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까지 정치공세…김문수 “촛불 좋아하더니 산불정부”

[이슈]by 한겨레

“촛불정부로 알았더니 온 나라 산불”

한국당, 연이어 정부·여당 때리기

누리꾼들 “고질병 또 도져” 비판


정부 ‘화재 대응 3단계’ 조기 발령

‘이 총리 메모’ SNS 화제와 대조

문 대통령 “정부 격려해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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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산불을 정부여당 때리기 소재로 삼은 자유한국당이 역풍을 맞고 있다. 대형 재난이 닥친 상황에서 이재민의 심정을 헤아리거나 화재 복구·예방에 머리를 맞대기보다, 정쟁 소재로만 활용하려는 속 좁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6일 페이스북에 “강원도만 아니라 제 고향 경북 영천에도 제 평생 처음으로 산불 보도가 되네요”라며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에 산불, 온 국민은 홧병”이라고 적었다. 그는 “촛불정부인 줄 알았더니 ‘산불정부’”라고 비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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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변인인 민경욱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대형 산불 4시간 후에야 총력 대응을 긴급지시한 문재인 대통령, 북으로 번지면 북과 협의해 진화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빨갱이 맞다’는 한 누리꾼의 글을 공유했다가 삭제했다. 민 의원은 이튿날 아내 환갑을 맞아 제주도 가족여행을 갔다가 산불 발생 15시간 만에 복귀한 김철수 속초시장을 겨냥해서도 “예견된 재앙의 기운이 짙어져도 환갑잔치는 포기 못 하겠다는 집권 여당 출신 지자체장의 행보 하나하나가 정권과 여당의 본모습을 보여준다”는 논평을 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화재가 발생한 지난 4일 밤늦게까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국회 운영위에 붙들어뒀다는 비판을 산 바 있다.


이런 자유한국당의 태도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김 전 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누리꾼들은 7일 “적반하장 격 억지 주장” “국가적 재난에도 색깔론을 덧씌우는 고질병이 또 도졌다” 등 비판적인 댓글을 달았다. 속초시장을 비판한 민 대변인을 두고도 ‘화재가 난 뒤에 간 것도 아닌데 과도한 비판’이라는 평가가 다수였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잘한 건 좀 잘했다고 화끈하게 칭찬해도 되는 거 아니냐. 모처럼 정부가 존재 이유를 보여준 일을 했는데, 그렇게 심사가 꼬여 있으니 당신들이 잘 안 되는 거야”라고 일침을 놨다.


반면 화재대응 최고 수준인 ‘대응 3단계’를 조기 발령하는 등 정부의 재난 대응을 두고는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특히 한밤중에 전국 소방차들이 강원도로 향하는 영상이 주말 내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이낙연 국무총리의 차분한 대응도 많이 회자됐다. 이 총리는 5일 이재민들을 만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는 분들에게 의약품을 차질 없이 확보해드리겠다. 농기구나 볍씨가 타버린 농민들에게는 볍씨를 무상 제공해드리겠다”며 위로했다. 화재대응 계획을 정리한 그의 8쪽짜리 ‘깨알 메모’ 사진도 누리꾼들 사이에 많이 공유됐다.


문 대통령은 7일 페이스북에 “국민께서 한마음으로 함께해주셔 정말 자랑스럽다. 정부에 대한 격려도 감사드린다. 정부가 헌신적으로 노력해줄 것이라는 믿음이야말로 재난을 극복하는 큰 힘”이라고 적었다.


김미나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2019.04.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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