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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작지만 개성 강한, 부암동 '작은 미술관'을 정류장 삼아 떠나는 골목 여행

부챗살 같은 골목을
품은 부채 닮은 동네

by한겨레

부챗살 같은 골목을 품은 부채 닮은

철 따라 미술관을 찾는 일은 계절마다 옷장을 정리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지나고 보니 그렇다. 여유로운 자의 한낱 소일거리로 비칠지 몰라도, 그림과 사진 한 점에 인생의 막이 바뀌고, 일상의 온도가 몇 도씩 변화했다는 주변인들의 고백은 늘 진지하고 경이로웠다. 미술관에서 영감을 얻는 시인, 상실한 무언가를 회복한 주부와 교수, 평생의 꿈을 발견했다는 십 대 소년과 소녀는 여전히 미술관을 드나들며 원고지 메우듯 삶을 메워나간다.

 

미술관을 탐색하는 사람들에게 ‘부암동’은 언제나 괜찮은 선택이다. 여전히 ‘동네다운 풍경’을 간직한 면적 2.27㎢ 남짓의 작은 마을은, 인왕산 뒤쪽 언덕으로 구불구불한 골목을 품어 부채를 펼쳐 놓은 듯한 풍경이다. 골목마다 작은 미술관들이 쉼터처럼 들어서 있다. 사이사이 공방과 맛집은 또 어떤가. 부암동이 이처럼 평온 속에서도 리듬감이 생긴 까닭은 공교롭게도 바로 근처 청와대 덕분이다. 삼청동의 상권이 언덕을 타고 밀물처럼 밀려오다, 짐짓 엄숙한 질서에 제약을 받아 오늘의 풍경이 완성된 것.

 

바람의 방향이 조금씩 바뀐다는 생각이 들면, 바람에 어울리는 옷으로 갈아입고 미술관을 향해 본다. 단 하나의 기적 같은 접점을 기대하며, 부암동 골목의 이색 미술관을 소개하려 한다. 글·사진 전현주 문화창작자

분쟁 지역에서 보내는 시인의 편지 라카페갤러리

부챗살 같은 골목을 품은 부채 닮은

2012년 부암동 언덕배기 골목에 문을 연 뒤로 자박한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라카페갤러리’는 비영리사회단체 나눔문화가 운영한다.

 

나눔문화는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을 바탕으로 박노해 시인과 각 분야의 전문가, 시민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며, 주로 분쟁 현장과 빈민 지역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을 구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

 

갤러리 안 ‘라 카페’에서 파는 ‘계절담근차’는 계절마다 다른 유기농 재료로 만든 귀한 음료다. 지금은 문경에서 온 유기농 오미자로 만든 ‘오미자 민트티’를 맛볼 수 있다. ‘라 책방’에서는 엄선한 세계 음악을 바탕으로 삶에 녹아들 고전을 소개한다.

 

‘라 갤러리’에서는 박노해 시인의 사진을 상설 전시한다. 라 갤러리의 12번째 전시 ‘칼데라의 바람’전은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이후 나눔문화 회원들이 현지에 가서 구제활동하는 모습을 주로 담았다. 12월28일까지.

주소: 종로구 부암동 44-5 운영: 11:00~22:00 목 휴무 전화: (02)379-1975, www.racafe.kr

국내 단 하나의 젓가락 갤러리 저 집

부챗살 같은 골목을 품은 부채 닮은

우리나라 최초의 젓가락 갤러리 ‘저 집’은 2013년 9월 부암동에 문을 열었다. 장인의 손으로 만든 이색 젓가락들이 방문객들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한다. 주로 한국적 문화와 혼을 모티브로 하며, 조선 시대의 옻칠기법을 살려 만든 ‘나전칠기 젓가락’, ‘마연칠 젓가락’부터 현대적인 디자인의 젓가락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들을 상설 전시한다. 발 빠른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외국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 필수 방문지로 평이 자자하다. 실제로 대통령의 해외순방 선물과 국빈 선물로 쓰이며 품질을 인정받기도 했다.

 

한창 젓가락에 취해 있다 고개를 돌리면, 시야에 들어오는 단아하고 차분한 공간도 멋스럽다. 지붕 일부와 맞물린 듯 바깥을 조망하는 베란다까지 꼼꼼히 돌며 살펴보자. 젓가락의 물성에서 착안했다는 공간의 쓰임새들이 재밌다. ‘대한민국 디자인어워드 공간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이력 외에도 서울시 2013 ‘디자인스팟’과 한국적 전통문화 우수 공간을 선별하는 ‘명인명가’에 동시에 선정된 이력이 있다.

주소: 종로구 부암동 260-6 운영: 10:00~18:00 전화: (02)3417-0119, chopstickshouse.co.kr/wpage

사진 애호가들을 위한 오픈 아틀리에 공간291

부챗살 같은 골목을 품은 부채 닮은

‘공간291’은 사진 전시장과 사진책 도서관, 공부방과 작업실이 어우러진 사진을 위한 공간이다. 사진의 다양한 형태와 실험적 시도를 위해 2013년 문을 연 뒤, 지난 몇 년 동안 국내외 역량 있는 신인 작가들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전시가 쉬는 날에도 어김없이 문을 열고, 방문객 누구나 들려 잠시 숨을 골라도 좋다. 1000여 권의 사진 관련 책이 있는 사진책 도서관에서는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고, 누리집에서 소장 도서 목록도 볼 수 있다.

주소: 종로구 부암동 29-1 운영: 11:00~19:00 월 휴무 전화: (02)395-0291, space291.com

부암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언덕 위 미술관 자하미술관

부챗살 같은 골목을 품은 부채 닮은

동네 꼭짓점에 자리를 잡아 풍광 좋기로 유명한 ‘자하미술관’은 걷는 수고로움을 감당해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공간이다. 인왕산 가까이 자리 잡은 덕에 자연의 소리는 물론 한적한 동네의 풍경까지 누릴 수 있다. 2008년 6월 개관한 뒤 주로 재능 있는 신인 작가를 소개하는 데 힘쓰며, 회화와 사진, 설치예술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현재 정지연 작가의 ‘<· - |> 천지인’전을 전시 중이며, 소리와 빛의 요소를 이용해 ‘낯선 시공간에 포용되는 경험’을 보여 준다. 9월4일까지.

주소: 종로구 부암동 362-21 운영: 10:00~18:00 월 휴무 전화: (02)395-3222, www.zahamuseum.com

한국 추상미술 거목의 서정적 자취 환기미술관

부챗살 같은 골목을 품은 부채 닮은

지난 6월. K옥션 경매에서 김환기의 <무제27-VII-72 #228>(1972)가 54억 원에 낙찰,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김환기의 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환기미술관은 부암동의 오랜 자랑이다.

 

별관에서는 강정헌 작가의 ‘내가 꽃이었을때’를 9월13일까지, 달관에서는 1964년 김환기가 ‘부인 김향안에게 보내는 드로잉북 <향안에게>’에 수록된 드로잉을 중심으로 한 자료약 200여 점을 내년 6월30일까지 전시한다.

주소: 종로구 부암동 210-8 운영: 화~일 10:00~18:00, 금 10:00~21:00 월 휴관 전화: (02)391-7701~2, www.whankimuseum.o

부암동 미술관 가는 길

  1. 경복궁역 3번 출구 버스정류장에서 7022, 7212, 1020번 버스 타고 ‘부암동 주민센터’에서 내림.
  2. 광화문역 2번 출구 버스정류장에서 1020, 7212 버스 타고 부암동 주민센터에서 내림.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