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기타·잼… 없는 것 빼고 다 파는 ‘샤오미 생태계’

[테크]by 한겨레

사람 빼곤 다 만든다?


제조· IT·플랫폼 등 문어발급 전개


세계 2000여 직영 온·오프 매장엔


가전에서 옷, 장난감, 과일잼까지


샤오미 브랜드 무려 1600여 종


‘샤오미 생태계’ 가능성을 보다


가성비·팬덤 기반 스마트폰 부진


자체 OS·빅데이터 활용해 돌파 시도


200여 제조업체 엮어 제품 다양화


비관론 뒤집고 작년엔 흑자 전환


생활공간 전체 지배자 꿈꾼다


‘생태계’ 가능성에 AIoT 본격 투자


사물인터넷·생필품 수익 지속 증가


전문가 “팬덤 통해 빅데이터 확보


활용 샤오미 전략 국내서도 참고”


한겨레

휴대폰, 청소기, 장난감, 과일잼, 클래식 기타….


중국의 기술기업 샤오미(Xiaomi)가 홈페이지에 진열해 놓은 상품이다. 통일성이라곤 없는 상품 1600종이 매일 ‘샤오미’라는 브랜드를 달고 팔려나간다. 가격과 다양성에 놀란 소비자들이 ‘사람 빼곤 다 만든다’, ‘대륙의 실수다’라며 혀를 내두른다.


샤오미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 ‘미유아이’(MIUI)를 설계한 걸 보면 정보기술(IT) 기업인데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스마트밴드 ‘미 밴드’를 떠올리면 제조업체라고도 할 수 있다. 악기와 식기 세트, 식품 등 완성품을 수집해 파는 걸 보면 유통기업과도 다름없다.


샤오미의 다양성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2010년 설립 뒤 지난해 기준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4위, 미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2위로 올라섰다. 미유아이는 매일 1억5000만대가 넘는 스마트기기와 연결된다. ‘좁쌀’(샤오미의 중국어 뜻) 기업이 지난해 기준 연간 30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보기술전문지 <테크인아시아>는 샤오미가 지난 9년간 여러 차례 부진을 겪으면서 △충성도 높은 고객 커뮤니티 △사용자 취향을 반영한 상품 제작 △알리바바에 버금가는 판매량 △온·오프라인을 활용한 직접 판매라는 다중 전략을 갖추게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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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팬덤’은 샤오미의 힘


시작은 가격 경쟁력이었다. 샤오미는 신기술 연구비, 부품 구입비, 포장비까지 온갖 비용을 줄이고 위탁생산을 극대화했다. 온라인에 특화한 마케팅 모델은 샤오미 제품의 가성비를 더욱 높여줬다. 핵심은 ‘팬덤’이다. 샤오미는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베타 테스터’(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결함 여부를 검사하는 이)를 모집하고 고객 게시판 ‘미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해 수시로 반영했다. 창립기념일인 4월6일 전후로 ‘미펀’(Mi fen·샤오미팬을 이르는 말)들을 위한 축제를 열었고 신제품 판매는 ‘한정 판매’로 진행해 팬들을 애타게 했다.


‘기업 팬덤’ 문화엔 여러 장점이 있다. 신상품을 출시할 때 팬들의 반응으로 시장을 예측하고 제품의 제작 단계에서부터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실패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중간 유통매장에 입점하지 않고도 충성 고객에게 물건을 곧바로 팔 수 있다. 과거 제조사들이 시장조사와 대리점 개설 비용에만 수억원을 쏟아부은 것과 비교하면 훨씬 효율적이다. 가격 경쟁력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샤오미는 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처음엔 단순히 유통비용을 줄일 목적이었지만 고객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시장을 공략할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었다. 팬덤이 늘수록 온라인 직접 판매는 더 쉬워졌다. 현재 샤오미 미 커뮤니티의 하루 방문자는 88만명, 누적 가입자는 950만명에 이른다.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을 하나로


샤오미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은 스마트폰이 차지한다. ‘가성비 갑’ 스마트폰은 인도, 동남아시아, 유럽 시장을 휩쓸며 고공행진했다.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4위 업체로 올라섰다. 2014년까진 팬덤 마케팅에 힘입어 연 10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화웨이·오포·비보 등 다른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실적 부진이 시작됐다.


