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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추석 영화대전
3인3색 인터뷰

by한겨레

올 추석 영화계는 관객은 물론 제작사나 투자·배급사 입장에서도 기대가 큰 ‘빅 시즌’이다. 여름시즌 이미 ‘쌍천만 영화’로 판이 커진데다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줄줄이 복귀하기 때문. 추석 시즌 겨냥 영화 중 정통사극인 <사도>, 코믹추리물 <탐정: 더 비기닝>, 코믹전쟁물 <서부전선>의 주연배우 3명을 만났다. ‘3인3색 인터뷰’로 추석 영화계 지형도를 미리 그려본다. 

추석 영화대전 3인3색 인터뷰

'사도' 송강호. 사진 흥미진진 제공

'사도' 송강호 “아들 죽이는 영조…제가 좀 손해봤죠, 으하하”

“에이~ 다 지난 얘기를 왜 하세요? 2014년은 쉬었잖아요. 2015년엔 더 잘돼야죠. 으하하하.”

 

<설국열차>(935만), <관상>(913만), <변호인>(1137만)으로 2013년 한 해에만 ‘3000만’ 관객을 싹쓸이했던 배우 송강호(49)가 돌아왔다. 이번엔 역사상 가장 말 많고 탈 많았던 왕 ‘영조’다. ‘사극의 장인’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대세배우에 등극한 유아인이 ‘사도세자’ 역을 맡은 영화 <사도>의 주인공이다. 벌써부터 기세가 만만치 않다. <사도>는 지난 16일 개봉한 뒤 6일 만에 200만을 돌파했다. 

 

다큐멘터리·드라마·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된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적 사건이 <사도>에서는 ‘아버지-아들’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아마도 이 영화를 영조 입장에서 볼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후반부에 영조가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구구절절 말하는 신이 있는데, 다들 ‘무슨 아버지가 저래?’ 할 거예요. 이 영화로 제가 좀 손해를 많이 봤달까? 으하하하.” 억울해하던 송강호는 곧 말을 바꿔 그래서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유아인씨가 <베테랑>으로 너무 사랑을 받아 이번엔 제가 좀 얹혀갈 수 있겠구나 싶어요.”

추석 영화대전 3인3색 인터뷰

송강호. 사진 흥미진진 제공

꼭 사극톤으로 해야 될까

일상톤으로 연기했지만

대사는 실록 기록 그대로

 

무겁고 진중한 ‘정통사극’에서도 배우 송강호의 색깔은 빛을 발한다. 덕분에 지금까지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영조 캐릭터’가 탄생했다. 심각한 장면에서 ‘빵’터지는 그의 연기에 대해 시사회 뒤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관객은 열광한다. “처음엔 제 연기가 사극 톤이 아니라 일상 톤이 아니냐는 고민도 있었죠. 그런데 사실 대사는 실록에 기록된 그대로예요. 예를 들어 ‘너 1년에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몇 번이나 드니?’라는 대목도 실제 있어요. 어쩌면 ‘사극 톤’이라는 것 자체가 고정관념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탄생한 ‘송강호식 영조’는 신하들에게 욕도 좀 하고, 사석에서는 아들에게 편하게 얘기도 하는 ‘현실적 캐릭터’다. “너는 존재 자체가 역모야. 인마”라는 대사에 관객은 웃음을 터뜨리지만, 곧 알게 된다. 이 무시무시한 대사 속에 숨겨진 영조의 절절한 마음을.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이며 9분 동안 ‘독백’을 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송강호는 이 장면을 ‘엔지(NG)’ 없이 단 한 번에 촬영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되는 신인데, 얼굴 주름 하나 수염 한 가닥도 방해받지 않고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스태프들이 밤새 ‘이슬비’ 만드는 기술을 고민했어요. 제 연기 때문이 아니라 그분들 덕이죠.”

 

송강호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한 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오는 10월 부산국제영화제 20돌 사회도 맡기로 해 여러모로 뜻깊은 해다. “어려움에 처한 영화제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 선뜻 승낙했어요. 그런데 별로 하는 일은 없어요. 대본대로 읽으면 돼요. 으하하하.”

