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막장 돈벌이, 성폭력 여성 숨지면 ‘유작마케팅’까지

[이슈]by 한겨레

‘위디스크’ 직원 “회사에서 헤비업로더 꾸준히 만나” 진술

한사성 “웹하드 업체 직원도 같이 사과해야” 규탄

웹하드업체, ‘이중페이지’ 통해 경찰 수사망 빠져나가

법 위반해도 과태료만 부과…“형사처벌 강화해야” 주장

양진호 막장 돈벌이, 성폭력 여성 숨

위디스크를 운영하는 회사 직원들이 불법 영상물을 많이 올리는 이른바 ‘헤비업로더’들을 꾸준히 만나고 관리한 정황이 드러났다. 양진호(47) 한국미래기술 회장을 둘러싼 사건의 흐름을 단순히 직원 폭행과 직장 갑질에 국한할 게 아니라 불법 영상물의 핵심 유통 경로인 ‘웹하드 카르텔’ 처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 회장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는 자사를 통한 불법 영상물 유포로 해를 입은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이를 ‘유작’이란 제목을 달아 다시 유통시키는 반인륜적 거래를 수수방관하는 가운데 지난해 각각 210억원, 1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위디스크 운영업체 ㈜이지원인터넷서비스 직원 손민수(가명)씨는 2일 <한겨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직원들이) 헤비업로더들이랑 같이 이야기도 하고 미팅도 하고 그랬다”고 밝혔다. 불법 영상물 단속을 자체적으로 열심히 한다는 이들 웹하드 업체 주장이 거짓이라는 얘기다. 손씨는 “야한 자료나 이런저런 자료들을 대량으로 올려주는 사람들(헤비업로더) 덕분에 우리가 수수료를 얻는 것도 많았다”며 “가끔 헤비업로더들이 사무실도 오고, ‘웹하드에 자료 올려서 돈 많이 벌었다’며 운영팀에 피자를 배달시켜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가 평소 불법 영상물 거래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대비한 사실도 드러났다. 손씨는 “웹하드에는 불법 자료가 많다. 흠잡힐 게 많기 때문에 압수수색이 들어올 것을 늘 조심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서버가 국내에 있는 카카오톡 대신 웹브라우저 크롬을 구동한 뒤 비밀모드에서 서버가 국외에 있는 텔레그램 웹버전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손씨는 “모든 면에서 조심스러웠다. 성인물을 다루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압수수색도 자주 나왔으니까…”라고 전했다.


비록 사용자 지시를 따라야 하는 노동자라 하더라도 ‘웹하드 카르텔’ 구조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최근 낸 성명에서 “웹하드 업체의 근무자들 또한 이 기업이 여성들의 목숨을 쥐고 돈을 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웹하드 업체 직원들은 자신의 손끝에서 수많은 여성이 고통받아왔다는 것에 대해 먼저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이처럼 불법 영상물이 유포되는 걸 방조한 직원들 역시 ‘웹하드 카르텔’의 일원으로 규정했다.


이런 카르텔을 기반으로 양 회장이 1000억원대 자산을 축적하는 동안 경찰과 검찰의 수사망은 허술했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등 공권력의 대처는 무기력했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방심위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방심위가 웹하드 업체에 삭제를 요구한 20건의 영상물이 217건으로 복제돼 25개 웹하드 사이트에서 버젓이 유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 가운데 5곳은 경찰이 최근 압수수색을 한 곳이다.


성폭력처벌법,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불법 영상물 유포를 규제할 수 있는 어떤 법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일례로 전기통신사업법은 웹하드 사업자가 불법음란정보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필터링 등 기술적인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만약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그동안은 법을 위반해도 소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쳤다. 방통위는 2016년 5월에야 처음으로 웹하드 업체 3곳에 시정명령과 함께 모두 147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웹하드 업체가 파일중개 수수료로 매년 수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에 견주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수사의 초점은 전체적인 ‘웹하드 카르텔’ 규모를 파악하고 구조를 해체하는 쪽에 맞춰져야 한다. 양진호 회장이 가짜 필터링 회사와 ‘디지털 장의업체’를 세워 관계당국의 심의를 회피하고 피해자의 불법 영상물을 지웠다 다시 띄우는 방식의 영업을 했다는 주장까지 나온 탓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이번 사건 자체가 개인의 도덕성이라든지 폭행 이슈로만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서 어떻게 여성을 착취하고 돈을 벌어왔는지 밝혀야 한다”며 “불법 영상물 업로드와 유통뿐만 아니라 필터링과 디지털 장의업체까지 어떤 구조체를 만들어 카르텔을 구성했는지 웹하드 업체가 갖고 있는 데이터센터까지 대대적으로 수사해서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다해 이주빈 정환봉 기자 doall@hani.co.kr

2018.11.0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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