샤오미는 여기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미홈’(MI Home)이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 스마트폰 수요를 잡고 동시에 자체 운영체제 ‘미유아이’와 연동할 수 있는 가전제품들을 함께 팔기 시작한 것이다.


제품 주문 횟수로만 고객을 파악하는 기존 제조사들과 달리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활용하면 사용자들의 제품 구매 성향을 추적하기 쉽고 다른 제품을 권유할 수 있다. 고객이 어떤 샤오미 기기를 몇 대나 샀는지, 어떻게 활용하는지 미유아이 계정에 기록이 남는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샤오미 스마트폰과 체중계, 스마트밴드를 사서 미유아이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신체 정보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어 편리하다. 샤오미는 방대한 고객 빅데이터를 토대로 중국 본토에 오프라인 매장도 빠르게 설치해 나갔다. 샤오미 스마트폰만 가지고도 미 홈 전자기기를 구동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으로 작용했다. 2017년 샤오미는 비관적 전망을 뒤집고 60%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고 이듬해 흑자로 전환했다.


아이티 생태계의 가능성을 본 샤오미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oT) 분야에 본격 투자하기 시작했다. 올 초엔 5년 안에 총 100억위안(1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레이쥔 샤오미 대표는 “샤오미에 ‘AloT’는 ‘All in IoT(모든 것이 사물인터넷 안에)’라는 의미를 갖는다”며 “(샤오미는) 스마트폰 제조로 시작했지만 이제 ‘폰+AIoT' 전략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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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밴드’를 탄생시킨 샤오미 생태계


샤오미는 핵심 기기를 제외한 대부분 전자제품을 ‘아웃소싱’으로 제작하고 있다. 벤처기업을 발굴해 관계회사로 끌어들인 뒤 제작을 맡기는 방식이다. 대신 샤오미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발판 삼아 업체의 가격과 콘셉트 결정에 관여하고 제품을 유통한다. 이를 ‘샤오미 생태계’라 부른다. 샤오미 생태계에는 200곳 넘는 벤처·제조업체가 소속돼 있다. 국내에서 반향을 일으킨 미밴드와 보조배터리, 공기청정기가 모두 샤오미 생태계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여러 기업과 느슨하게 제휴하기 때문에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쉽다.


샤오미는 여세를 몰아 생필품에까지 진출했다. 고객들이 전자기기를 살 생각이 없어도 자주 온·오프라인매장에 들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샤오미 사이트에 들어가면 샤오미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 장난감, 가방, 과일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활용품이 진열돼 있다. 이 제품들도 샤오미 생태계 기업이 만든다. 샤오미는 전 세계 2000개가 넘는 직영 매장과 자체 사이트, 중국 최대 쇼핑몰 ‘티몰’을 통해 자사 물품을 판다.


샤오미는 생태계 기업이 아닌 브랜드 제품도 별도 사이트 ‘샤오미유핀’을 통해 판매한다.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다면 직접 만든 상품이 아니라도 팔겠다는 의지다. 최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남성 시가(CIGA) 시계의 경우 샤오미 제품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론 선전의 한 디자인회사가 샤오미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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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 넘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결국 샤오미가 되고자 하는 건 소비자 생활 전반에 스며드는 기업이다.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사용자가 쓰는 물품을 폭넓게 팔아 생활 공간 전체를 지배하겠다는 것이다. 레이쥔 대표는 지난달 중국의 한 아이티 포럼에 참석해 “더 이상 하드웨어에 기대 돈을 벌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작년 우리 회사의 하드웨어 분야 이익률은 1% 미만이었다”며 “(그 대신) 최근 수년 동안 1억4000만대의 사물인터넷 설비를 연결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샤오미 실적을 들여다보면 지난 2014년과 2015년 스마트폰 및 관련 서비스가 총수익에 기여한 비율은 100%였지만 2017년엔 66.8%, 2018년엔 56.5%로 떨어졌다. 반면 사물인터넷과 생필품은 2017년 24.2%, 2018년 33.6%로 늘었다. 인터넷 서비스도 8.3%에서 9.1%로, 기타상품은 0.7%에서 0.8%로 올랐다.


국내 업계도 샤오미의 변화무쌍한 전략을 주목하고 있다. 김형택 디지털리테일컨설팅그룹 대표는 “팬덤을 통해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제품 생산에 활용하는 방식은 샤오미만의 독특한 전략”이라며 “국내 스타트업들 가운데 샤오미를 참고하는 사례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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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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