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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페이스북 ‘좋아요’에 들뜨는 나, 중독일까 아닐까

by한겨레

페이스북 ‘좋아요’에 들뜨는 나, 중

지은이는 페이스북 ‘좋아요’에 울고 웃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지은이는 ‘좋아요’ 개수가 자신의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다고 충고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페이스북 ‘좋아요’에 들뜨는 나, 중
페이스북 심리학

수재나 플로레스 지음, 안진희 옮김

책세상·1만4800원

 

‘포스트잇 이별’ ‘카카오톡 이별’은 벌써 구식이 됐다. 이제 사랑의 끝을 알리는 일은 페이스북으로 간단히 해결된다. ‘~와 연애중’이라는 자신의 상태 표시 옆에 새로운 연인의 사진을 올리는 식이다. 

 

<페이스북 심리학>은 실제 삶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가상 관계 속에서 희로애락을 강하게 느끼는 이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이다. 2004년 탄생한 페이스북은 5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됐다. 올 8월엔 처음으로 하루 이용자가 10억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미디어 비평가인 지은이 수재나 플로레스는 이런 초거대 소셜네트워크의 장기적 영향을 염려하며 3년 동안 전 연령대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인터뷰했다. 

 

삶 지배하는 소셜미디어

통제 잃고 금단 증세까지 

페이스북 집착증 ‘처방전’ 

 

지은이는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실제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꼼꼼히 파헤친다. 사람들은 페친의 ‘좋아요’나 ‘뜬금포’ 같은 댓글 한마디에 커다란 기쁨 또는 혼란을 느낀다는 것이다. “누군가 쓴 수동-공격적 댓글, 뚜렷하지 않은 대인 경계선, 스토킹, 소셜미디어 중독 등 페이스북은 심리치료 상담에서 새로운 차원을 열어젖혔다.” ‘페북’이 가뜩이나 뜨거운 심리산업에 풀무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페이스북을 하며 사람들은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기 어려워 혼돈에 빠지기 일쑤다. 자신의 휴가, 이벤트, 가족, 함께 사는 강아지나 고양이까지도 비교 대상이 된다. 하지만 지은이는 남이 올리는 포스팅(게시물) 가운데 상당 부분은 편집된 장면일 수 있다고 말한다. ‘페이스북 아바타’로 끝없이 행복한 가족 사진을 올려대던 한 여성이 실제로는 결혼 생활의 파국을 외면하려고 그랬다는 것이 한 예다. 비록 누군가 꾸며낸 가짜 이미지일지라도 파급력은 크다. “비교가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모두 진짜다. 자존감이 타격을 입는다.” 10대는 더 심각하다. 이들은 패거리 또래 문화를 만들고, 부정적 댓글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사이버 성폭력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있다. 

 

가상 공간 안에서 ‘감정 조종자’들이 득시글대는 것도 문제다. 이들은 파괴자, 나르시시스트, 순교자, 유혹자, 스토커의 유형으로 나뉜다. 파괴자는 관계를 시작할 때 칭찬과 아첨을 일삼다가 상대의 신뢰를 얻었다 싶으면 교묘한 모욕과 비난으로 상대방을 천천히 무너뜨린다. 나르시시스트들은 페이스북에서 잽을 날린 뒤 “농담”이었다며 치고 빠진다. 되받아치면 “농담을 받아줄 줄 모른다”고 모욕한다. 순교자형은 불행을 전시하며 친구들의 격려와 동정을 유발한다. 이런 상황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대처법은 ‘침묵’이다. 지은이는 “그들의 몸부림을 그냥 보고 즐기라”고 한다. 그다음엔 “치유를 위해 분노를 놓아버리는” 것이다. ‘처방전’이야말로 이 책의 고갱이다.

 

‘페이스북 중독’에 대한 기준도 제시한다. 페이스북을 보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쓴다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금단 증상이고 내성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중독 대처법은 간단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포스팅을 하고 나면 로그아웃하라, 페이스북 확인을 하루 세번만 하라, 오프라인 우정을 유지하는 데 똑같은 시간을 할애하라 등이다. 일기처럼 사생활을 전시하는 것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왜 포스팅을 멈추지 못할까? 이는 인간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음식을 먹거나 섹스를 할 때와 같은 두뇌 부위가 활성화될 정도로 기쁨을 느끼는 탓이다. 무심코 올린 사적인 포스팅이 걱정된다면 타임라인을 구석구석 훑으며 삭제하면 된다. 

 

이 책은 거대한 감시 기계의 성능을 무시하지 말라고 한다. 위키리크스 창업자인 줄리언 어산지의 말처럼 “페이스북은 지금껏 발명된 것들 중 가장 끔찍한 스파이 기계”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와 사진을 편집하며 작은 통제감이나 권능을 느낄지 몰라도 ‘디지털 자기결정권’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지은이는 충고한다. 마치 인생의 많은 부분을 자기가 결정하는 듯 느껴지더라도, 사실은 착각인 것처럼.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