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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엄마, 우리 꽃길 걸을까 호반길 달릴까

by한겨레

엄마와 딸, 5월에 가볼만한 여행지 3선

농협 안성 팜랜드 유채꽃·호밀밭 장관

청풍호반길엔 체험거리·볼거리 풍성

‘박물관 섬’ 강화도 청유채꽃밭도 이채

엄마, 우리 꽃길 걸을까 호반길 달릴

농협 안성 팜랜드의 유채꽃밭. 5월7일까지 유채꽃축제가 열린다. 이병학 선임기자

혼자 있을 때, 나지막이 ‘엄마…’ 하고 불러보면 안다. 금세 마음이 촉촉해지면서 따뜻하고 푸근해지거나,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먹먹해지거나 쓰라려 올 것이다. 엄마가 곁에 있어도 머나먼 곳에 있어도 그 마음은 매한가지다. 비록 엄마와의 관계가 소원해졌어도, 엄마가 억세고 거칠어지고 늙고 초라해졌어도, 다른 세상에 있다 해도 그러하다. 이름 부르기만 하면 알게 모르게 따사로운 감동의 젖줄을 줄기차게 대 주는 존재다. 엄마와 함께 여행 떠나기 좋은 봄날이 세상의 딸들 앞에 와 있다. 함께 길 떠나면 서로 손 잡아주고 털어주고 다독여줄 시간이 많아진다. 5월 이맘때 딸과 엄마가 팔짱 끼고 눈 맞추며 천천히 구경 다니기 좋은, 소소한 여행지 세 곳을 골랐다.

엄마, 우리 꽃길 걸을까 호반길 달릴

푸른 호밑밭, 노란 유채꽃밭 산책/안성 팜랜드

젊은 엄마가 초등생 딸 또는 나이 드신 엄마를 모시고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어린이 놀이시설과 목장, 목초지를 갖춘 목장 체험 테마공원이다. 안성시 공도읍에 있고 농협에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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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안성 팜랜드의 호밀밭. 이병학 선임기자

어린 딸과 함께라면, 목장의 입구 부근에 주로 머무르게 된다.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스스로 보고 만지고 구경하며 알아가도록 조성된 체험 목장이다. 미니 바이킹, 회전목마 등 놀이기구를 타거나, 낙농체험관에서 치즈에 대해 알아보며 치즈·피자 등을 함께 맛볼 수 있다. 7가지 전래동화 속 이야기를 테마로 한 동화마을 연못, 소·말·면양·타조·토끼 등을 만져보고 먹이도 줄 수 있는 가축 체험장 등에도 들러 보자. 승마 체험, 활쏘기 체험도 할 수 있고 2~3인승, 4~6인승 자전거도 빌려 탈 수 있다.

 

장·노년층의 엄마와 함께라면, 뛰노는 아이들 모습과 재잘거리는 소리는 바라보고 듣기만 해도 미소가 머금어질 터이다. 나이 든 엄마를 모시고 10분쯤 공원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볼 만하다. 아이들 소리가 잦아들 무렵, 눈에 확 띄는 화사한 경관이 펼쳐진다. 왼쪽으로는 4만평에 이르는 초록빛 호밀밭이, 오른쪽 언덕으로는 1만평에 이르는 샛노란 유채꽃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유채꽃밭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 있다. 미리 셀카봉을 준비하면 좋다. 일렁이는 유채꽃밭 사잇길이 모두 모녀가 사진을 찍을 만한 포인트가 된다. 유채꽃 절정기는 5월 중순까지다. 5월7일까지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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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팜랜드 유채꽃밭. 이병학 선임기자

짙푸른 호밀밭 언덕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아직 키가 어른 무릎 아래 높이지만 5월 중순이면 허리춤 가까이까지 자라오를 것이다. 호밀밭 언덕길은 완만해, 천천히 산책하기 좋다. 햇볕이 따갑다면 언덕 위 일대의 나무 그늘이나 쉼터에서 쉬어갈 수 있다. 공원 안에 편의점·카페와 피자집·스낵코너 등이 있고, 정문 밖에는 고기를 사서 구워 먹을 수 있는 식당과 제주음식 전문식당이 있다.

