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낚시 손맛 죽이네

[여행]by 한겨레

최근 신개념 레포츠 여러 종류 등장

스크린 낚시는 실제 낚시하는 것과 유사

전국 낚시 명소 선택할 수도

‘이대호’ 돼볼 수 있는 실내 야구장

강원도 스키장과 다를 바 없는 곳까지

스크린 레포츠의 진화

한겨레

‘피싱조이’ 스크린 낚시를 통해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손맛을 즐길 수 있다. 사진 뉴딘콘텐츠 제공

‘스크린 레포츠’의 세계는 무궁무진했다. 흥미롭고, 편안하며, 게다가 운동도 된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스트라이크존’에서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스크린 앞에 위치한 낚싯대들이었다. ‘피싱조이’에서 출시한 신개념 레포츠인데, 도심에서도 손쉽게 낚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일종의 낚시 게임기다.


등받이와 컵 받침이 있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 간략한 설명을 들었다. 낚시는 사전 준비가 매우 복잡한 레포츠다. 각종 장비와 물품을 준비해야 하고, 바다든 민물이든 현장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 가야 한다. 출조(낚시하기 위해 강이나 바다에 나감)를 나갈 때마다 고기를 잡는다는 보장도 없어서, 허탕 치기 일쑤다. 그런데 스크린 낚시에서는 이 과정 자체가 과감히 생략돼 있고, 입질을 무조건 느낄 수 있다. 아이디를 입력해 로그인하고, 자리에 앉은 뒤, 그저 던지면 된다. 화면에 떠 있는 찌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수초 안에 ‘무조건’ 입질이 온다. 그때 ‘챔질’(낚싯대를 휙 들어 올려 물고기를 바늘에 거는 행위)을 하면 된다.


물고기와 낚시꾼 사이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은 이때부터 시작이다. 실제 낚시처럼 바늘을 털기도 하고, 좌우로 움직이며 버티기도 한다. 그때마다 낚싯줄 끝에 설치된 모터가 가동했다. 실제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을 때처럼 낚싯대를 잡아당겼다. 무조건 끌어당긴다고 능사가 아니라, 좌우로, 때로는 위쪽으로 화면에 나타나는 방향에 따라 낚싯대를 움직이면서 물고기를 갖고 놀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곧 힘이 빠진 고기를 낚아 올릴 수 있게 된다. 첫 번째 낚은 물고기는 38.5㎝짜리 감성돔이었다. 잡은 물고기는 자신의 아이디에 기록으로 남아 언제든 다시 확인해 볼 수 있다. 실제 낚시터처럼 잡은 물고기를 가져갈 순 없지만, 내 실력은 기록으로 남는다. 다시 방문해도 같은 아이디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록은 계속 남는다. 일종의 ‘온라인 어탁(물고기의 탁본을 뜸)’이다. 이를 통해 친구와 경쟁을 할 수도 있다. 신기하게도 잡은 물고기는 ‘방생’을 선택할 수도 있으니, 꽤 신박한 시스템이다.


‘피싱조이’ 스크린낚시에는 ‘4대돔’이라 불리는 참돔·감성돔·벵에돔·돌돔 외에도 각종 놀래미류나 우럭(조피볼락)같은 소형 어종부터 부시리나 방어·참다랑어에 이르는 대형 어종까지 실제 낚시로 잡아낼 수 있는 모든 어종이 망라돼 있다고 한다.


전문 낚시꾼들도 큰마음을 먹어야 찾을 수 있는 국내외 유명 낚시 포인트들을 손쉽게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컨트롤 콘솔에서 플레이할 위치를 선택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욕지도나 울릉도, 마라도 등 ‘대물’을 만날 수 있는 포인트가 눈에 띄었다. 외국 낚시터로는 발리나 알레스카를 선택할 수도 있다. 낚시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부터 낚시의 금단 증상에 시달리는 ‘꾼’들까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어린 자녀와 함께 낚시의 세계를 즐기거나 연인끼리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피싱조이’에서 일하는 김혜리(25)씨는 “이용객의 90% 정도는 낚시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분들인데, 간혹 낚시는 정말 하고 싶은데 낚시터에 갈 수 없는 분들도 와서 손맛을 즐기곤 한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한 부자가 ‘스트라이크존’ 실내 야구장에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뉴딘콘텐츠 제공

