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잡아낸 회계사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이슈]by 한겨레

[한겨레]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최순실 게이트때 나온 보고서에서 발견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제일 힘들어


“주식시장 통한 편법상속 종지부 찍었으면“


한겨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과실 또는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결정된 데에는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의 역할이 컸다. 홍 회계사는 지난 2016년말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문제를 발견한 데 이어, 2년 가까이 이 문제에 매달려왔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 회계처리에 대해 회계기준을 고의로 위반했다고 결정을 내린 14일, 홍 회계사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처음 발견한 날은 언제인가?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나?


“ 2016년 12월쯤이다. 최순실 국정조사 하면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찬성 할 때 회의록과 각종 자료가 나왔다. 그때 적정가치 산출보고서라는 자료가 나왔다. 주가에 따라 산정된 합병비율 1대 0.35가 찬성해도 되는 비율인지 따져보는 보고서였다. 그 자료에 삼성바이오가 매우 높게 평가되어 있었다. 총가치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15조원, 삼정과 안진은 19조원 정도로 평가했다. 이익이 안 나는 초기 단계 바이오 기업을 왜 이리 높게 평가했을까. 궁금해서 그때 삼성바이오 공시자료를 봤다가 깜짝 놀랐다. 2015년에 이익을 2조원 가까이 냈으니까. 이렇게 큰 이익이 왜 났을까 확인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확인하게 되었다.”


- 삼성바이오의 분식 회계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삼성바이오 자기자본은 6천억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4조5000억원이라는 이익이 생겼다. 자기자본이 자산에서 부채 뺀 내 재산이니까, 내 재산의 7배가 넘는 이익이 갑자기 생긴 것이다. 개인으로 비유하면 3억원 짜리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인데, 20억원쯤 한꺼번에 번 상황이었다. 로또에 당첨된 것과 비슷했다. 이런 상황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여러 요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 그 조건이 무엇이냐면 2014년까지는 지배력이 확실히 있어야 하고 2015년에 갑자기 지배력을 상실해야 했다. 그리고 2015년에 에피스의 가치를 신뢰할 수 있게 측정해야 한다. 이 요건들이 모두 충족해야만 4조5000원의 이익이 정당화된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충족되지 않았다. 2014년에 지배력이 확실히 있어야 한다는 것은 2014년에는 콜옵션이 가치가 없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건 2014년 콜옵션 평가불능 의견서를 사후에 조작한 것이 드러났다. 2015년 평가결과도 통합 삼성물산 합병회계처리를 잘 하기 위해서 짜맞춘 숫자이기 때문에, 전혀 신뢰할 수가 없었다. 2015년에 갑자기 지배력을 상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이번에 나온 내부 문건에 나타났듯이 삼성바이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 <한겨레>에서 보도한 문건에서 이 분식회계의 동기까지 드러났다. 자기자본 잠식이라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 이렇게 아무런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 4조5000억원의 이익을 잡은 것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의 내용이다. ”


-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를 밝혀내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언제인가?


“금감원의 특별감리 결과가 나온 날이 가장 기억이 난다. 특별감리 신청을 2017년 2월에 했는데 1년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동안 삼성바이오 주가는 많이 올랐고. 결국 금감원도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구나 하고 낙담하고 있었는데 올해 5월1일 전격적으로 발표를 했다. 그 때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 금감원이나 금융위, 증선위는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나?


“최근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다. 투자하는 분들도 불안해 하는 것 같다. 핵심은 2015년 잡았던 4조5000억원이라는 이익이 정당하느냐의 문제다. 그것이 부당하다는 것은 굳이 2012년부터 2014년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결론을 내릴 수 있다. 1차 감리 때도 명확했다. 시장에 과도한 불안감이 있는 상황에서 핵심이 명확하다면 결론을 빨리 내리는 것이 증선위의 역할이고 책임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 점에서 좀 아쉬웠다. 금감원이 1차 결론을 내기까지 1년 3개월이 걸렸다. 좀 일찍 결론을 내릴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살짝 있다. 그런데 2018년 5월 금감원 결론이 너무 반가웠기 때문에 그리고 삼성과 회계법인 그리고 중간에 김앤장도 등장했는데 그러한 거대한 카르텔을 뚫고 올바른 결론을 냈다는 점에서 금감원은 제 역할을 했다고 본다.”


- 이번 이슈를 여기까지 끌고 오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는 사안이 참 복잡하다. 용어도 어렵다. 종속회사, 관계회사, 지배력 상실. 콜옵션 내가격/외가격, 복잡하고 어려우니 많은 분들이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리고 삼성과 회계법인에서 국제회계기준의 모호성 또는 바이오산업의 특수성으로 더더욱 복잡하게 설명했다. 뭔가 ‘니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복잡한 사정이 있어’라고 복잡함으로 묻어버리려고 한 것이다. 이걸 어떻게 쉽게 설명할까?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파악하고 분노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이게 제일 힘들었다. 참여연대를 통해 각종 보도자료도 냈지만 별도로 오마이뉴스에 기고도 했다. 방송 인터뷰를 좋아하지 않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은 나와달라고 하는대로 나갔다. 그런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않나. 그 복잡하고 어려운 디테일을 쫓아가야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 ”


- 끝으로 덧불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출발점은 삼성물산 합병이었다. 합병이 불공정했고 무리하게 추진되었기 때문에 그걸 수습하다보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까지 나온 것이다. 이번 분식회계를 계기로 주식시장을 통한 편법상속이 종지부를 찍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3세, 4세로 상속하면서 계열사끼리 분할, 합병하는 것. 참 많이 했다. 계열사끼리 하니 총수일가가 컨트롤할 수 있었고, 최대한 총수일가에 유리한 합병구조를 만들어 왔다. 전체 주주를 위한 공정한 합병이 아니라 총수일가만을 위한 합병이었다. 그 과정에서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수많은 개미들이 손해를 봤다. 펀드를 통한 간접피해까지 고려하면 그 피해자는 국민 대다수일 것이다. 더 이상 주식시장을 통한 편법 상속을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배웠으면 좋겠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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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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