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작은 외톨이 포식자’ 고양이를 위한 5대 행복 조건

[라이프]by 한겨레

[애니멀피플] 조홍섭의 멍냥이 사이언스


간식과 장난감이 전부 아냐…고양이에게 결정권 줘야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껴도 내색을 잘 안 한다. 아프거나 힘들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많은 반려인이 고양이를 ‘기르기 쉬운 동물’이라고 착각하는 대목이다. 몸집 작은 외톨이 포식자였던 야생 고양이 때부터 물려받은 형질이다.


고양이와 행복하게 살려면 이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동물이 필요로하는 조건을 고양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갖춰 줘야 한다. 맛있는 간식과 멋진 장난감이 전부가 아니다. 미국 고양이 수의사협회(AAFP)와 국제 고양이 의학협회(ISFM)는 2013년 ‘고양이를 위한 환경 5대 지주’란 지침을 발표했다.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이상행동과 유기를 막기 위해 마련한 이 지침의 내용을 소개한다.


첫째, 안전한 장소를 제공한다. 가구가 아니라 보호받는 느낌을 주는 곳이 있어야 한다. 둘러싸이고 고립된 곳에서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이다. 상자 옆에 드나들 구멍을 뚫고 뚜껑을 덮은 뒤 깔개를 깔아주면 안전하고 편안한 휴식처가 된다. 캐리어에 익숙한 냄새를 묻힌 담요를 깔아주면, 병원에 가는 무서운 곳이 아니라 안전한 도피처가 될 수 있다. 전체 공간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선반이나 캣타워 같은 높은 곳도 필요하다. 해먹처럼 몸을 숨긴 채 주변을 내다볼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둘째, 핵심 환경 자원을 여러 개 따로 배치한다. 핵심 자원이란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 발톱을 갈고, 놀고, 쉬고 잠자는 곳을 가리킨다. 가능하면 선택할 수 있게 여러 곳 마련하는 게 좋다. 여러 마리를 기를 때 경쟁과 괴롭히기가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여러 마리가 있는 집에서 고양이는 유연한 사회집단을 이루기도 한다. 대개 친족이거나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고양이가 그런 집단을 이루는데, 꼬리를 서로 감거나 서로 그루밍을 해 주고 기대 잠은 잔다. 각 사회집단은 독립된 핵심 자원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셋째, 놀이 기회를 제공한다. 고양이는 하루 10∼20번 작은 먹이를 사냥하던 동물이다. 사냥 본능을 충족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람이나 동료 고양이와의 놀이, 장난감, 먹이 숨기기 등으로 이런 욕구를 채울 수 있다. 상자에 작은 구멍을 뚫고 사료를 넣어 힘들게 꺼내 먹도록 하는 것도 간단한 행동 풍부화 기법이다. 깃털 장난감 등으로 사냥 놀이를 하고 나면 간식으로 보상해 준다. 여러 개의 장난감을 번갈아 사용해 놀아줘야 고양이가 지루해하지 않는다.


넷째, 사람과 규칙적이고 우호적이며 예측 가능한 사회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건 고양이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언제 어디를 그루밍하고 언제 끝내는지는 고양이가 결정한다. 지침은 “고양이가 상호관계를 마치고 가 버린다고 억지로 붙잡지 마라”고 조언한다. 고양이의 원활한 사회성을 위해 생후 2∼7주 사이에 사회화 교육을 하면 나중에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


끝으로, 고양이의 후각을 존중해야 한다. 시각에 의존하는 사람과 달리 고양이는 후각과 화학적 정보를 통해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안전과 만족을 얻는다. 화학물질로 이런 고유의 감각을 교란하지 말아야 한다.


ecothink@hani.co.kr


▶네이버에서 한겨레 구독하기

▶신문 보는 당신은 핵인싸! ▶조금 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0.02.22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