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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돌고래가 점프하고 난 다음을 보세요

by한겨레

[애니멀피플] 돌고래쇼 제대로 보는 법

미국 올랜도 씨월드 범고래쇼, 돌고래쇼 가 보니

돌고래가 점프하고 난 다음을 보세요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한 마리의 범고래는 1분 동안 4번의 점프를 했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또 다른 1분 동안은 옆 지느러미로 물을 쳐서 관객석으로 물을 뿌려주기를 반복했습니다. 반원 모양의 수조 왼쪽과 중간, 오른쪽 각각 1번씩 왕복 2차례, 총 6회의 물보라가 일었습니다.

 

한 회 공연에 참여한 범고래는 모두 3마리, 3마리의 범고래가 20분 동안 이어진 공연에서 점프한 횟수는 모두 20여회, 지느러미나 배를 쳐서 물 뿌리기 10여회, 물구나무서듯 꼬리를 물 밖으로 내밀어 인사하는 횟수 10여회 등이었습니다. 범고래는 돌고랫과 중 가장 몸집이 큰 돌고래입니다. 영어 이름은 ‘킬러 웨이(Killer Whale)’, 학명은 ‘오르카(Orcinus Orca)’로 육식입니다.

 

안녕하세요. 한겨레가 만든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에서 기사 쓰고 있는 최우리입니다. 지난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씨월드 범고래쇼와 돌고래쇼 등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미국 올랜도를 여행 가시는 분들에게 씨월드는 매우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동물 학대로 ‘악명’높은 범고래쇼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2016년 3월 씨월드는 2019년에 이곳 올랜도 씨월드와 샌안토니오 씨월드의 범고래 공연을 폐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어 동물보호단체들은 2019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현장에 가보니 범고래들의 고된 노동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애니멀피플>은 씨월드 범고래쇼를 통해 돌고래쇼 바로 알고 보는 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돌고래쇼를 보러 간다고 해도 무조건 쇼를 보며 기뻐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동물 쇼의 이면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함께 가는 친구나 애인, 자녀가 있다면 이 기사는 더욱 좋은 정보가 될 것입니다. 

돌고래쇼 이것만 알고 가자 

첫째, 점프하거나 조련사의 몸짓을 따라 물속에서 춤을 추거나 어떤 행동을 한 다음의 조련사와 범고래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조련사와 범고래는 꼭 자신만의 짝꿍이 있습니다. 1분에 4번 점프를 하고 난 씨월드의 범고래는 자신을 담당하는 조련사가 있는 무대 중앙으로 배를 밀고 올라가 몸을 활처럼 휘며 입을 크게 벌렸습니다. 조련사가 죽은 생선이 가득 든 양동이를 들고 범고래 입에 쏟아줍니다. 조련사가 다시 수조 안으로 돌아가라는 손 신호를 보내자 범고래는 다시 물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다시 지느러미로 물을 튕긴 후 무대로 돌아와 생선을 몇 마리 더 받아먹습니다.

 

결국 공연과 보상은 한 세트입니다. 공연 때만, 또 동작에 성공했을 때에만 먹이를 주는 것이 돌고래 조련의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동작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 하면 물고기를 못 받아먹기도 하지요. 이와 관련해 재밌는 것은 또 있습니다. 야외쇼장이라면 물새가 반드시 나타납니다. 이날도 죽은 생선 냄새를 맡은 백로가 범고래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지 모르는지 무대 주변을 한참이나 서성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돌고래가 점프하고 난 다음을 보세요
돌고래가 점프하고 난 다음을 보세요

둘째, 수조 안에서 하는 돌고래들의 행동 중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 것은 무엇인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돌고래들이 머리만 내밀고 몸을 수직으로 서 있는 자세(스테이셔닝)는 먹이를 받아먹지 않는 야생에서는 필요가 없는 자세입니다. 꼬리지느러미만 수면 밖으로 내밀고 흔들거리는 동작 역시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 있으신가요?

 

바다에서처럼 점프하니까 수조 안에서도 그나마 운동을 할 수 있지 않냐고요? 한다고 해도 1분에 4번씩 정해놓고 점프를 하지는 않습니다. 더욱이 전 씨월드 범고래가 수면 위로 몸이 쑥 올라왔다가 다시 머리부터 떨어지는 수조 속 점프할 때 대단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는 것과 달리 점프 거리가 멀지도 않았고, 체공시간이 길지도 않았기 때문이지요. 점프를 보고 범고래나 돌고래가 좁은 수조 크기에 맞춰 ‘뛰어올라 주는’ 것이지 자유롭게 뛰어올랐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가끔 돌고래들은 정해진 점프를 하지 않거나 대충 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건 이 모든 과정이 시시하고 지루해서일지도 모릅니다.

 

셋째, 당장 인명 사고가 난다고 해도 아주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범고래쇼는 아니지만, 돌고래쇼에서는 조련사와 돌고래가 함께 헤엄칩니다. 서로의 신뢰 관계가 있어 가능한 공연이지만 돌고래가 인간을 상대로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범고래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고기를 받아먹던 범고래가 조련사를 이빨로 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2010년 씨월드의 범고래 ‘틸리쿰’이라는 범고래가 조련사 던 브랜쇼를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숨지게 한 일이 있었는데, 이는 영화 <블랙피쉬>로도 만들어졌지요.

돌고래가 점프하고 난 다음을 보세요

인간의 노동과 무엇이 다른가 

저를 포함한 관람객들은 이날 참 즐거웠습니다. 범고래가 지느러미를 살짝만 튕겼는데 파도가 크게 일더니 관람석 앞쪽이 물바다가 됐습니다. 덕분에 미국 남부의 뜨겁고 찐득한 더위를 씻어낼 수 있었죠. 씨월드에서 공연용 음악으로 사용하는 ’Side by Side’라는 우아한 노래에 맞춰 범고래들이 떼 지어 유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아름답다고 감탄했습니다. 8시 45분 밤 공연에는 쿵작거리는 클럽 음악과 DJ도 등장해서 흥을 돋우니 한 여름밤의 성대한 파티가 이만할까 생각했습니다. 돌고래쇼 역시 9마리의 돌고래가 같이 뛰어오르는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즐거움만 남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자 때문에 하루에 범고래쇼 두 번과 돌고래쇼 두 번 등 총 4번의 공연을 관람한 지인은 “처음에는 너무나 놀라웠다. 하지만 공연을 볼수록 감흥이 줄어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개인이 평생 돌고래쇼를 몇 번이나 볼까요. 몇 번 보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환상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느끼는 찰나의 환희를 위해 범고래와 돌고래들은 평생을 수조라는 좁은 작업장에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방식대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물고기를 받아먹습니다. 일하고 보상받는 체계가 인간의 ‘노동’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관람객은 “놀랍다. 하지만 범고래들이 군무를 너무 잘 춰서 불쌍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올랜도/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