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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작가의 가장 사적인 공간, 책상

by한겨레

작가의 책상/질 크레멘츠 지음, 박현찬 옮김/위즈덤하우스·1만6800원

 

<작가의 책상>은 포토저널리스트이자 작가들의 초상사진가인 질 크레멘츠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책상을 흑백사진으로 농밀하게 담아낸 포토 에세이다. 집필을 위한 사소한 습관과 금기 또는 남다른 의식 등 개성적인 작업 방식과 창작 비결을 털어놓은 작가의 진솔한 육성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56인을 위대한 작가로 만들어준 책상, 그 작은 공간이 글을 쓰는 모든 이에게 특별한 영감을 선물해줄 것이다. (출판사 해제)

 

“나는 매혹적인 여인의 침실을 훔쳐보듯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이 사진들을 들여다본다. 책상은 침대보다 훨씬 많은 사연을 품고 있다. 이 사진들 속에는 마치 현행범인 양 문학 행위의 정사 현장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책상 위에는 수많은 캐릭터가 엉켜 있고, 플롯은 숨 가쁘게 돌아가며 상상의 공간은 어지럽게 포개져 있다.” (글 존 업다이크, 사진 스티븐 킹)

작가의 가장 사적인 공간, 책상

스티븐 킹, 미국 메인 주 뱅고르 1995년, 위즈덤하우스 제공

“중요한 작업은 오전에 세 시간쯤 집중해서 해치우는 편이다. 오후에는 주로 ‘장난감 트럭’을 갖고 논다. 장난감 트럭이란 내가 붙인 이름인데, 꼭 소설이 되지는 않더라도 막상 작업하기에는 재미있는 그런 스토리를 말한다… 작업한 페이지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날이 밝으면 죄다 뒤집힐 게 뻔하다.” -스티븐 킹

작가의 가장 사적인 공간, 책상

파블로 네루다. 프랑스 파리 1972년. 위즈덤하우스 제공

“나는 딱히 일정표란 게 없다. 되도록이면 오전에 시를 쓰는 편이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 종일 시를 쓰고 싶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이따금 머릿속에 생각과 표현이 가득 차거나 격한 감정이 몰아치면―이런 순간을 한물간 표현으로 ‘영감’이라고 하는데―물론 그 충만감이 커다란 만족으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영감이 나를 완전히 지치게 하거나 마음을 가라앉게 하고 혹은 공허감을 남겨줄 때가 문제다. 그 상태에 이르면 나는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된다.” -파블로 네루다

작가의 가장 사적인 공간, 책상

토니 모리슨. 미국 뉴욕 주 스프링밸리 1978년. 위즈덤하우스 제공

“나는 동트기 전,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에 홀로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들고 창가에 앉는다. 그리고 여명이 밝아오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커피를 마신다… 이 의식이야말로 내가 ‘비세속적’이라 부르는 어떤 공간에 들어서기 위한 준비 작업인 셈이다… 작가들은 저마다 그런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곳에서 작가들은 미지의 누군가로부터 어떤 연락이 날아오기를 기대한다. 아니면 스스로 통로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자신이 직접 어떤 신비로운 과정에 참여할 수도 있다.” -토니 모리슨

작가의 가장 사적인 공간, 책상

존 치버. 미국 뉴욕주 오시닝 1971년. 위즈덤하우스 제공

“감각은 참으로 유용하다. 우리는 모두 통제력을 지녔으며, 통제는 우리 삶의 일부분이다. 우리는 사랑 속에서, 혹은 우리가 좋아하는 일 속에서 늘 자제력을 발휘한다. 절제는 감각의 황홀경이며 그만큼 단순하다. 감각의 절제, 그것은 항상 대단한 느낌을 남겨준다. 한마디로 자신의 삶과 통했다는 뜻이다.” -존 치버

작가의 가장 사적인 공간, 책상

수전 손택. 미국 뉴욕 1974년. 위즈덤하우스 제공

“글쓰기는 엄청난 고독을 요구한다. 그래서 나는 천성적인 자유분방과 고독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만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어려운 선택 앞에서 내가 취하는 행동은, 나의 시간을 글쓰기에만 죄다 쏟아붓지 않는 것이다.” -수전 손택

작가의 가장 사적인 공간, 책상

조르주 심농. 스위스 로잔 1973년. 위즈덤하우스 제공

“시작은 늘 변함없다. 이것은 거의 기하학적인 문제다. 지금 내게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고 둘 다 이러저러한 상황에 처해 있다. 자, 이제 이들을 한계 상황까지 몰고 가려면 어떤 사건이 벌어져야 할까?…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첫째 날 직전에야 나는 첫 번째 챕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게 된다. 그러고는 매일매일 한 챕터씩 다음에 올 것들을 발견한다. 소설을 시작한 뒤로는 이렇게 하루에 한 챕터씩 빠짐없이 써나간다.” -조르주 심농

작가의 가장 사적인 공간, 책상

조이스 캐럴 오츠.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 1981년. 위즈덤하우스 제공

“나만의 특별한 글쓰기 습관 같은 건 없다. 나는 그저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어쨌거나 시간은 계속해서 흐를 것이고, 거부할 수 없는 이 사실이야말로 내 고뇌의 원천이다. 낮에도 나는 여전히 백일몽에 빠져 있거나 종이에 얼굴 따위를 그리면서 시간을 허비한다.” -조이스 캐럴 오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