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투’에 발 묶인 사이판 현지 한국인들 “베란다 통째로 날아가”

[이슈]by 한겨레

[한겨레] 관광객 400여명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서 정보 공유


“호텔 전체가 물바다…공항 재개 정확한 일정 모른다”


외교부 “한국인 여행객 정확한 숫자 여전히 파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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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태풍 ‘위투’가 사이판을 강타한 가운데 발이 묶인 한국인 관광객들과 현지 교민들은 “평생 이런 태풍은 처음이었다”며 호텔이 물이 차고 베란다가 통째로 날아가는 등 태풍 당시의 위험천만한 상황을 전했다.


사이판 거주 한인들은 태풍의 파괴력이 ‘재난영화와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이판 거주 하루 만에 ‘위투’를 경험한 한인 신아무개(33)씨는 “재난영화는 애교였다. 평생 이런 태풍은 처음이었다”며 “태풍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강풍에 창문이 깨질 우려 때문에 밤새 창문을 잡고 있었다는 신씨는 “우리 집은 괜찮았지만, 친구 집은 자고 일어나니 지붕이 깨지고 베란다가 날아가고 없어졌다”고 전했다. 신씨는 “호텔 창문들도 깨져서 복도에 물이 차고, 현지 주민들 집과 가게는 거의 부서져서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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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에서 2011년부터 학교를 다니며 유학 중인 방지은(22)씨는 관광객들을 위해 시내 한바퀴를 돌며 영업 중인 식당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방씨의 집에는 현재 현지인 2명을 포함해 다섯명이 함께 지내고 있다. 태풍으로 친구들의 집이 모두 파손됐기 때문이다. 무더위에 전기가 끊겨 에어컨 없이 지내기 힘들다는 방씨는 “대사관에서 현지 교민의 피해를 파악하는 연락은 없었다”고 전했다.

사이판에 여행을 왔다 태풍을 경험한 김아무개(33)씨의 호텔에도 태풍으로 물이 들어찼다. “태풍 때문에 호텔에 물이 들어와서 물을 퍼냈다. 호텔이 단수되고 정전도 됐었다”는 김씨는 “창문이 깨질 것 같이 흔들려 밤새 많이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전봇대가 차를 덮치고 차가 뒤집히기도 했다”며 “어떤 한국인은 세탁기가 문 앞까지 날아왔고, 어떤 분은 거실이 무너져 대피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사이판 관광객 40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도 참혹한 현지 상황들이 전해졌다. 사이판에 갇힌 관광객들은 현지 소식과 피해 상황이 담긴 사진들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한 관광객은 “현지 교민들 차량 파손이 심각하다”며 “공황 인근은 전기가 나가서 비상 발전기 기름이나 차량 기름을 채우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숙박했다는 한 관광객은 “태풍이 오고 두 시간 만에 호텔 전체가 물바다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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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당국자는 26일 오후 “사이판에 체류하는 교민은 2000여명이고 사이판 관광객은 1800여명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사이판공항은 27일까지 잠정 폐쇄된 상태지만 공항 운영 재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이판 현지 당국에 따르면 현지시각 오늘 4시(한국 시간 오후 3시) 이후에 현지공항 재개가 결정될 예정”이라며 “재개가 결정되면 사이판 당국과 영공통과 협의를 한 후 군용기를 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항 상황이나 출국 가능 시점에 대해 현지 관광객들은 별다른 안내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이판 관광객은 오픈 단체 채팅방에서 “시내 쪽 위주로 복구가 되는 것 같고, 공항 가는 방향은 손도 못 대고 있다”며 “공항 재개 상황은 우리도 언론자료만 봤고 정확한 일정은 모른다”고 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태풍으로 고립된 한국인들을 도와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글에는 “재난 상황에서는 호텔 숙박비용이 절감된다고 하지만 25일 당일에만 숙박 연장 비용이 저렴했으며, 그 이후로는 호텔 쪽이 매우 비싼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면서 하루 숙박비가 100만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픈 단톡방의 현지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이 과장되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한 관광객은 “오늘 할인가격으로 변경된 것들은 봤지만 바가지요금은 없었다”며 “다만 기존 숙박객에게는 할인을 해줘야 하니 연장을 안 해주는 경우는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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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소식을 전하는 포털 뉴스에도 발이 묶인 현지 관광객으로 보이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달렸다. 아이디 ‘jhgo****’는 “24일 귀국인데 외교부는 모르쇠로 항공사에 연락하라고 한다. 항공사에서도 정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며 “애들은 아프고, 정말 어찌 해야 집에 갈 수 있을까. 사이판공항 복구 한달 걸린다는 말도 나오고, 여기 갇힌 한국인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고 댓글을 달았다. 아이디 ‘cmj7****’은 “영사관콜센터로 연락했더니 피해 내용 자체를 인지도 못 하고 있었다”며 “그 어떤 답변도 주지 못하는 영사관이 참 답답하다”고 댓글에 썼다.


임재우 김민제 장예지 전광준 기자 abbado@hani.co.kr


[화보] 태풍 ‘위투’ 사이판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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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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