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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빌딩 숲 사이,
봄을 맞는 한옥 나들이

by한겨레

갤러리에서 카페와 맥줏집까지…종로구에서 만나는 한옥 5선

빌딩 숲 사이, 봄을 맞는 한옥 나들
빌딩 숲 사이, 봄을 맞는 한옥 나들

툇마루에 앉아 잔 기울이기, 마당을 거닐며 데이트하기, 구들장에 누워 한 박자 쉬기…. 창살 너머 거리를 구경하다가 다시 이야기에 익어가는 모습. 사극의 한 장면이 아니라 21세기 오늘날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동네 풍경이다.

 

한옥의 풍류를 만들어나가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 맥줏집과 카페, 갤러리와 가게들이 주춧돌을 찾고 기와를 올리고 있다. 우수를 맞은 서울의 거리는 촉촉해졌고, 입춘첩 단정히 붙인 대문들은 활짝 열렸다. 골목길 따라서 서울의 인기 한옥을 돌아봤다.

처마 끝 풍류와 낭만

빌딩 숲 사이, 봄을 맞는 한옥 나들

기와탭룸

기와 끝에 걸터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남자. 소격동 한옥 맥줏집 ‘기와탭룸’의 이 로고는 송주영, 조현민 두 대표가 고심해 내놓은 기와탭룸의 정신이자 상징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로고 속 주인공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툇마루에 기대 맥주를 마시고 있다.

 

늘 수제 맥주에 심취해 살았다는 둘은 맥주를 배우러 미국으로 떠났다가 그곳에서 만나 친구가 됐다. “수제 맥주가 발달한 포틀랜드로 갔는데 제약 없이 편하게 맥주를 즐기는 그 분위기가 좋았어요. 한국식으로 풀어낼 방법을 찾다가 ‘한옥’이 답이라고 생각했죠. 한옥은 집 안과 밖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고루 있고, 툇마루에 지붕을 올리면 언제든 야외 맥주를 즐길 수 있잖아요.”

 

두 대표의 말처럼, 마당 위 투명한 지붕으로 밤하늘이 드리우면 운치가 더해져 맥주 맛도 깊어진다. 맥주 구성은 철 따라 자주 바뀌지만, ‘점촌IPA’만큼은 개업 때부터 인기를 끌어 언제든 맛볼 수 있다. 문경 점촌마을에 양조장을 두고, 여기에 미국식 IPA(인디아 페일 에일) 맥주 스타일을 더해 대중적으로 만든 맥주다. 경복궁역에서 15분 거리.(종로구 율곡로1길 74-7 / 02-733-1825)

백년 한옥에서 넘기는 술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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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당

남향에 마당을 둔 ‘에일당’은 지난해 12월 익선동에 문을 열었다. 팔순 된 주인할아버지의 집을 삼십 대의 홍지혜 대표가 넘겨받을 때, 집은 옛 주인들의 생활 흔적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한다. 덧바른 벽지가 12겹, 그중 1963년도에 발행된 신문지도 있었는데, 그해 당선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연대기가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어 새 주인을 놀라게 했다고.

 

“요즘 20대 친구들은 이런 사소한 것마저 굉장히 새롭게 느끼는 거예요. 익선동에는 백여 년의 세월이 그대로 묻어나는 서민들의 한옥이 많잖아요. 북촌의 한옥과 다른 그 모습이 참 좋아서 수리할 때 쉽게 없애고 싶지 않았어요. (시간을) 들여다보는 기분을 주려고요.”

 

‘에일당’은 영어와 한자를 섞어 ‘맥주를 파는 집’이란 의미도 있지만, 한자만으로 ‘오늘을 마지막처럼 날마다 사랑하며 사는 집’이란 의미도 있다. 골목의 소요가 점점 잦아드는 해 질 녘, 문간을 들어서는 연인들의 발걸음만 자박하다. 맥주는 정통 영국식인 ‘굿맨 브루어리’를 판다. 호주식 커피 역시 전문 바리스타들이 만든다.(종로구 수표로28길 33-9 / 070-7766-3133)

도심 속 정갈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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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카페

경복궁역에서 15분 정도 걸어 골목 안 주택가로 들어서면, 환하게 대문이 열린 ‘베어’ 카페가 손님을 맞는다. <킨포크> 한국어판 잡지와 <베어> 잡지를 발간하는 출판사 디자인이음이 꾸린 곳으로, 카페와 진열실, 출판사가 공존해 이미 다녀간 방문객들의 입소문이 자자한 집이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도 제법 많다. 툇마루에 나란히 앉아 쉬던 중국인 가족들은 크레이프케이크 한 조각을 나눠 먹으며 ‘맛있습니다’라는 한국어를 조용히 연습하기도 했다. 모두가 정갈함에 물들어가는 분위기다. 커피 맛도 훌륭한 편이다.(종로구 자하문로24길 24 / 070-7775-6743)

대문을 열면 가득 넘치는 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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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핫한 동네 ‘익선동 한옥마을’의 공간은 어디를 들어가도 운치가 있다. 골목 초입의 ‘마당’ 플라워 카페가 화사하게 빛나는 건, 외벽 가득 쌓아둔 꽃다발 덕분이다. 작은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색색의 꽃화분이 꽉 찬 공간은 이미 봄이 온 모양이다. 공대생 김한울(23)씨는 입대를 앞둔 친구와 동기 둘이 함께 안채를 택해 앉았다. “남자들도 꽃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플로리스트가 계절 꽃도 추천해준다. 낮에는 볕이 가득하고 밤에는 골목 풍경이 아름다우니, 주택가라는 점에 주의하며 조용히 동네 산책도 할 만하다.(종로구 수표로28길 33-12 / 02-743-0724)

기품 있는 한옥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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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지기

재단법인 아름지기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을 위한 제반 활동을 목적으로 2001년 12월13일 설립됐다. 2013년 현재의 통의동 사옥으로 이전하며 지상 2층 건물을 한옥으로 지었다. 우리의 전통이 후세대의 ‘아름다운 일상’이 되도록 탐구하는 사람들이 살면서, 한옥 문화에 관심 있는 이들을 언제든 환영한다. 갤러리에서는 수시로 한국다운 콘텐츠를 바탕으로 특별전을 연다. 마당과 안채를 넘나들며 보면 집 한 채가 정갈하게 잘 짜인 작품처럼 느껴진다. 미리 전화하고 방문해야 한다.(종로구 효자로 17 / 02-741-8376/ 토·일 휴무)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