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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10년만에 ‘초한지’ 완간
형민우 “너무 오래 걸려 미안합니다”

by한겨레

만화가 형민우 ‘초한지’ 10권 완간


이문열 소설가 동명 원작

초등생도 읽을 수 있는 활극으로

보조 작가 없이 펜 그림 고수

데뷔 25년차에 완성작 단 4편


“대작 작업에 패거리 문화 혐오하니

염세주의적 결말로 끝나게 돼

‘삼별초’ 이후 ‘프리스트’ 작업 예정”

10년만에 ‘초한지’ 완간 형민우 “

형민우 작가는 작업을 도울 어시스턴트를 두거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혼자 펜으로 그리는 작업을 줄곧 해왔다. 만화 '초한지'의 장면들. 고릴라박스 제공

할리 데이비드슨 바이크를 몰고, 오른팔엔 ‘Justice’(정의), 왼팔엔 ‘Mercy’(자비)를 문신으로 새긴 만화가. 국외 그래픽 노블을 보는 것 같은 독특하고도 밀도 높은 그림체와 염세주의로 가득 찬 세계관으로 한국 만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작가.


1일 서울 강남구 비룡소 출판사에서 최근 <초한지>(전 10권)를 완결한 형민우 작가를 만났다. 이 작품은 이문열 소설가의 <초한지>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그가 직접 스토리를 창작하지 않는 작품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프리스트>나 <삼별초>처럼 그동안 해온 무겁고 처절한 작품이 아니라 초등학생부터 읽을 수 있는 활극이라는 점도 달랐다. “처음에 제의를 받았을 때는 저랑 결이 안 맞는 것 같아서 고사했어요. 하지만 원래 고전을 소재로 한 작품을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어요. 출판사에서 마감 문제 등 작가가 역량을 발휘하게 환경을 조성해준다는 약속을 받아서 시작하게 됐죠. 이 만화는 철저하게 1980년대 복고풍 코드로 그리려고 했어요. 요코하마 미츠테루의 <삼국지>로도 공부를 많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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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초한지'를 완간한 형민우 만화가가 1일 오전 서울 강남 출판사 비룡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ahni.co.kr

항우와 유방의 대립만이 아니라 한신이라는 지략가가 성장하면서 유방과 대립하는 구도도 초한지의 핵심적인 갈등인데 한신은 마지막 권에서야 대장군이 되면서 그의 활약상은 간략히만 다뤄진다. “초반에는 호흡을 천천히 해서 20권 분량으로 하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연재가 길어지면서 10권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 돼서 뒤쪽 내용을 축약해서 넣게 됐죠. 사실 만화를 10년 만에 완결하는 건 출판사나 원작자 쪽에서 문제로 삼을 수 있는 점임에도 오래 기다려주신 것에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초한지를 그렸으면 굉장히 극단적인 작품이 됐을 거란 그의 이야기가 흥미를 끌었다. “저는 유방보다 항우에 더 매력을 느껴요. 항우는 간결한 사람이고 자신의 실력으로 올라간 인물이라면, 유방은 운이 많이 따랐고 구차한 처세술로 밑바닥에서 기어서 올라간 사람이잖아요. 만약 성인 대상 초한지를 그렸으면, 유방을 극단적으로 잔인한 인물로 그렸을 거예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처세술의 화신이자 소시오패스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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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초한지'의 장면들. 고릴라박스 제공

항우와 유방에 대한 선호의 차이는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이기도 하다. “제가 패거리를 만드는 것을 아주 싫어해요. 유방은 패거리 문화의 화신이잖아요. 좋게 말하면 큰 그릇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다른 사람을 이용해야만 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인 거죠. 삼별초도 사실 또 다른 패거리 문화의 폐단을 보여주는 사건이죠. 제가 장중한 규모의 서사를 주로 다루는데, 그러면 영웅이나 대규모 집단이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결국 허무주의적이고 염세적으로 끝나게 되는 거예요.”


그가 2017년 삼별초 항쟁을 다룬 <삼별초> 온라인 연재를 시작하자 많은 팬들이 설다. <초한지>를 마무리한 현재, 올해 말 완성을 목표로 <삼별초>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프리스트>는 언제 다시 시작하는 걸까. <프리스트>는 형 작가에게 큰 명성과 함께 악명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할리우드에 판권이 팔린 국내 첫 작품이란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프리스트>는 1998년 시작해 2006년 16권을 출간한 이후 10년 이상 연재가 중단되어 독자들의 ‘원성’과 연재 재개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다른 작품 구상은 하지 않고 있어요. 지금도 <삼별초> 작업을 하면서 글로 <프리스트>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거든요. 삼별초가 끝나는 즉시 <프리스트>를 시작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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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초한지'의 장면들. 고릴라박스 제공

데뷔 한지 25년 차지만 완결한 작품은 네 편뿐일 정도로 과작이고, 긴 연재 기간을 두는 것은 그의 독특한 작업과 생활 방식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는 어시스턴트를 두지 않는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펜으로 그리는 방식도 고수하고 있다. “많은 작품을 하려면 만화에 올인하고 개인적 사생활을 포기해야 해요. 하지만 저는 제 인생에서 그렇게까지 만화에 비중을 두진 않아요. 가족하고 보내는 시간, 사색하는 시간, 좋아하는 걸 하는 시간을 만화 때문에 포기할 순 없어요. 특히 제겐 영화가 가장 큰 자양분이에요. 지금도 하루에 기본적으로 한두편은 봐요. 친구들하고 오토바이도 타러 가고, 수공예, 지갑 만들기 같은 것도 하고요.”


혹시 <프리스트> 이후의 계획도 염두에 둔 게 있을까. “장중한 오케스트라 같은 서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일을 벌여놓고 수습하는 게 점점 쉽지 않더라고요. <프리스트> 이후 작품을 한다면, 공간과 규모를 제약해서 하고 싶은 것과 소화할 수 있는 것의 접점을 찾을 생각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은 대규모 서사니 어떻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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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초한지'의 장면들. 고릴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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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초한지'의 장면들. 고릴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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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초한지'의 장면들. 고릴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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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초한지'의 장면들. 고릴라박스 제공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