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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첫번째 탄생한 별들에서 보내온 ‘신호’ 만나다

by한겨레

미국·호주 공동팀 ‘네이처’ 논문

1세대 별들 생성 증명하는 신호 검출

빅뱅 뒤 1억8천만년께 별 세상 시작

우주 온도 기존 추정보다 더 차가워

“암흑물질과 상호작용 때문일 것”

첫번째 탄생한 별들에서 보내온 ‘신호

미국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빅뱅 뒤 첫 세대 별들에서 생성된 전파 신호를 처음 검출했다. <네이처> 제공

미국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우주 탄생 뒤 처음으로 생성된 별에 의해 방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파 신호를 처음 검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애리조나주립대, 오스트레일리아 연방과학산업연구원(CSIRO) 등 공동연구팀은 28일(현지시각) “무선안테나로 초기 우주에서 발생한 수소 가스의 희미한 신호를 처음 검출했다. 빅뱅 뒤 1억8천만년 무렵에 발생한 신호를 추적해 아직까지 관찰된 적이 없는 수소의 증거물을 찾아낸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28일치에 실렸다.

 

빅뱅 뒤 40만년께 어두운 우주는 별도, 은하도 없이 중성수소 가스로 가득 차 있었다. 다음 5천만~1억년 동안 중력이 가스 밀도가 높은 영역들을 끌어당겼고, 마침내 일부 영역에서 가스가 붕괴돼 첫 세대 별들을 형성했다. 천문학자들은 그동안 첫 세대 별들이 어떻게 생겼고, 언제 형성됐으며, 그 별들은 나머지 우주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오랫동안 궁금해해왔다.

 

이들이 품었던 의문은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외딴 곳에 설치된 작은 탁자 만한 무선안테나(EDGES)에 의해 풀렸다. ‘이디지이에스’는 지상 기반 전파분광계이다. 안테나와 수신기는 매사추세츠공대 헤이스택천문대가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지원을 받고 오스트레일리아 연방과학산업연구원으로부터 부지를 제공받아 설치했다. ‘이디지이에스’는 우주 역사에서 ‘재이온화 시기’(EoR)라고 불리는 기간에 방출된 전파를 검출하도록 설계됐다. 이 시기에 별이나 퀘이사, 은하 등 빛을 발하는 물체들이 이전에 존재하던 주로 중성수소 가스로 이뤄진 은하간 물질을 이온화했다고 추정돼왔다. 첫 세대 별들이 등장하기 전에는 우주는 배경복사와 구분이 되지 않는 에너지를 지닌 수소와 어두움의 장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새로 등장한 별은 자외선을 제공했고, 이 자외선은 수소 원자의 에너지 상태를 변화시켰다. 이 변화가 배경복사와 수소를 분리시켰고, 수소 가스는 21㎝ 파장을 지닌 전파를 방출하거나 흡수하기 시작했다. 21㎝ 전파는 1420메가헤르츠 주파수에 해당한다.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이 전파는 낮은 주파수로 ‘적색편이’하게 됐고, 지금의 지구에 다다라서는 100메가헤르츠 범위에서 지상에 도달했다.

첫번째 탄생한 별들에서 보내온 ‘신호

우주 진화 과정에 첫 세대 별들은 빅뱅 뒤 1억8천만년께 생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네이처> 제공

“태풍 속에서 벌새 날갯짓 소리 찾기”

 

논문 공저자인 엠아이티 헤이스택천문대의 앨런 로저스 연구팀은 첫 세대 별들이 등장한 시점을 특정하기 위해 ‘이디지이에스’로 우주의 초기 진화 기간에 존재했던 수소를 검출하려 했다. 국립과학재단 천문학부 첨단기술과 장비 사업팀장인 피터 쿠르친스키는 “잡음이 검출하려는 신호에 비해 수천배 밝기 때문에 수소 신호를 검출하려는 것은 마치 태풍이 몰아치는 속에서 벌새의 날갯짓 소리를 찾으려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인공 전파가 거의 없는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지역에서 우주 전방향으로 전파를 탐지했다. 전파가 지상 기반 안테나에 잡히면 수신기에서 증폭돼 디지털화한 뒤 컴퓨터에 기록된다. 이는 에프엠(FM) 라디오나 텔레비전 수신기 작동 원리와 똑같다. 차이가 있다면 이 기기는 전파를 매우 정밀하게 세분하고 넓은 범위에 걸쳐 모든 주파수에 똑같이 수행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처음에는 100~200메가헤르츠 범위에서 신호를 검출하려 했다. 에프엠 라디오방송사가 사용하는 주파수와 겹치는 영역이 있어, 오스트레일리아 당국은 실험 구역 주변 260㎞ 반경에서는 라디오 송신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이 범위에서 아무 신호도 검출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론적 모델이 초기 수소 가스가 주변 매질보다 뜨겁다는 것을 전제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수소 가스가 좀더 차갑다면 50~100메가헤르츠 범위에서 더 강력하게 복사를 흡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로저스는 “우리가 시스템을 이 낮은 범위로 조정하자마자 진짜 신호일 것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특히 78메가헤르츠 부근에서 흡수 그래프가 깊은 골을 이루는 것을 관찰했다. 로저스는 “골은 78메가헤르츠에서 매우 강했다. 이 주파수는 빅뱅 뒤 1억8천만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첫번째 탄생한 별들에서 보내온 ‘신호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왼딴 지역에 설치된 탁자 크기 만한 무선안테나(EDGES). <네이처> 제공

“새로운 비표준 모델 물리학 단초”

 

이번에 검출된 전파의 특성은 초기 우주와 수소 가스가 과학자들이 기존에 예측했던 절대 온도 3K(화씨 영하 454도)보다 2배 정도 더 차갑다는 것을 보여준다. 로저스 연구팀은 왜 초기 우주가 예측했던 것보다 더 차가운지 정확히 해석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암흑물질과의 상호작용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았다. 이것은 정상물질(바리온·중입자)이 암흑물질과 상호작용해 초기 우주에서 암흑물질에 에너지를 잃었다는 ‘비표준 물리학’의 첫 증거가 될 수 있다. 이 이론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의 레난 바르카나가 제안한 것이다. 논문 제1저자인 애리조나대의 주드 보우만은 “바르카나 이론이 증명된다면 우리는 우주 물질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신비스러운 암흑물질에 대한 새롭고 근본적인 지식을 얻게 될 것이다. 그것은 표준모델을 뛰어넘는 새로운 물리학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스택천문대의 콜린 론스데일 대장도 “이번 연구 결과는 초기 우주 진화에 대한 현재의 지식에 변화를 요구한다. 우주 모형에 영향을 줄 것이고 이론학자들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골똘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