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왜 상자를 좋아하나

[라이프]by 한겨레

[애니멀피플] 조홍섭의 멍냥이 사이언스


매복하고 도피하는 야생 본능 충족…보온과 스트레스 해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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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르는 고양이의 환심을 사려고 값비싼 장난감을 사들였더니 정작 반려묘를 잡아끈 건 포장용 종이상자였다. 흔한 경험담이다. 고양이는 왜 상자를 이토록 사랑할까.


동물행동학자들은 이런 행동을 고양이가 지닌 야생성으로 설명한다. 매복 포식자인 고양이과 동물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숨기고 다가오는 먹이를 습격할 곳을 찾는다.


그런 지형이나 물체를 찾기 힘든 동물원이나 집안에서 상자는 사냥 본능을 충족하는 선물이다. 서울동물원에서 무료한 호랑이에게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수단은 빈 사과 상자를 던져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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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는 안전한 피난처이기도 하다.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인 고양이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직면하기보다는 상자 속으로 ‘사라지는’ 쪽을 선호한다. 상자가 낯선 환경에 놓인 고양이의 유력한 복지수단이기도 하다.


클라우디아 빈케 등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수의학자들은 보호센터에 들어온 유기 고양이를 대상으로 우리에 빈 상자를 넣어준 효과를 조사했다. 2014년 과학저널 ‘응용 동물행동학’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상자를 주지 않은 고양이가 새 환경에 적응해 안정하는 데 2주일이 걸린 데 견줘 상자를 준 고양이는 사흘 만에 해결됐다고 밝혔다.


고양이는 새 상자에 얼굴을 문지르는데, 자기 냄새로 가득한 상자 속에서 집 같은 안전한 느낌을 얻게 된다.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 주의 유기 고양이 보호센터에서는 운반과 적응 과정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특별히 고안한 상자를 쓴다.고양이는 체온이 38∼39℃로 높아 사람보다 훨씬 따뜻해야 쾌적하다고 느낀다. 상자는 체온을 유지하기에도 제격이다.

‘고양이는 왜 상자를 좋아할까’ 유튜브 영상

고양이과의 대형 포유류들도 상자를 좋아한다. 유튜브 영상


고양이는 상자뿐 아니라 쇼핑백, 세면대, 머그잔, 달걀판 등 빈틈에 스며드는 것을 좋아한다. 용기의 형태와 관계없이 그 내용물을 채우는 것이 액체의 특성이라면, 고양이는 액체처럼 행동한다. 마크-안토앙 파르뎅 파리 디드로대 물리학자는 ‘유동학회보’ 2014년 7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고양이는 액체이자 고체”라고 주장했다. 작은 공간에 들어앉을 때는 액체이지만 뛰어오르거나 회전할 때는 고체처럼 움직인다.


고양이가 물처럼 유연한 까닭은 어깨의 빗장뼈가 다른 뼈와 붙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머리가 들어가는 공간이면 몸통도 통과한다. 유연한 척추도 한몫한다. 야생에서 굴속의 쥐를 추격하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몸의 구조가 오롯이 남아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inke, C.M., et al., Will a hiding box provide stress reduction for shelter cats? Appl. Anim. Behav. Sci. (2014), http://dx.doi.org/10.1016/j.applanim.2014.09.00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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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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