실내 야구도 진화한다. 친구 혹은 직장 동료와 짬을 내 즐기던 500원짜리 옛날 실내 야구장을 생각하면 안 된다. 커다란 스크린이 시원하게 펼쳐진 타석에 들어서자 실제 야구장과 똑같이 생긴 배경이 나타났다. 투수의 와인드업 모션에 따라 타석으로 직구가 날아왔다. 투수의 움직임을 보면서 타이밍을 맞추기 때문에 훨씬 실감 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스트라이크존’의 스크린 야구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의 제휴를 통해 실제 국내 프로야구팀과 선수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령, 두산 베어스와 기아 타이거즈를 선택하면 실제 선수들의 타순에 따라 9회 야구 경기가 진행된다. 3~4명이 즐겨도 되고, 9명이 한 팀을 이뤄 차례대로 타석에 설 수 있다. 이때 해당하는 선수의 능력치가 타구에도 적용된다. 이용자가 똑같은 타구를 날려도, 내 캐릭터가 장타력이 있는 선수라면 타구가 더 멀리 날아가는 셈이다.


스크린 낚시는 30분에 8000원, 야구는 1시간에 5만원 선(야간 및 주말 기준)이다. 다만 스크린 야구는 기기 특성상 혼자 즐겨도, 여럿이 함께해도 같은 가격이다. 9명이 한 팀으로 18명이 방문해도 한 시간 게임에 5만원이니 경제적인 레포츠인 셈이다. 평일은 오후 3시, 금요일은 오후 2시, 주말은 정오부터 운영하며 문의는 전화(02-790-8787)로 하면 된다.

한겨레

실제 스키 탈 때 사용하는 근육을 이용하는 실내 스키장 ‘어반슬로프’. 실내 스키는 4계절 내내 도심에서 즐길 수 있어 스키어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사진 어반슬로프 제공

스크린 스키도 주목해볼 만하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어반슬로프’는 ‘스키는 더는 겨울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모토로, 지난 2016년 개장한 이래 스키어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는 실내 스키장이다. 한겨울 스키 시즌이 아니라도 4계절 내내 스키를 즐길 수 있고, 굳이 강원도를 찾지 않아도 눈 위에서 스키를 타는 것과 똑같은 스릴을 만끽하며 운동을 할 수 있다. 코스에 따라 실제 스키를 타는 것처럼 머신 위를 좌우로 미끄러지며 이동해야 하는데, 이 자체가 엄청난 운동이다. 기기는 어린이나 초보자를 위한 3m 폭에서부터 중급 스키어를 위한 5m, 상급자를 위한 7m짜리까지 구비되어 있다. 스키뿐 아니라 스노보드도 탈 수 있다.


실제 스키에 사용하는 부츠를 신고, 기기에 올라서면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화면을 보며 슬로프를 즐기면 된다. 국내외 유명 스키장들이 망라되어 있고, 눈의 상태나 회전·대회전·알파인·활강 등의 코스 종류와 속도도 선택할 수 있다. 움직임을 인식하는 수십개의 센서가 설치된 기기는 스키 날에 작용하는 힘과 각도에 따라 기민하게 반응한다. 눈의 상태나 속도, 회전의 각도 등에 따라 제각각 다른 반동을 느끼며 슬로프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진짜 스키를 타고 있다는 착각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어반슬로프 박대훈 상무는 “실제 스키를 탈 때와 똑같은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엄청난 운동량을 소화하면서도 재미와 운동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반바지 착용은 권장 사항이지만, 발목이 쓸릴 수 있기 때문에 목이 긴 두꺼운 양말을 준비하는 게 좋다.


특히 어반슬로프는 대한스키지도자연맹이 인증한 전문 강사들로부터 1 대 1 강습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교육비를 포함한 40분짜리 체험 요금은 코스에 따라 6만원부터 11만원 사이다. 정기권도 판매한다. 7살 이상부터 남녀노소 누구나 체험할 수 있으며, 이용 문의는 전화(02-516-2018)로 하면 된다.


송호균 객원기자 gpthrough@naver.com

2019.12.23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