청풍호 거쳐 염색체험 하고 폭포 트레킹/제천 청풍호반

많이 걷지 않고 강바람 산바람 쐬며 자연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중앙고속도로 남제천나들목에서 나가면 청풍호에 이른다. 지난달 벚꽃으로 화려하게 봄빛을 발했던 청풍호반길 나무들은 이제 새 잎들로 덮여, 드라이브하기 좋은 푸른 숲길로 바뀌었다. 산을 파내어 드러난 거대한 뾰족바위 무리 금월봉을 거쳐, 번지점프대 등 레저시설이 있는 청풍랜드를 지나 청풍대교 앞에서 좌회전하면 또다른 호반 드라이브길이 이어진다. 볼거리·체험거리 많은 길이다. 클럽 이에스리조트 지나 왼쪽 산길로 오르면 벼랑 위의 아담한 절집 정방사에 이른다. 주차장에서 잠시 걸어오르면 정방사다. 거대한 암벽 밑에 들어선 고찰이다. 청풍호 상류 물길과 주변 산줄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암벽 밑 샘물로 목을 축이고, 화장실에도 들러볼 만하다. 변기에 앉아서도 창을 통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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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금수산 자락의 용담폭포. 이병학 선임기자

하천리는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 주민들이 옮겨와 규모가 커진 마을이다. 주민들이 힘을 모아 약초차 만들기, 약초떡 만들기, 천연 발효 염색 등 다양한 농촌체험을 운영하는 ‘산야초 마을’이다. 모녀가 마주 앉아 쪽·꼭두서니·치자 등을 이용해 손수건·티셔츠·스카프 염색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예약 필수(043-653-4588). 예약하면 주민들이 차려내는 산야초비빔밥·한방수육 등도 먹을 수 있다. 숙소도 있다. 깔끔한 회관 숙소와 소박한 민가 민박이 있다.

 

조금 더 가면 산수유마을로 이름난 상천리다. 산수유꽃은 이미 다 졌지만 마을 경치는 여전히 아름답다. 이 마을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금수산 자락의 용담폭포다. 거대한 암반 사이에 걸린 폭포의 높이는 30m다. 오며 가며 들려오는 자욱한 계곡 물소리도 청량하다. 마을에서 폭포 앞까지 1㎞지만, 걷기 부담스럽다면 마을길을 따라 절반쯤까지 차로 들어갈 수도 있다. 길이 좁으니 운전은 조심해야 한다. 이 마을 ‘금수산 손두부’ 식당은 주인 할머니가 두부를 직접 만들어 내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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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비봉산 모노레일. 비봉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청풍호 경관이 아름답지만, 연말까지 케이블카 공사로 정상에서 내리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정상 부근까지 순환 노선으로 운행된다. 이병학 선임기자

청풍호반의 청풍문화재단지를 둘러보거나 비봉산 모노레일을 타보는 것도 좋겠다.

고인돌 옆 청유채 꽃밭 보고 노천욕/강화도

강화도 하점면 부근리는 고인돌로 유명한 마을이다. 강화도 일대 고인돌 무리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지만 특히 부근리 고인돌은 규모가 커 남한 최대의 탁자식 고인돌로 꼽힌다. 이 고인돌과 주변의 고인돌 무리를 중심으로 고인돌광장이 조성됐고, 앞에는 강화역사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도 들어섰다.

엄마, 우리 꽃길 걸을까 호반길 달릴

강화 부근리 고인돌. 이병학 선임기자

요즘 이 마을에는 새로운 볼거리가 생겨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고인돌광장 바로 옆에 펼쳐진 7000여평에 이르는 청유채 꽃밭이다. 노란색 유채꽃이 아니라 보라색 유채꽃이어서 이채롭다. 국내 연구진이 소래풀(제비냉이·보라유채)을 개량해 만든 식용 꽃인데, 푸른빛을 띤다 해서 청유채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청유채는 5월 말까지 보라색 꽃물결을 보여줄 전망이다. 청유채밭 둘레엔 강화순무를 심어 5월 초·중순이면 노란 순무꽃밭도 감상할 수 있다. 5월20일까지 이곳에서 ‘제1회 강화 청유채 축제’가 벌어진다.

