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괄도네넴띤, 두꺼비 진로…장수식품을 ‘띵작’으로 회춘 시킨 비법은

[비즈]by 한겨레

마케팅 담당자들이 밝힌 뒷얘기


‘팔도비빔면’ 윤인균 팔도 과장


“2030세대 ‘괄도네넴띤’ 큰 호응


소비자와 함께 만든다 원칙 먹혀”


‘바나나맛우유’ 이수진 빙그레 과장


“링거 빨대·러브 빨대 내놓으니


재밌게 함께 먹는 음료로 인기”


‘초코파이’ 이석태 오리온 부장


“카카오버터 썼더니 선물용으로 떠


거품 빼고 제품에 공들인 게 주효”


‘진로소주’ 이정훈 하이트진로 과장


“예전 파란색 두꺼비 디자인 소환


젊은층 겨냥 알코올 16.9도는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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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업의 목표는 장수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세대나 시대와 무관하게 신뢰감을 주며 꾸준히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장수제품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는다. 오래 가면서도 ‘낡은’ 이미지를 탈피하는 게 과제다. 기술 혁신을 통한 변화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식·음료업계는 더더욱 그렇다.


팔도의 ‘팔도비빔면’(1984년 출시), 오리온 ‘초코파이’와 빙그레 ‘바나나맛우유’(1974년), 하이트진로 ‘진로’(1975년, 진로 브랜드는 1924년) 등은 최근 ‘회춘’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모았다. 평균 나이가 42.25살이라, 출시 당시 주된 소비층은 현재 50~60대다. 신제품 민감도가 높은 20~30대는 ‘약한 고리’로 불렸다. 20~30대를 주소비층으로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 제품의 마케팅 담당자를 만나 장수식품 ‘회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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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를 끼워라


지난 2월, 정체가 불분명한 한정판 라면이 출시됐다. 제품명 ‘괄도네넴띤’에 고개를 갸웃하는 대다수와 달리, 단번에 ‘팔도비빔면’이라고 알아본 이들은 10~20대였다. 이른바 ‘야민정음’(멀리서 볼때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것을 이용한 한글 글자 바꾸기)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윤인균 팔도 마케팅부문 과장은 ‘소비자와 함께 만든다’는 원칙을 따랐다고 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2013년께부터 비빔면 ‘자산’을 샅샅이 모으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지난 30년간 누적된 소비자 목소리가 핵심이었죠. ‘두개 먹기엔 배부르고, 하나만 먹기엔 부족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양을 1.2배 늘린 한정판을 냈고, ‘비빔장만 따로 사고 싶다’는 요청에 따라 ‘만능비빔장’을 별도 출시했고요.”


한글단체 등으로부터 ‘한글 파괴’라는 비판도 따랐다. “영어나 일본어도 아니고, 우리 획이 얼마나 신비한지 느낄 수 있다는 식으로 한달가량 설득했죠.” 이 제품은 출시 23시간 만에 10만개가 동났고, 4개월간 한정판 1천만개가 모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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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채워라


초코파이와 바나나맛우유는 20~30대 사이에서 주목도가 떨어지는 게 고민이었다. “대학생한테 ‘최근에 언제 먹어봤어’라고 물어보면 (답이) 빨리 안나오는 거예요. 일주일, 한달이 아닌 거죠. ‘한때 먹던 음료’를 ‘요즘 먹는 음료’로 바꿔야 했습니다.”(이수진 빙그레 마케팅실 과장)


바나나맛우유는 20대의 놀이 방식에 주목했다. “내가 알던 빨대가 아니라 다른 빨대를 주면 바나나맛우유를 새롭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수혈 콘셉트로 ‘링거 스트로우’를, 연인끼리 먹으라고 ‘러브 스트로우’를 만들었어요. 유튜브의 자발적 후기 영상으로 1천만 조회수가 일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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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에 호응하는 20~30대의 경향을 따랐다. 카카오버터를 쓴 2500원짜리 디저트 초코파이를 내놓아 선물용 디저트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이 제품은 지난 1년반 동안 250만개 팔렸다. 일반 초코파이는 중량을 늘리고 가격을 동결해 가성비 추세에 맞췄다. “거품 다 빼고, 제품에 더 공을 들이자는 거였죠.”(이석태 오리온 마케팅부문 부장)


진로는 ‘뉴트로’(복고 재해석) 열풍을 기회로 삼아 ‘옛것’을 소환했다. 1975년 출시된 파란색 병에 진로를 상징하는 두꺼비 디자인을 입혔고, 두꺼비집 콘셉트로 유흥 상권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알코올 도수는 16.9도로 유지했다. “레트로(복고) 추세라면, 기존 도수(25도)가 맞겠지만, 이 도수는 낮은 도수에 익숙한 요즘 20대에게 ‘본 적 없는 도수’거든요. 20~30대라는 타깃에 맞춘 거죠.”(이정훈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과장)


‘잘해야’-‘밑져도’ 본전


이들 제품은 역성장을 경험한 적이 없거나(팔도비빔면), 1초에 11병씩 팔린다(바나나맛우유). 중국·베트남 등 국외 매출만 5조원대(초코파이)다. 점유율 1위라, 마트에서도 황금 구역을 차지한다. 마케팅이 비교적 ‘쉬운’ 조건이다.


하지만 ‘1등’ 타이틀이나 정형화된 이미지는 도전을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초코파이는 한자 ‘정(情)’ 때문에 ‘아홉’(한자가 보이는 모양)이라는 애칭도 얻었지만, 실제 마케팅에 활용되지는 못했다. “(회사를 대표하는) 너무 큰 제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정말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석태 부장)


회춘 마케팅이 항상 성공했던 건 아니다. 지난 4월 바나나맛우유 리치피치(리치와 복숭아 혼합) 맛을 ‘디스’(비판)하는 유튜브 영상이 올라왔다. “입 속에 있는 액체가 음료라는 걸 분간 못하게 하는 맛. 우유랑 어울리지 않는 거를 왜 넣어”라는 비판에 ‘맞디스’ 랩으로 응수했다. “전국민 입맛 다 맞춰드리는 게 우리의 목표. 리치피치 맛 싫은 건 어쩔 수 없지만 방금 간 편의점 품절 났던데….” 이 영상은 두달간 12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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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엔(N)피 명과암


장수제품을 ‘무한 활용’한 마케팅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새로운 제품 개발에 뒷전이라는 지적도, 대표 제품을 ‘재활용’하고 안정적인 방법만 택한다는 비판도 따른다. 다만 업계에서는 ‘새로움’의 척도가 변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석태 부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맛이 똑같아도 먹는 방식, 브랜드 이미지가 달라지면 새롭다고 느낀다”며 “장수제품의 시리즈 제품을 만들 때도 신제품 못지않게 공들이기 때문에, 단순히 기존 제품을 ‘재활용’하는 차원은 아니다”고 했다.


기획 현소은 기자


촬영 장필수 황금비 기자


연출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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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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