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신산염 먹은 쥐들은 비만에 걸리지 않았다, 왜?

[테크]by 한겨레

근육운동으로 생긴 혈중 석신산염

갈색지방의 칼로리 연소 스위치 켜

새로운 비만 해결 경로로 주목돼

미·영 공동연구팀 <네이처> 논문

“인체에서도 같은 효과낼지 관심”

석신산염 먹은 쥐들은 비만에 걸리지

과학저널 '네이처'에 석신산염이 갈색지방을 활성화시켜 칼로리를 소모한다는 연구 논문이 실려, 비만 해결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비만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적게 먹어 인체의 신진대사에 쓰이는 칼로리 자체의 양을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운동 등을 통해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방법이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공동연구팀은 19일(현지시각) 과학저널 <네이처>에 “영양물질의 대사 과정에 생산되는 석신산염이 갈색지방의 에너지 소비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생쥐한테 석신산염이 든 물을 먹이는 것만으로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포유동물의 몸속에는 여러 종류의 지방이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비만과 관련해 알고 있는 지방은 색이 하얀 백색지방으로, 에너지 저장고이다. 우리의 허리 둘레를 늘리는 건 이 백색지방이다. 반면 짙은 주황색인 갈색지방은 칼로리를 연소시켜 포유동물들이 추위 속에 체온을 유지하게 해준다. 갈색 지방세포는 백색 지방세포보다 연료인 지질방울을 더 많이 갖고 있다. 또 세포 속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도 갈색 지방세포에 훨씬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갈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조금 적으면 베이지색이 난다. 갈색지방은 미토콘드리아에서 칼로리를 연소해 열을 발생시킨다.


갈색지방이 칼로리를 열로 발산시키는 이 능력은 비만 해결과 관련해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몸을 차게 하면 갈색지방의 칼로리 연소 작용이 더욱 활발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랐다. 하지만 명확하게 갈색지방이 칼로리를 연소시키도록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찾지 못해왔다. 우리가 추위에 노출되면 뇌가 이를 인지하고 베타-아드레날린 수용체라고 불리는 단백질을 매개로 갈색지방에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이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약물은 비만을 해결하는 데 성공적이지 못했다. 에버너 밀스 미국 하버드의대 박사후연구원 등 연구팀이 갈색지방의 열 발생을 활성화시키는 ‘비밀의 경로’를 찾아나선 이유다.


연구팀은 갈색지방에 많이 존재하는 대사물질을 찾는 일부터 시작했다. 특히 추위에 노출되는 동안 갈색지방에 많이 축적되는 대사물질이어야 했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인 ‘TCA 회로’에서 대사물질의 하나인 석신산염을 찾아냈다. TCA 회로는 미토콘드리아 조직 안에서 대다수의 매개물질들을 포획하는 세포 고유의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석신산염도 생산된 세포 안에서 대부분 소비된다. 하지만 일부 석신산염은 혈액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밀스 등은 석신산염의 이탈이 근육 활동에 의해 촉발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추위 때문에 몸을 떠는 행위가 생쥐의 혈액 속에 석신산염의 농도를 증가시켰다.

석신산염 먹은 쥐들은 비만에 걸리지

석신산염 수용액을 먹인 생쥐의 갈색지방에서 칼로리가 연소되는 경로를 나타낸 그림. '네이처' 제공

혈중 석신산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아내기 위해 연구팀은 탄소동위원소를 부착한 석신산염을 생쥐한테 주사로 주입했다. 그러자 탄소동위원소는 우선적으로 갈색지방에 쌓였다. 밀스는 “갈색지방은 석신산염을 연료로 사용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갈색 지방세포를 분리한 별도의 실험을 통해 이 세포들이 석신산염을 탐욕스럽게 섭취해 연소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연구팀은 생쥐들한테 석신산염이 들어 있는 수용액을 4주일 동안 먹이자 생쥐들한테 고지방식이 먹이를 먹였음에도 비만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관측했다. 이 대사 효과에 관여하는 단백질(UCP1)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생쥐한테서는 석신산염에 의한 대사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석신산염이 갈색지방에서 열 생산과 칼로리 연소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석신산염이 갈색지방이 열 생산을 하도록 촉발시키는 과정에 대해 가설을 제시했다. 우선 ‘TCA 회로’에서 석신산염은 산화환원 효소의 일종인 석신산염 탈수소 효소에 의해 소모된다. 이 효소의 활동은 활성산소종(ROS)라고 불리는 분자를 생산한다. 이 활성산소종이 갈색지방에 의한 열 발생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석신산염 축적이 석신산염 탈수소 효소의 활성을 증가시키고 따라서 활성산소종 농도를 높여 칼로리 연소를 일으킨다는 가설이다.


이에 대해 셍 후이 미국 프린스턴대 화학부 교수 등은 <네이처>에 기고한 ‘뉴스앤뷰스’에서 “갈색 지방세포에서 TCA 회로에 대한 혈중 석신산염의 기여가 실제로 활성산소종 농도와 열 발생을 변화시킬 정도로 충분한지는 불명확하다. 석신산염이 갈색지방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다른 신호체계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후이 교수는 또 “혈중 석신산염이 뇌 같은 다른 신체 조직에 의해 감지될 수도 있다. 뇌가 갈색지방에 열을 생산하라고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생쥐에서 입증된 석신산염의 갈색지방 활성화가 사람 몸에서도 똑같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우리 몸은 생쥐에 비해 거대할 뿐더러 몸체와 피부의 비율이 쥐에 비해 훨씬 작다. 생쥐에 비해 체온을 잘 유지할 수 있고 열을 잘 빼앗기지도 않는다. 사람의 갈색지방 비중이 낮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지 모른다. 더욱이 사람은 태어났을 때보다 나이가 들면서 갈색지방이 점점 줄어든다. 갈색지방의 대사 과정 활성화만으로 칼로리 소모를 대체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백색지방에서 갈색지방의 특성을 유도해내거나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2018.07.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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