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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삼대가 떠난 유럽 캠핑카 여행…“참된 삶 깨달아”

by한겨레

위암 판정 두번 받은 오재철 작가

아내·딸·부모와 함께 유럽여행 계획

선택한 여행법은 캠핑카로 야영하기

20박21일…유럽에서 삶의 기쁨 찾아

삼대가 떠난 유럽 캠핑카 여행…“참된

식사는 주로 캠핑카 옆에서 함께 했다. 오재철 제공

오재철 작가는 카메라를, 아내 정민아씨는 펜을 들고 세계 여행을 한다. 이들은 결혼 자금을 오롯이 여행비용으로 써 유럽 등의 낯선 거리를 다녔다. 그 결과물로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함께, 다시, 유럽> 등의 책을 출간했고 각종 라이프스타일 강연에서 여행의 참맛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달 이들은 또 다른 도전을 했다. 딸 아란이에게 세상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두 번째 세계 여행을 떠난 것이다. 독특한 건 이들이 선택한 여행법이다. 현지에서 캠핑카를 빌려 여행했다. 또 정민아씨의 부모도 동행했다. 삼대가 떠난 20여일의 긴 여행 동안 겪은 빛나는 삶의 경험을 ESC에 보내왔다.

 

삼대가 떠난 유럽 캠핑카 여행…“참된

“엄마, 아빠! 일어나요. 짹짹, 새소리가 들려요!” 휴대전화의 앙칼진 알람 대신 아이와 작은 새의 부드러운 재잘거림으로 시작되는 아침, 캠핑카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크게 숨을 들이마셔 본다. “엄마, 오늘 미세먼지 없어요? 마스크 안 써도 돼요?”

 

매일 아침 미세먼지 농도를 점검한 후 (거의 일주일 내내)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게 익숙한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 미세먼지 농도부터 묻는다. 이제 겨우 4살 난 아이가 ‘미세먼지’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니 어쩐지 마음이 싸하다. “괜찮아, 여긴 그런 거 없어.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숨 쉬고 신나게 뛰어놀아도 돼!” 아이는 그제야 아침 이슬 담뿍 머금은 잔디 위를 맨발로 총총 달려나간다. “깔깔깔” 아이의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지난달 7일부터 20박21일 일정으로 떠난 이번 가족 여행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암마인을 시작으로 스위스의 융프라우 지역을 가로질러 이탈리아 북부와 오스트리아 일부를 도는 일정이었다. 가급적 대도시는 배제하고 산악 도로를 따라 알프스의 곳곳을 넘나드는, 그야말로 캠핑카 바퀴 구르는 대로 이동하는 ‘알프스 캠핑카 기행’이었다. 평생 유럽여행을 꿈꿨지만, 패키지 상품을 통해 가려니 남들 다 가는, 관심도 없는 박물관과 성당만 쫓아다니게 될 것 같아 주저하시던 부모님이 동참했다. 그리하여 시작된 3대 가족 캠핑카 여행. 60대 중반의 부모님과 세 돌 된 아이가 함께하는 것이니만큼 이번 캠핑카 여행은 첫째도 여유, 둘째도 여유, 셋째도 여유로움에 초점을 맞춰 계획했다.

 

점심 메뉴는 보통 라면 아니면 주먹밥이었다. 초원과 설원이 뒤섞인 청초한 알프스 풍경 속에 캠핑카를 세우고 먹는 밥은 가히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었다. 후식으로 막 내린 커피 한 잔과 (냉장고가 있어 가능한) 아이스크림 하나를 입에 물고 아이와 신나게 공놀이를 하는 것, 푸른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는 것, 낮잠을 자는 것, 마트에서 산 1유로짜리 비눗방울 풍선을 부는 것, 그리곤 슬슬 저녁 준비를 하는 것으로 가족의 하루가 채워졌다.

삼대가 떠난 유럽 캠핑카 여행…“참된

부모님과 딸 아란이와 함께. 사진 오재철

“오늘의 우리 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미끄럼틀이 있을까? 숲 속에 있을까? 호수 근처에 있을까?” 아이는 캠핑장을 ‘오늘의 우리 집’이라 불렀다. 첫날밤은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네카어강 근처에서 보냈는데, 이튿날 아침 백조와 수달의 깜짝 방문에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눈도 휘둥그레졌던 기억이 있다. 둘째 날은 독일 슈바르츠발트로 향했다. 영문명은 ‘블랙 포레스트’, 번역하면 ‘검은 숲’이다. 한낮에도 빛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울창하고 빼곡해서 붙은 이름이다. 라인강의 동쪽에 있으며 면적 약 1만1400㎢, 독일에서 가장 크고 깊은 자연주의 공원이다. 이 거대한 숲을 경험하기 위해 ‘바움비펠파트 슈바르츠발트'를 방문했다. 지상 40m 높이에 세워진 자연 친화적 오솔길 데크로 산책하듯 걷다 보면 어느새 녹색 수림의 바다가 발아래에서 넘실댄다. 전망대 꼭대기에 한참을 서 계시던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생애, 이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어 행운이라고. 그 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울창한 숲 속 캠핑장에서 밤을 보냈다. 아이는 마치 처음부터 그 공간에서 나고 자란 것처럼 빠르게 캠핑카 여행에 적응해 갔다. 녀석이 말하는 집이란 캠핑카나 캠핑장의 범위가 아니라 그것을 품고 있는 자연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늘 아래 머무는 곳이 바로 집이 된 아이가 그 녀석이다.

