“밥은 네가 사” 뒤끝작렬·얌체형

본인이 꼰대인 줄 모른다. ‘젊꼰’(젊은 꼰대) 중에 이런 부류가 많다. 자기 방식을 강요할 뿐 아니라 대들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업무 불이익으로 연결시킨다. 실력이나 논리로 밀리면 권위로 누르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는 척하지만 결과로 반영하지 않는다. 후배들의 제안이나 보고서를 자기 것처럼 포장해 윗선에 보고하기도 한다. “나도 할 수 있는데, 네가 한번 해볼래?”, “네가 하면 잘할 것 같아” 등 앞에서는 낯간지러운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뒤에서는 후배 뒷담화를 하거나, 실적을 깎아내린다. “오늘은 네가 밥 사”, “옷차림이 왜 그래?”, “요즘 기억력이 좀 떨어졌나 봐?” 등 뒤끝작렬 행동으로 자신에게 찍힌 후배한텐 반드시 복수한다. 식품업계 마케팅팀 직원인 고은비(39)씨는 “의견을 낼 때마다 ‘얘기가 안 된다’거나 ‘아이디어가 그렇게 없냐’며 망신을 주는 팀장을 볼 때마다 ‘꼰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본때를 보여주라

 

안타깝게도 극복이 가장 힘든 유형이다. 대충 상대해주거나, 요령껏 피하는 게 좋다. 꼰대짓이 회사 분위기와 팀워크를 해칠 정도로 심각한 경우라면, 충격요법이 해답이다. 녹음, 녹화, 증언 등을 이용해 스스로 깨닫게 하거나 인사팀 혹은 해당 부서의 장에게 탄원하는 수밖에 없다.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각 방송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