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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퇴직 전 ‘경력세탁’ 뒤
기업에 일대일 짝지어준 공정위

by한겨레

운영지원과, ‘재취업 프로그램’ 운영
일대일 짝지어주는 ‘직업소개소’ 노릇

상당수는 특별한 업무 없이 1억 연봉

업무추진비 명목 법인카드도 받아

전직 공정위원장·부위원장 개입 의심

퇴직 전 ‘경력세탁’ 뒤 기업에 일대

검찰이 ‘경제검찰’(공정거래위원회)의 해묵은 치부를 작정하고 파헤치는 모양새다. 공정위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그동안 ‘소문’과 ‘짐작’만 무성했던 공정위-대기업 사이의 유착이 어느 정도 드러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한겨레> 확인 결과, 검찰이 파악한 공정위의 과거 행태는 기업과 공무원의 부정한 유착을 차단하려는 공직자윤리법 취지를 근본부터 허물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퇴직을 앞둔 고위 간부의 ‘재취업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거나, 이들의 대기업 취업을 위해 조직 차원에서 미리 기업 관련 업무·부서에서 빼주는 ‘경력 세탁’을 해준 점도 유착 의혹을 키운다. 이런 ‘경력 세탁’은 관련 규정이 바뀌면서 좀더 주도면밀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7월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업무 관련성 기준이 ‘퇴직 전 3년’에서 ‘퇴직 전 5년’으로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이 공정위에 억대 연봉 자리를 먼저 제안한 정황도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기업의 요청이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하지만, 검찰은 이 역시 모종의 ‘주고받기’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공정위가 2010년께부터 지난해 초까지 ‘재취업 프로그램’으로 해마다 10명 안팎의 퇴직자를 대기업 등에 재취업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주로 정년이 2년 정도 남은 4급 이상이 운영지원과로부터 경력 관리를 받았다고 한다. 운영지원과가 특정 기업과 퇴직자를 일대일로 짝지어주는 ‘직업소개소’ 역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고문 등의 자리를 얻은 퇴직자들은 1억원 안팎의 연봉에 추가로 법인카드를 받았는데, 일부는 ‘책상과 의자’가 아예 없거나 특별한 업무가 없었다고 한다. 검찰 조사를 받은 대기업 쪽은 “일부 퇴직자는 사무실도 없었다”, “한 달에 한번 법인카드 영수증을 제출하기 위해 회사를 방문하는 게 전부였다”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재취업 알선 과정에 전직 공정위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도 보고를 받거나 적극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마다 퇴직 시기가 되면 부위원장 등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연락하고, 기업 전무급 인사담당자가 공정위 사무실을 방문해 ‘재취업 연례회의’를 벌였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기업에서 2년 정도 근무한 ‘선배 퇴직자’의 재계약을 ‘승인’하기도 했지만, 내부 인사 적체가 심한 해에는 대체할 ‘후배 퇴직자’를 ‘통보’하는 식으로 자리를 대물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이런 행태는 2016년 말 국정농단 수사 때 중단됐다고 한다.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특검팀 조사에서 “대기업 측의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 운영지원과가 희망하는 직원을 알선하는 역할을 한다”고 진술한 바 있다.

 

현소은 김양진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