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속 카약 타는 나, 주인공이 따로 없네!

[라이프]by 한겨레

요즘 달라진 한강 풍경

카약·패들보드 타는 이 늘어

바뀌는 직장인 회식 문화

노을 속 카약 타는 나, 주인공이 따

카약 전문강사 박지선씨가 패들보드 시범을 직장인들 앞에서 보이고 있다. 균형감만 익히면 쉽게 탈 수 있다.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노을 속 카약 타는 나, 주인공이 따

요즘 한강의 저녁 풍경은 색다르다. 한여름도 아닌데, 한강 둔치 잔디뿐만 아니라 물 위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광경이 연출된다. 과거 나들이나 가벼운 운동을 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카약, 패들보드(SUP·Stand Up Paddle board) 등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한강에 들러 카약을 즐기는 모습은 더는 생소하지 않다. 저녁 7시가 되면 한강은 구명조끼에 조명을 달고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물 밖의 야경 못지않게 물 위에서도 삼삼오오 모여든 카약 마니아들의 불빛으로 한강이 환히 빛난다.


지난 6일 직장인 안다슬(27)씨는 퇴근하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으로 향했다. 카약을 타기 위해서다. 한강의 한 선착장에 도착한 안씨는 카약 전문 강사로부터 약 20분 안전 수칙 등 카약을 타기 위한 기본 강습을 받았다. 구명조끼를 입은 뒤 강사와 함께 2인승 카약에 올라 노를 저으니 출렁이는 강물 따라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저녁 8시 무렵 노을이 지자 어느새 눈부신 야경이 펼쳐졌다. 안씨는 “한두 시간 전만 해도 회사 사무실이었는데, 강 위에 두둥실 떠 있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마치 근교로 여행 온 것 같다”며 웃었다.


안씨가 한강에서 카약을 타본 건 이번이 네 번째다. 평소 카약, 패들보드 등 다양한 물놀이를 즐기던 그였지만 보통 주말을 이용해 경기도 가평 등 근교에서 탔다. 그래서 자주 즐기긴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다 최근 일일 체험 플랫폼 ‘프립’ 등에 한강에서도 체험할 수 있는 물놀이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뒤 호기심에 신청해 봤던 게 시작이었다.


한강은 생각보다 넓었다. 카약을 타고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아가자, 주변은 고요했고 찰랑거리는 물결소리만 가득했다. “나 홀로 강 위를 떠다니는 것 같고 일상 속 스트레스가 절로 사라지는 기분”이라고 안씨는 말했다. 그는 굳이 먼 곳에 갈 필요 없이,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일주일에 한두 번은 카약을 타러 오게 됐다고 한다. 안씨처럼 한강 물놀이에 푹 빠진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프립 임수열(32) 대표는 “카약이 단연 인기다. 지난해보다 신청자가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지난해 7월 서울시가 한강에서 야간 수상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부터 카약 등 물놀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노을 속 카약 타는 나, 주인공이 따

퇴근 후 한강에서 2인승 카약을 타는 안다슬씨(사진 왼쪽)와 강사 박지선씨.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카약은 과거 북극 에스키모인의 이동 수단에서 유래된 물놀이다. 카약에 앉아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노를 좌우로 번갈아 저어 움직이면 된다. 준비물도 간편하다. 구명조끼만 있으면 된다. 이마저도 불편하다면 몸만 가도 된다. 카약 이용료에 포함한 곳도 많다. 이용료는 1인당 약 2만5000원에서 3만원 선이다. 단물 빠짐이 좋은 반바지나 래시가드를 챙기는 게 좋다고 한다. 카약을 타는 도중 하체가 물에 젖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가을 감기에 고생할 수도 있다.