 

지난 5월, 삼대가 ‘훌쩍’ 한국을 떠났다. 실상 ‘훌쩍’이라는 단어는 입안에서 튕기는 혀의 반동처럼 가볍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일상을 벗어나 훌쩍 혹은 훨훨 떠난다는 건 누구에게나 꽤 큰 용기가 필요하다. 심지어 14개월간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온 우리 부부라 할지라도. 특히 어디로 튈지 모를 미운 4살과 함께라면 더 망설여진다. 세계 여행에서 돌아온 지 4년이 지났다. 그 사이 딸이 생겼고, 남편은 암 발병 판정을 두 번 받았다. 육종이라는 희귀암에 걸렸다는 걸 안 건 400여일의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6개월 만이었다. 허벅지에 생긴 7cm 크기의 암 종양을 제거한 지 4년, 올해 초 위암 판정을 또 받았다. 재발률이 높아 3개월에 한 번씩 추적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4년간 두 번의 암을 겪은 남편이 말했다. “다시 한번, 떠나자!”

 

가슴 시리게 푸른 자연이 보고 싶다고 했다. 자연 속으로 한 발 더 깊숙이 들어서기 위해, 가족과 더 내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복잡스럽지 않은 소도시 여행을 즐기기 위해, 잠드는 순간까지도 여행의 정중앙에 머물기 위해 우리는 캠핑카를 택했다.

 

이번 여행에서, 아니 어쩌면 생애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가장 아름다운 동화 같은 장면을 마주한 건 이탈리아의 알프스, 돌로미티 지역의 자이저 알름 캠핑장에서였다. 촉촉이 내리던 비가 개고 수천 개의 민들레 홀씨들이 햇살에 반짝이며 홀연 날아오르던 그때, 거짓말같이 하늘에 무지개가 생겨났다. 무지개는 곧 크레파스로 꾹꾹 눌러 그린 듯 짙고 선명해졌으며 급기야 쌍무지개를 피워냈다.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가족이 함께하는 모든 순간 속에서 낭만과 행복이 솟아올랐다.

삼대가 떠난 유럽 캠핑카 여행…“참된

이탈리아 돌로미티에서 만난 무지개. 사진 오재철

아이는 길 위에서 달팽이를 만났고, 무당벌레를 만났고, 다람쥐를 만났다. 백조와 오리 새끼들에게 나서서 인사를 건넸고, 비둘기와 무지개를 좇았다. 쏟아지는 별빛 아래 잠들고, 새소리에 깼으며, 빗소리에 노래하고 춤을 췄다. 흔들리는 갈대들의 바스락거리는 대화에까지 쫑긋 귀를 세울 줄 아는 아이가 됐다. 유럽여행까지 가서 이런 것들이 무슨 특별한 경험이냐고? 지난해 여름, 아이는 책에서 본 달팽이를 찾으러 가자고 했다. 비 오는 어느 날 달팽이를 찾아 두 시간을 넘게 동네를 돌았지만 결국 진짜 살아 있는 달팽이는 보지 못했던 기억이 아이에게는 있다. 별것 아니라고? 떠올려 보라! 서울 하늘 아래 진짜 달팽이를 본 게 언제 적인지, 진짜 무당벌레를 손 위에 올려본 게 언제 적인지.

 

또한,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할슈타트에서 아이는 세 돌 생일을 맞이했다.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서 하루를 지냈으면 하는 바람에 준비해 간 한복을 입혔다. 신기하게 바라보는 외국인에게 한복을 설명 후 오늘이 아이의 생일이라 일러주었더니 모두 아이에게 생일 축하한다 말을 건넸다. 아이는 하루 동안 수십 명의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상투적인 케이크 하나, 자그마한 선물 하나 존재하지 않는 생일이었지만 그보다 더 큰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리라. 아이는 종일 신이 났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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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할슈타트에서 생일을 맞은 딸 아란이. 사진 오재철

아이는 자란다. 여행을 통해 마음이 자라고, 용기가 자라고, 자유로움이 자란다. 친구를 사귀는 데 필요한 건 언어가 아니라 먼저 다가설 줄 아는 용기라는 걸,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데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진실한 마음이라는 걸 스스로 깨닫는다. 실로 여행 내내 말이 통하지 않아도 국적을 초월하여 친구를 만들 줄 아는 아이가 된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부모도 자란다. 마음이 자라고, 생각이 자라고, 자유로움이 자란다. 빠르게 걷는 것보다 느리게 걷는 게 더 어렵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빠르게 걷는 것보다 느리게 걸을 때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깊이 음미할 수 있음을…. 아이와 함께하는, 삼대가 함께하는 느린 여행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참된 방법을 배운다.

