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인형탈 알바, 폭염에 이틀 연속 쓰러져

[이슈]by 한겨레

[한겨레] ‘정의당 비상구’ 조사결과 발표


회사쪽 소극적 대처에 경련·구토


구급차 출동까지 45분 걸려


초과근로 불인정·쪼개기 계약 문제도


한겨레

인형탈을 쓰고 공연하는 롯데월드 아르바이트(알바)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두 차례나 쓰러진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의당 비상구(비정규직노동상담창구)는 14일 폭염 사각지대에 방치돼있는 롯데월드 공연 알바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 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롯데월드 어드벤쳐 엔터테인먼트팀 소속 알바 노동자가 공연 도중 열사병으로 처음 쓰러진 건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달 24일이었다. ㄱ씨는 이날 오후 2시 퍼레이드 공연을 마치고 대기실로 이동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의무실로 옮겨진 ㄱ씨의 최고혈압 수치는 163이었다. 의무실 간호사는 “열사병이 의심되니 당분간 공연을 하면 안 되고, 병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한다. 이날 조퇴한 ㄱ씨는 다음날 출근했고 퍼레이드 공연 도중 다시 쓰러졌다. 동료들이 구급차를 부르려고 했으나 현장감독은 “탈진인 것 같다. 누워있으면 괜찮겠다”고 했다고 한다. 대기실 바닥으로 옮겨진 ㄱ씨는 경련을 일으켰고 구토를 했다. 점점 의식이 희미해지자 119구급차를 부를 수 있었다고 한다. ㄱ씨가 쓰러진 뒤 구급차가 오기까지는 45분이 걸렸다. 정의당 비상구가 확인한 119구급대 출동 기록에는 “14:54 현장 도착, 의식이 없는 상태, 부분적으로 경련 일어남, 혈압 떨어지지 않게 유지 조치, 건국대학교 병원으로 이송 5~6분”이라고 적혀 있었다. 건대 병원에서는 열사병 진단을 내렸고 정밀검사를 권고했다. ㄱ씨는 퍼레이드 공연 뒤 땀을 많이 흘리고 현기증, 가슴통증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ㄱ씨의 동료 ㄴ씨는 “회사는 알바노동자가 쓰러진 사실이 외부로 알려 질까봐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 대기실에 눕혀 놓은 채 쉬쉬했다”며 “공연할 인원이 안 나와서 스케줄이 안 나오면 인원을 더 채용하거나 배역을 빼야 하는데 무리하게 스케줄에 넣어서 사람을 쓰러지게 만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정의당 쪽에 밝혔다.


인형탈을 쓰고 여러 겹의 옷을 껴입은 채 공연해야 하는 롯데월드 알바 노동자들은 두통과 어지러움, 가슴통증을 느끼며 폭염 속에서 일했다고 한다. 회사가 지급하는 아이스 조끼는 실제 공연 노동자 수보다 적게 지급됐고 의상 특성상 실제로 이를 입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두세 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초과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매일 바뀌는 불규칙한 노동에 시달렸다고 한다. 정의당 비상구가 확인한 근로계약서를 보면, 이들의 노동시간은 ‘09시~18시(휴게시간 12시 30분~13시 30분)’로 적혀 있지만 실제 출·퇴근시간은 전날 밤 8~9시 정도에 확정돼 메신저를 통해 공지됐다고 한다. 쇼운영팀의 여성 노동자들은 분장 때문에 30분 일찍 출근했으나 15분 전에 출근한 것으로 기록하게 했고 공연이 끝난 뒤 정리를 위해 15~20분 더 일해야 하는 초과근무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의 고용 계약은 3~4개월 단위의 쪼개기 단기 계약이었다.


정의당은 폭염에 노출된 노동자 보호와 함께 롯데그룹 알바 노동환경 실태에 대한 근로감독을 요구했다. 강은미 정의당 부대표는 “회사 쪽은 청년 알바노동자들에 대해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롯데그룹 알바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롯데월드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해당 아르바이트 직원은 냉방 시설이 있는 실내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라며 “병원에서 퇴원한 뒤 다른 일을 하도록 권유했으나 본인이 ‘괜찮다’ 며 계속 같은 일을 하겠다고 했다. 강압적으로 탈을 쓰게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최초 탈진 증세가 발생한 뒤 바로 의무실에서 응급조치를 하고 119를 불러 병원으로 후송했다”며 “응급조처도 부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태규 이정국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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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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