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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싱가포르에서…왜?

by한겨레

미국·북한 대사관 모두 설치된 중립국 이미지

중국-대만 양안 정상 최초로 손잡은 곳

매년 아시아안보회의도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려

김정은 위원장 비행기로 한번에 이동 가능


트럼프 한때 판문점에 끌렸으나

참모들 반대 못 꺾고 제3국 선택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싱가포르에서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장소는 한반도가 아닌 싱가포르로 10일 결정됐다. 평양이나 판문점이 갖는 파격과 상징성보다는 한쪽으로 쏠린다는 의미를 풍기지 않는 ‘제3국’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 리얼리티쇼를 진행하듯 아리송한 예고들을 내놓으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는 초반에 “5곳을 고려하고 있다”(4월17일)→“두 개 나라까지 줄였다”(27일)고 하다가, “남·북한 접경 지역인 평화의집·자유의집은 어떤가”(30일)라며 판문점을 처음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이 잘 풀린다면 제3국이 아니라 그곳에서 회담을 여는 것이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부추겼다. 이때 싱가포르도 후보지로 언급했다. 이어 10일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마중나간 자리에서도 “날짜와 장소를 정했다. 곧 발표하겠다”더니 그로부터 몇시간 만에 ‘6월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계획을 트위터로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만나기로 합의한 것은 이곳이 갖고 있는 중립적 이미지와 이동의 편리성 등을 양쪽이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미국·북한 대사관이 모두 설치돼 있는 데다, 주요 외교 협상의 무대로 역할해왔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이 1949년 두 나라가 분단된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양안 정상회담’을 한 곳이 싱가포르다. 싱가포르가 중국·대만 양쪽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싱가포르는 또 2002년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방장관과 민간 안보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아시아안보회의를 해마다 열고 있다. 호텔 이름을 따서 ‘샹그릴라 대화’로 불리는 이 회의에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이 매년 참석하고 있다. 2015년 북한 외무성 부상과 미국 전직 관리들이 비공식 회담을 싱가포르에서 열었고, 그보다 앞서 2009년 한국의 임태희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과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비밀 접촉을 한 장소도 싱가포르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의 그레이엄 옹웹 연구원은 현지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싱가포르는 외국의 이슈에 관해 한쪽 편을 든 적이 없고 대화 중재 역할도 잘 수행했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의 이상적 개최국”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에서 비행기로 6시간 반 거리여서 김 위원장이 전용기로 한 번에 닿을 수 있다. 경호와 미디어 접근성에서도 장점을 지녔다. 아시아안보회의가 열리는 샹그릴라 호텔이나 센토사 호텔 등이 회담 장소가 될 수 있다.

 

싱가포르로 결정되기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막판까지도 평양 개최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백악관은 판문점이나 싱가포르 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도 판문점 개최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싱가포르로 결정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선 안 된다’는 참모들의 의견을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미국 언론은 그동안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여는 데 대해 백악관 참모들이 4·27 남북정상회담을 이미 한 곳이어서 신선도가 떨어지고, 한반도 분단의 상징성 때문에 회담 집중도가 떨어지며, 남북이 회담을 주도하는 인상을 준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회담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북한 땅이 붙어있는 판문점을 찾아가는 것은 부담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팽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