 

삼대가 함께하는 20박21일 캠핑카 유럽여행 경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 하이델베르크 → 슈바르츠발트 → 콘스탄츠 호수 → (스위스) 에벤알프 → 루체른 → 룽게른 - 융프라우 → (이탈리아) 코모 호수 → 가르다 호수 → 베로나 → 베네치아 → 돌로미티 → 프라그세르 호수 →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그룬들제 → (독일) 로텐부르크

유럽 캠핑카 여행, 이것만은 알고 가자

  1. 차량 대여 : 유럽 캠핑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차량 대여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독일에서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3.5t 이하는 1종 보통 면허로 운전이 가능하지만 길이가 7.5m에 달하는 것도 있으므로 사전에 차량 크기를 확인하는 게 좋다. 확인한 후에는 한국에서 카니발 또는 트럭 같은 차량으로 출국 전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다. 캠핑카를 빌릴 수 있는 에이전시 캠판다(www.campanda.com)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 근처에 있다. 현지에서 픽업 가능한 캠핑카 대여 회사도 있다. 예마얄리자-라이제모빌레(www.jemayalisa-reisemobile.de)을 추천한다. 후자의 경우 에이전시를 통해 빌리는 것보다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2. 아이와 함께 간다면 : 아이와 함께하는 캠핑카(렌터카) 여행의 필수품은 카시트다. 현지에서 빌리는 카시트는 아이의 나이에 딱 맞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고, 있다 해도 낡고 더러운 경우가 대다수다. 초경량, 초소형 카시트는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 케이시(KC. 한국 국가 통합 인증)와 엠지에이(MGA. 미국도로교통안전국 충돌 안전기준) 테스트를 모두 통과하여 안전성 면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우리는 유아 외출용품 브랜드 포브에서 출시된 리니(2.5kg)를 선택했다.
  3. 약은 필수 : 아이나 노인과 떠날 때는 상비약 구비는 필수다. 병원에 가서 어느 지역을 여행할지 얘기하고 미리 조사한 목록을 의사에게 얘기하면 된다. 의사는 검토해서 처방해준다. 기본적으로 어린이용 감기약, 해열제(교차 복용을 위해 두 가지 계열로 준비), 지사제, 항생제와 유산균 치료제, 상처에 바르는 연고를 준비한다. 체온계도 필수다. 이밖에 일회용 밴드 및 어른용 종합감기약과 지사제, 진통제 등을 준비하면 좋다. 추가로 지역에 따라, 여행하는 계절에 따라 해충방지제 등을 준비하자.

여행 사진가 오재철이 추천하는 유럽 캠핑장

  1. 캠핑 하이델베르크 네카르탈 : ‘캠핑 하이델베르크 네카르탈’(Camping Heidelberg Neckartal)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1시간여 떨어진 하이델베르크에 위치한 캠핑장으로 프랑크푸르트에서 캠핑카 여행을 시작할 경우 첫째 날 묵는 캠핑장으로 추천한다. 하이델베르크 시내와 가까우면서도 네카어강 인근에 있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하이델베르크 성까지 자동차로 10여 분 걸린다. (www.camping-heidelberg.de) 하이델베르크 성 주변 캠핑카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 주소는 다음과 같다. ‘69117, Schloß-Wolfsbrunnenweg, 69117 Heidelberg, Germany’.
  2. 융프라우 캠핑장 (스위스, 라우터브루넨) : 스위스의 융프라우 지역을 여행한다면 라우터브루넨에 있는 융프라우 캠핑장을 추천한다. 마을이 자리하고 있는 U자형의 계곡 깊숙이 있다. 이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슈타우바흐 폭포를 비롯해 마을의 70여개 폭포를 캠핑장 내에서 감상할 수 있다. 라우터브루넨 역은 쉴트호른으로 가는 등산 열차를 타는 지점이며, 인터라켄에서 열차로 약 20분 걸린다. 역에서 캠핑장까지는 도보로 15분. (www.campingjungfrau.swiss / Weid 406, 3822 Lauterbrunnen, Switzerland)
  3. 캠핑 자이저 알름 : 해발 900m에 위치한 5성급 캠핑장 ‘캠핑 자이저 알름’(Camping Seiser Alm)은 이탈리아어로는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로 불린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알프스산맥의 주요 거점지인 돌로미티에 있다. 캠핑장에서 웅장한 알프스 산맥의 일부를 바라볼 수 있으며, 부대시설 또한 호텔급으로 매우 쾌적하고 고급스럽다. (www.camping-seiseralm.com)

체험여행

외국에서 하는 마라톤 참가, 파리 미식 여행 등 평소 개인의 관심사를 집중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주목적으로 한 여행. 국내 여행업계에 따르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밀레니엄세대에서 시작된 새로운 여행 문화라고 한다. 자기만의 의미 있는 경험을 추구하는 게 특징.

글 정민아, 사진 오재철 여행 작가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