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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환경 파괴가 낳은,
기발한 건축 상상력

by한겨레

이볼로, 올해의 초고층건물 공모전 수상작 발표


한겨레

인간이 초래한 환경 파괴가 기상천외한 건축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의 건축디자인 저널 <이볼로>(eVolo)가 최근 발표한 `2019년 초고층건물 디자인 공모전'(eVolo Skyscraper Competition) 1~3위 수상작은 모두 환경 오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건축 아이디어를 담았다.


2006년 시작된 이볼로 초고층빌딩 공모전은 기술과 재료, 건축 미학, 공간 구성 등을 새롭게 적용함으로써 고층건축물과 자연 및 주변환경의 관계를 새롭게 모색하는 미래지향성을 심사 기준으로 수상작을 선정한다. 심사위원들은 올해 478개 참가작 가운데 대상 1개, 입상 2개, 입선 27개 작품을 선정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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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은 모듈식 폐기물종합처리빌딩 `메탄마천루'


대상은 세르비아의 마르코 드라기체비츠(Marko Dragicevic)가 제출한 메탄빌딩(Methanescraper)에 돌아갔다.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의 미래를 상상하며 제안한 이 건물은 쓰레기를 땅에 매립하는 대신 이를 모아서 재활용할 수 있는 모듈식 타워다. 일종의 폐기물 종합처리 빌딩이다. 건물 중간중간 삐죽 튀어 나와 있는 것들이 모듈식 쓰레기 캡슐이다. 이 모듈은 중앙부의 콘크리트 기둥에 단단히 결합돼 있다.


우선 도시에서 수집된 쓰레기는 유리, 플라스틱, 종이, 목재, 금속 등 유형별로 분류된 뒤 임시 매립지로 보내진다. 이 가운데 재활용 가능한 것은 재활용 시설로 보내고, 유기물질과 목재, 종이는 한데 모아 모듈식 쓰레기 캡슐에 집어넣는다. 그런 다음 크레인을 이용해 캡슐을 타워 기둥에 결합시킨다. 캡슐은 흡입장치와 파이프를 통해 메탄 탱크와 연결돼 있다. 유기 물질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썩고, 이 과정에서 메탄 가스가 생성된다. 이 메탄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캡슐 내 물질이 완전히 분해되면 캡슐을 타워에서 분리한 뒤 깨끗히 세척하고 다시 쓰레기를 채워넣는다. 드라기체비츠는 작품 설명에서 "이렇게 하면 쓰레기에서 나오는 유독 가스와 물질이 외부에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공기와 땅의 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폐기물을 저장하는 데 필요한 공간도 대폭 줄어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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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는 공기 정화해주는 자족형 복합주거빌딩


2위는 폴란드의 클라우디아 골라셰브스카(Klaudia Gołaszewska) 등 2인의 작품으로 공기마천루(Airscraper) 개념이다. 베이징을 비롯해 대기오염이 심한 대도시를 상정해 제안한 건축 아이디어다. 굴뚝 모양의 초고층건물 전체가 공기정화 시스템 역할을 한다. 건물은 높이 800미터, 지름 60미터로 공기흡수 모듈, 태양광 모듈, 녹색정원 모듈 세 가지로 이뤄져 있다. 맨 아래쪽에 있는 공기흡수 모듈은 도시의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여 정화해준다. 중간에 있는 태양광 모듈은 태양광 발전과 함께 환기를 담당한다. 맨 위의 녹색정원 모듈은 스모그가 닿지 않는 400미터 이상 위치에 있다. 이곳엔 7500명이 입주할 수 있는 주거시설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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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는 멸종 위기 보호하는 자연보전 생물방주


3위는 영국의 지잔 완 등 3인의 작품인 생물방주(Creature Ark: Biosphere Skyscraper)가 차지했다.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이 마천루는 통합 연구시설을 갖춘 자연보존소 역할을 한다. 다양한 기후대의 자연 생태계를 모방한 내부 구조와 시설로 동물과 식물이 번성할 수 있게 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보존과 연구를 위한 건물이다. 타워 중앙엔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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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작품 `녹는 빙하 막아주는 얼음댐'은 입선


27개의 입선작 가운데는 한국인 작품도 있다. 한국교통대 건축학과 엠랩(M-lab) 소속의 7인 건축학도(조재민, 윤건욱, 박경준, 배호빈, 이강희, 조원경, 김지연) 공동작품인 얼음댐(Ice Dam Skyscraper)이다. 그린란드의 빙하, 특히 협곡 사이에 있는 빙하가 녹는 걸 방지하는 대형 구조물이다. 아이스볼이라는 모듈 구조물을 빙하 내부에 집어넣으면 아이스볼 안의 냉매가 녹는 얼음을 다시 얼려준다. 조재민씨는 "빙하가 녹는 원리를 공부하다가 빙하 내부에 물이 고이면서 빙하가 녹는다는 걸 알고, 물을 다시 얼리는 방법을 생각한 끝에 아이스 볼을 착안하게 됐다"며 "작품을 완성하는 데 약 한 달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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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폐허가 된 늪지를 복원한 공중탑, 해양 플라스틱을 처리하는 필터마천루 등이 눈에 띈다. 벨로루시 건축가들이 제안한 공중탑은 두 개의 구체로 구성돼 있다. 상단 타워는 공기 중의 물을 응축하고, 하단의 구체는 이 물을 보관하는 저수지다. 상단에서 쌓인 물은 특수케이블을 통해 하단 구체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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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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