 

이제 타이틀 롤이 아니라도 캐릭터만 맘에 들면 얼마든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연륜이 쌓였다고 말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선배가 된다는 것은 그런 역할 변화를 자연스럽게 깨달아 가는 과정 같다”고 했다. 

 

유선희 기자

추석 영화대전 3인3색 인터뷰

'탐정' 권상우

'탐정' 권상우 “망가지는 유부남 연기…제가 코믹센스 좀 있죠”

장시간 이어진 인터뷰에도 배우 권상우(40)는 “즐겁고 기운이 난다”고 했다. <통증>(2011) 이후 4년 만에 국내 스크린에 복귀하니 모든 것이 새롭단다. “한국에서 저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는 듯해 소외감도 들었어요. <통증>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들어오는 시나리오도 뜸해 영화에 대한 갈증이 심하던 차였죠.”

 

권상우의 복귀작은 올 추석을 겨냥한 코믹추리물 <탐정: 더 비기닝>이다. ‘한국의 셜록’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찌질하고 무능한 가장일 뿐인 강대만(권상우)이 강력계 형사 노태수(성동일)와 함께 살인사건 수사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는 앞서도 <동갑내기 과외하기>(493만), <청춘만화>(206만) 등 코믹연기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터다. “제가 평소 코믹센스는 좀 있는 편이에요. 결혼하고 아이도 둘이나 생겨서 그런지 이번엔 좀 더 현실적이고 좀 더 자연스럽게 망가지는 유부남 연기를 할 수 있었던 듯해요.” 권상우는 이번 영화에서 차 안에서 아기 똥 기저귀 갈기, 잔머리 굴려 마누라 속이기, 분리수거와 설거지하기 등 갖가지 ‘공처가 신공’을 발휘한다. 현실 속 자신에게도 대만의 모습이 많다고 고백했다. “남자들은 아내 잔소리를 귀찮아하면서도 결국 시키는 대로 하잖아요. 저도 그래요. 아내와 엄마는 무서운 존재예요. 아내에게 잔 거짓말을 하긴 하는데 속이기 힘들더라고요. 워낙 (손태영이) ‘촉’이 발달했거든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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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투자 못받아 1년간 맘고생

‘내가 이 정도야?’ 괴로웠죠

이번 영화 통해 겸손 배워

 

‘마흔 줄’에 접어든 권상우는 요즘 고민이 많다. 액션 연기를 하고 싶지만 딱 맞는 시나리오가 없다. <동갑내기…> 이후 흥행작이 없는 것도 큰 부담이다. “지금처럼 ‘좋은 몸’을 유지할 수 있는 건 길게 봐도 50살까지예요. 그 전에 화끈한 액션 영화 한 편 찍고 싶어요. 마흔이면 ‘불혹’(유혹에 흔들리지 않음)이라는데, 저는 <동갑내기…> 흥행성적을 넘고 싶은 욕심이 너무 크네요.”

 

사실 <탐정>은 그에게 ‘겸손’을 가르친 영화다. 중국에선 ‘한류스타’로 통하지만, 복귀작 <탐정>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영화는 1년 전 세팅이 끝났는데, 투자가 안 됐어요. ‘내가 투자를 못 받을 정도의 배우인가?’라는 생각에 괴로웠죠. 포기하기엔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 영화사에 오며 가며 계속 들렀어요. 대표님과 자장면도 시켜 먹고 놀고. 하하하.” 다행히 투자를 받고 성동일이 합류하면서 촬영이 시작됐다. 현실을 인정하니 모든 게 편해졌다. “첫날 성동일 선배께 ‘제가 많이 부족합니다’라고 말하니 제 태도를 좋게 봐주셨어요. 운동부 합숙하듯 모든 스태프들과 엉겨 지내며 제일 막내까지 친해졌죠.”

