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이슈 ]

위기의 ‘옥상냥이’…강동구청 노조 “30일까지 방 빼라”

by한겨레

강동구청 길고양이 쉼터에는 무슨 일이?

노조 “30일까지 이전 방침 안 밝히면 고소하겠다”

캣맘 “지역의 생명교육장…이전 힘들다”

강동구청 고심 중, 동물자유연대 중재 나서

위기의 ‘옥상냥이’…강동구청 노조 “

강동구청 성안별관 길고양이 어울쉼터에서 지내는 고양이가 옥상 마당에서 시간을 보내다 하품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시 강동구청 성안별관 옥상 ‘길고양이 어울쉼터’의 공기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열댓 마리 고양이들은 늘어지게 잠을 자고 일어나 봄바람에 기지개를 켰다.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일요일의 구청 옥상은 평소보다 한가로웠다. 이들을 돌보는 강동구 길고양이 돌봄단체 ‘미우캣’ 회원들만 타들어 가는 마음으로 옥상에 올랐다. 이날은 강동구청공무원노동조합(강동구청 노조)이 통보한 길고양이 쉼터 이전 요청 기한일이었다. 노조 측은 지난달 13일 강동구청장과 미우캣 측에 공문을 보내 길고양이 쉼터 조성 이후 옥상을 휴게 공간으로 사용하던 직원들의 사용이 불편해졌다며 이전 요구를 했다.

 

철거민 신세로 내몰린 이들은 강동구에서 구조된 길고양이들이다. 어미에게 버려졌거나, 길을 잃거나, 다친 길고양이들은 이 지역 캣맘들에게 구조돼 치료를 받고, 일정 기간 이곳에서 보호를 받으며 지내다 다시 살던 영역에 방사되거나, 혼자 살아나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가정에 입양을 간다.

 

2017년 2월 강동구청 성안별관 옥상에 설치된 어울쉼터는 3개월 미만의 고양이나 돌봄이 필요한 다친 고양이 등이 임시로 머무는 공간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11일 오후 강동구청에서 ‘애니멀피플’(애피)과 만난 김미자 미우캣 회장은 “동물보호소에 들어가 안락사당할 가능성이 큰 길고양이들을 구조해 치료하고, 다시 내보내는 과정을 통해 지난 1년간 300마리 가까운 고양이들을 살렸다. 지난 1년간 평균 15마리 안팎의 개체 수만 유치하고, 단체에서 하루에 한명씩 당번을 정해 청소하고, 비품을 관리하는 등 청결에 최선을 다했다. 1년 새 알려지면서 지역 아이들의 생명 교육장으로서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노조의 이전 요구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였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를 다시 적응시키는 일, 현재와 같은 시설을 갖출 수 있을지 여부 때문에 직원 휴게 공간을 늘리는 등 절충안을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위기의 ‘옥상냥이’…강동구청 노조 “

고양이들이 어울쉼터 내부에서 쉬고 있다.

23일 백남식 강동구청 노조위원장은 애피와의 통화에서 “직원 민원은 2017년 2월 설치 이후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직원들 동의 없이 구청장 권한으로 고양이 쉼터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옥상에서 휴식을 취하던 직원 중 한 명이 고양이 피부질환인 ‘링웜’에 옮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임신한 직원 중 한명은 갑자기 뛰어나온 고양이 때문에 넘어져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뻔했다. 고양이가 무서워 옥상에 못 올라가 화장실에서 쉬는 직원도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한 “길고양이 쉼터는 불법건축물로 위법 행정에 해당한다”며 30일까지 이전 확정이 되지 않으면 이해식 강동구청장, 미우캣, 강동구청 동물복지팀 관계자 등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한편 강동구청 동물복지팀은 팀 차원에서 받은 직원들의 민원은 없었다고 밝혔다. 최재민 강동구청 동물복지팀장은 이와 관련해 “직원 편의 문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팀 입장에서 이 문제가 대두하면서 구청에서 해왔던 동물복지 행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무원도 싫다고 하는데 우리 집 앞 길고양이 급식소는 왜 그대로 두냐고 하는 주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역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공무원 입장에서 난감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60개가량의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된 강동구는 전국 최초로 동물복지 조례를 공포하기도 해 동물친화 지자체로 알려져 있다.

 

노조 측은 위생 문제도 들었다. 백 위원장은 “고양이가 옥상 공원으로 꾸며놓은 화단에 용변을 봐 청결 문제가 심각하고, 배수로로 오물이 흘러들어 간다”고 주장했다. 이에 캣맘 단체는 "화장실은 방수 처리한 공간을 마련해 모래를 갈아주고, 실내 공간 내에도 배변판을 마련해뒀다. 배수관을 통해 흘려보내는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위기의 ‘옥상냥이’…강동구청 노조 “

강동구청공무원노동조합이 강동구청장과 강동구 길고양이 돌봄 단체 ‘미우캣’에 보낸 길고양이 쉼터 이전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 강동구청노조 제공

길고양이를 돌보는 시민들과 강동구청 노조의 주장이 팽팽히 대치하면서, 동물보호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가 중재에 나섰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9일 미우캣 활동가들과 강동구청 동물복지팀을 만났고, 노조 측과 만남 일정을 조율 중이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고양이를 돌보는 시민과 고양이가 머무는 건물 사용자 혹은 해당 건물주와의 갈등은 많았지만, 고양이 돌봄을 내세운 지자체 내부에서 갈등이 불거진 사례는 처음이다. (동물보호단체라고) 고양이만을 위한 중재 역할을 하려는 게 아니라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