 

지난해 7월 강화도와 다리로 이어진 석모도엔 전망 좋은 바닷가 노천온천탕이 있다. 강화군청이 지난해 1월 개장한 ‘석모도 미네랄온천’의 노천탕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닷가 옆 공간에 욕조 15개를 갖추고 있다. 모녀가 함께 뜨거운 탕 속에 앉아 시원한 바닷바람 쐬며 이야기 나누는 맛도 각별할 것이다. 지하 460m 깊이에서 뽑아올린 섭씨 51도의 천연 온천수를 쓴다. 미네랄 성분이 많아 피부 미용, 혈액 순환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반바지를 빌려 입어야 하고, 수질 보전을 위해 비누·샴푸는 쓸 수 없다. 주말엔 매우 붐빈다.

엄마, 우리 꽃길 걸을까 호반길 달릴

강화 부근리 고인돌광장 옆에서 볼 수 있는 청유채꽃밭. 5월20일까지 청유채축제가 열린다. 이병학 선임기자

여행 시기가 5월 중순이라면 길상면 초지리의 또다른 이색 꽃밭도 찾아볼 만하다. 도로와 논 사이 수로에 자리한 매화마름밭이다. 규모가 매우 작고, 꽃 또한 매우 작은 종이지만 사라져가던 토종 꽃 군락지를 어렵사리 보전해온 곳이라는 점에서 찾아볼 만하다. 매화마름은 1960년대까지 흔했던 물풀인데 개발 여파로 습지가 파괴되면서 지금은 서해안 일부에서만 볼 수 있는 멸종위기종이 됐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군락지를 사들이고 기증받아 보전하기 시작했고, 논 습지로는 최초로 ‘람사르 습지’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4월 말부터 피기 시작해 5월 중순까지 손톱만한 노란 꽃들이 수로를 가득 메운다.

 

초지대교에서 강화대교 사이 해안 따라 이어진 조선시대 전적지 초지진·덕진진·광성보·갑곶돈대 등도 볼거리다. 갑곶돈대 들머리 강화전쟁박물관 정원에는 붉은 영산홍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모녀 외국 여행지 4선

엄마와 딸이 다녀오기 좋은 외국 여행지는 어딜까. 하나투어가 최근 모녀 여행자가 선호하는 여행지 4곳을 선정했다. 비교적 안전하고 볼거리 풍성한 곳들이다.

 

  1. 베트남 호이안 : 베트남 중부 해안, 최근 국내 여성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다낭 인근이다. 18세기 옛 시가지 모습을 잘 간직한 세계문화유산 도시다. 밤이 되면 색색의 등불이 거리를 장식해, 동화 속 세상이 만들어진다. 모녀 여행 포인트=인력거 시클로에 나란히 앉아 밤거리 구경, 배 타고 투본강의 목공예 마을 탐방 등.
  2. 타이 파타야 : 깨끗한 바다와 아름다운 섬, 고급 리조트가 즐비한 세계적인 휴양지다. 배 타고 나가 스노클링과 해넘이 등을 즐겨도 좋다. 농눗빌리지·수상시장 등 볼거리도 많다. 모녀 여행 포인트=루프탑 바에서 칵테일 한 잔, 선셋 요트 위에서 석양 배경으로 사진 찍기 등.
  3. 일본 북규슈 : 사철 국내 여성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다. 음식·쇼핑·온천 등 일본 여행에서 기대하는 대부분의 요소를 갖췄다. 1시간30분 비행이면 된다. 비용·시간 부담도 적다. 모녀 여행 포인트=석양의 후쿠오카 나카스 강변 산책, 온천마을 유후인에서의 휴식 등.
  4.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자주 꼽힌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문화·예술·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도시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호주 특유의 대자연이 펼쳐진다. 모녀 여행 포인트=카페 골목에서 호주 카페라테인 ‘플랫화이트’ 마셔보기, ‘그레이트 오션 로드’ 드라이브 등.

 

정리 이병학 선임기자

모녀 사이

어머니와 딸을 아울러 이르는 말. 엄마의 모습을 닮아가면서 뿌듯해하거나 원망하는 딸, 자신의 삶과 같거나 다르게 살기를 바라는 엄마. 연관 검색어로 ‘모녀 여행’ ‘모녀 커플룩’ ‘모녀 영화’가 뜰 정도로 모녀 사이는 독특한 점이 있는 가족 관계.

안성 제천 강화/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