 

권상우는 <탐정>이 500만을 넘으면 모든 스태프들을 데리고 필리핀 보라카이로 뒤풀이를 가기로 약속했다. 지금은 그 약속을 지키는 게 제일 큰 목표다. “아직도 저를 보면 ‘야, 너 옥땅(옥상)으로 올라와’(<말죽거리 잔혹사>)라고 하는 분이 계세요. ‘발음’ 때문에 회자되는 그 대사조차 감사해요. 저에 대한 그 관심, <탐정> 2탄으로 보답할 수 있길 바랍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추석 영화대전 3인3색 인터뷰

<서부전선> 여진구.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서부전선' 여진구 “예전엔 선배에 묻어가…이젠 제대로 캐릭터 소화”

배우 여진구(19)가 ‘서부전선’을 웃겼다. 영화 <서부전선>에서 18살 북한군 탱크병을 연기하면서 온몸으로 관객들을 웃겼다. 범죄자를 아버지로 둔 아이(<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어린 시절 겪었던 사고로 정신적 외상을 입은 25살 청년(<내 심장을 쏴라>) 등 주로 그 나이 또래가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소년을 연기했던 그가 모처럼 자기 나이에 맞는 밝은 역할을 맡았다. 

 

여진구는 순진하고 엉뚱한 북한병사 영광의 생존법을 보여줬다. 탱크 포신이 구부러졌을 때 펄펄 뛰던 모습, 국방군 남복(설경구)과 좁은 탱크 안에서 대치하는 상황에서 방귀를 뀌고 민망해서 수선을 떠는 장면들은 여진구가 애드리브로 연기한 것이라고 한다. “어두운 역할을 할 땐 복잡한 감정을 꼼꼼하게 계산해서 움직였는데 이 영화에선 날 것 같은 감정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해서 촬영 현장에서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았어요.” 

 

폭격으로 부대를 잃고 혼자 살아남은 영광처럼 처음엔 여진구도 혼자 던져진 기분이었다. “다른 배우의 기를 흡수하는 스타일이라 예전 영화에선 늘 다른 배우들을 믿고 그 페이스를 따라갔죠. 내 배역에 대해서 의견을 내세우거나 저 혼자선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영화 <새드무비>에서 염정아의 아들 역으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이훤(김수현) 아역으로 주목받았다. 중학교 3학년때 첫 주연작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에 출연하면서 십대때 이미 3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주로 김윤석, 조진웅 등 쟁쟁한 대선배들을 의지해 연기했다는 것이다. 

추석 영화대전 3인3색 인터뷰

여진구.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평소에도 반말로 부르라고

맞수 역할 설경구의 조언

“좀더 확실하게 대들 것을…”

 

<서부전선>에선 설경구와 대등해져야 했다. 설경구는 여진구에게 “평소에도 자신을 선배라고 부르지 말고 반말하라”고 했단다. 둘이서 치고받는 영화속 감정을 위해서 보통 때 감정도 조절하면서 연기했다. “대들 때 좀더 확실하게 대들었으면 맞을 때 반전되는 상황이 더 그려졌을 텐데, 욕을 더 맛깔스럽게 지껄였어야 했는데…. 남복이가 나보다 나이 많다는 생각을 완전히 떨치진 못했던 것 같아요.”

 

선배한테 대들기를 어려워하는 여진구는 워낙 그런 성격이다. 청소년관람불가 작품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출연했던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도 아직 보지 않았다. 지금은 십대의 마지막 가을을 귀하게 여기며 보내고 있다. 여진구는 아역이지만 드라마 <자이언트>에 출연했을 때부터 자신이 출연할 작품은 직접 골랐다고 했다. 얼마전 방영한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십대일 때 마지막으로 하이틴 장르를 찍어보고 싶어 선택한 것”이라며 “내가 선택한 작품이기 때문에 흥행이 안돼도 후회가 없다”고 했다. 

 

성인이 되면 순전한 악역도 해보고 여러 분위기를 연출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어쨌거나 <서부전선>은 저에게 전환점 같은 작품이에요. 예전엔 캐릭터를 가까운 친구처럼 옆에 뒀다면 이제는 내가 영광이처럼 바뀌었어요.” 소년은 자란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