‘카약 회식’을 하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 카약 강사 박지선(36)씨는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야근이 대폭 줄어든 게 ‘카약 회식’이 늘어나는 데, 한몫한 것 같다”고 말한다. 주로 술자리 위주였던 회식 문화가 카약 같은 물놀이를 통해 팀워크를 다지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날 동료들과 회식 겸 카약을 타러 왔다는 직장인 김아름(32)씨는 “2인 1팀으로 카약을 타면서 직장 내에서 하지 못했던 소소한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며 “함께 호흡을 맞춰 노를 저으면서 단합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카약을 타며 음악을 즐길 수도 있다. 김아름씨는 “얼마 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가수 싸이의 콘서트가 있었다. 그때 카약을 타고 있었는데 잠실 종합운동장 쪽에서 싸이의 콘서트 음악이 들렸다”며 “한강에서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 모두 한마음으로 싸이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물 위의 콘서트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때처럼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블루투스 스피커를 챙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한다. 노을 지는 야경을 바라보며 듣는 음악은 일품이다. 약 2시간 동안 노를 저으면 출출할 수밖에 없다. 과자, 닭강정 같은 한 입 거리 간식도 챙기면 좋다고 한다.


카약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물놀이는 더 있다. 패들보드다. 원래 미국 하와이 원주민들이 섬과 섬 사이를 이동하는 수단이었던 패들보드는 길고 좁은 형태의 보드 위에 서서 노를 젓는 물놀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수 이효리가 바다 위에서 패들보드를 타는 장면을 연출하면서부터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박지선씨는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는 카약과 패들보드는 균형을 잘 잡는 감각과 노를 저을 수만 있다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10대부터 70대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20∼30분 동안 수상 안전과 노 젓는 법을 교육받으면 된다.


그래도 물 위다. 주의해야 할 점은 없을까. 우선 카약과 패들보드는 크기가 작은 편에 드는 배다. 노를 사용해 장난칠 경우 물에 빠지기 쉽다. 박씨는 “야간에는 한강을 비추는 조명이 없기 때문에 개인마다 작은 야간 조명을 브로치처럼 옷에 달아야 한다”며 “단독 행동보다는 무리를 지어 활동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제 안전 수칙을 알았으니 가을밤 한강을 만끽하기 위해 물놀이에 나서보면 어떨까.

전문가가 추천한 한강 물놀이 하기 좋은 곳

  1. 써니의 패들링클럽/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대표적인 수상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서울 자양동 94 해양소년단 4호/ 카약 1인 3만원, 패들보드 1인 3만원, 요트 1인 5만원, 윈드서핑 1인 6만원/02-909-1920)
  2. 한강세븐수상레저/난도가 높은 수상놀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선수’들이 많이 찾는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361/카약 1인 2만원, 수상스키·웨이크보드 1인 2만3000원, 웨이크서핑 1인 4만원/010-9764-7574)/li>
  3. 잠실수상레져파크/아이와 함께 즐길 만한 수상놀이도 있다. 수동오리배는 아이들, 연인들이 애용하는 놀이다. (송파구 잠실동 1-2번지 잠실선착장내/카약 1인 3만원, 수동오리배 2인 2만원. 4인 2만5000원, 수상스키 1인 2만5천원/02-421-0073)
  4. 리버시티수상스키장/강남권의 대표적인 수상놀이 체험장으로 주말엔 찾는 이가 많아 예약이 필수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379-1/수상스키 1인 2만5000원, 바나나땅콩보트 1인 2만원/02-3442-3313)
  5. 레저드림스 망원수상레저사업단/취향대로 수상놀이를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짓수가 많아 찾는 이가 많다.(서울 마포구 마포나루길 435/카약 1인 1만5000원, 수상스키 1인 2만원, 웨이크보드 1인 2만원, 모터보트·땅콩보트 1인 1만원/070-4221-1387)

놀이
인간으로서의 삶의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의지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막연한 휴식은 놀이가 아니다. 일정한 육체적·정신적인 활동을 통해 정서적 공감과 정신적 만족감이 전제돼야 한다.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저녁의 삶이 보장되면서 요즘은 ’심야 놀이’가 대세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2018.09.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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