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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이런 대통령 누구입니까

by한겨레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 ‘화면’ 속에 답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일 잘하는 사람

2010년 이후엔 책임감 넘치는 사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리더상은…

 

‘역적’ ‘사임당’ ‘임금님의 사건수첩’ 등

권위 벗어던지고 국민 곁에서

위로·공감할 줄 아는 지도자 그려

 

“대체 누굴 뽑지?” 조기 대선이 코앞에 다가오니 유권자의 마음도 조급하다. 공약을 챙기고 인품까지 들여다보며 어느 때보다 신중하다. 연예인들도 이례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독려 캠페인 ‘0509 장미 프로젝트’에 참여해 각자가 바라는 대통령상을 얘기한다. 처음으로 티브이 토론을 빼놓지 않고 봤다는 한 중년 배우는 “자격 없는 리더로 국민이 상처받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지 않느냐”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시국에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만나야 할까. 드라마와 영화까지, 화면 속에 답이 있다.

 

역대 대선 때마다 국민의 염원을 담은 이상적인 지도자상을 그린 작품이 나왔다. 2010년 이전에는 인간적이고 일 잘하는 대통령이 많았다. 가령 2002년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선 대통령이 택시운전사 등으로 변장해 민심을 살피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으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2010년 이후에는 책임감을 강조하는 대통령이 주를 이뤘다. 2013년 영화 '감기'의 대통령은 “내 나라 국민 내가 다 책임진다”며 어떤 순간에도 국민을 포기하지 않는다. 2010년 드라마 '대물'에서는 중국 영해에서 좌초된 한국군 잠수함의 승조원들을 구조하려고 애쓰는 모습의 대통령이 감동을 줬다. '프레지던트'는 “대통령은 투표하는 국민이 만든다”며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전 국민의 ‘멘털’이 붕괴됐던 최근에도 어김없이 리더십을 강조하는 드라마와 영화가 줄을 잇는다. 주로 백성의 마음을 보듬거나, 권위를 벗어던지고 백성과 함께 공감하는 지도자가 많다.

백성이 신뢰하는 '역적' 홍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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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지난 14일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문화방송)에는 의미심장한 장면이 등장했다. 홍길동이 백성의 도움을 받아 연산군의 관군을 무찔렀다. 이 과정에서 다친 백성은 숨을 거두면서 “오늘처럼 신나는 날은 없었다”며 행복해한다. 그런 백성을 붙잡고 홍길동은 “이름도 모른다. 이름이라도 알려달라”며 오열한다. 홍길동은 연산이 자신의 뜻을 거역하는 백성을 죽이려 하자, 이들을 지키려고 칼을 들었다. 이들은 안전한 곳에 있으라는 홍길동의 말에도 나서서 싸웠다. 백성을 지키려는 리더와 그런 리더를 지키려는 백성은 지난 3년여 우리의 현실과 대비된다. 제작진은 “길동이라는 리더가 이름 없는 백성을 위해 울었다는 것에서 지도자의 진정한 덕목을 생각해보길 바랐다”고 한다. 길동의 눈물에서 확인되듯 그가 ‘백성의 마음을 훔치는’ 과정은, 언제 어디서나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지도자의 기본 자질이라고 역설한다. 한 드라마 피디는 “홍길동은 기득권이 아닌 ‘흙수저’로 백성 옆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진심으로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다가가고 자신을 낮춰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며 “대통령을 받들어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고 말만 백성을 위하는 척하는 기득권이 곱씹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만능 해결사’ '임금님의 사건수첩' 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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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사건수첩

영화 '에어 포스 원'에서 직접 사건을 해결하고 가족을 지키는 대통령을 기억하는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농구하는 모습은 어떻고? 26일 개봉한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속 예종은 이름만 역사에서 가져왔을 뿐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왕이다. 그는 예종을 연기한 배우 이선균조차 “이런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라고 웃을 정도로, 이상적인 리더상의 집합체다. 예종은 바다 괴물의 실체를 파헤치려고 직접 현장에 가는 등 발로 뛰며 조사하고, 과학적 추론과 뛰어난 견문으로 ‘뇌섹남’ 같은 모습도 자랑한다. 게다가 바다 괴물이 눈앞에 나타났을 땐, 무서워 후퇴하자는 신하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전진”을 외치며 기어이 직접 창을 던진다. 여기에 신입 사관 이서와 허물 없이 지내는 등 귄위를 벗어던진 모습까지 신선하다.

공감하는 리더 '대립군'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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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군

주요 대통령 후보들은 당내 경선 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했고, 노래도 불렀다. ‘나’처럼 평범해 보이고, 이웃들과 호흡하고 공감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다. 지금 세상이 원하는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5월31일 개봉하는 영화 '대립군' 속 광해는 공감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그린다.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모습이 아니라, 현실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면서 서서히 강해진다. 광해 역의 여진구는 “광해는 자신도 믿지 못하던 상태에서 임금의 역할을 시작한다. 백성들과 함께 고생하면서 믿음을 느끼게 되고 리더로서 성장한다”고 말했다. 남을 대신해 전쟁에 나선 대립군과 아버지를 대신해 분조를 이끌게 된 왕자 등 남의 인생을 대신해 살던 이들의 성장 과정과 그런 과정 속에서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 희망 등이 공감을 사고 우리를 위로한다. 정윤철 감독은 “함께 위로해주는 리더가 필요한 시대”라며 “영화가 그런 리더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고, 새로운 리더가 영화 속 리더처럼 이끌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힐링 리더십 '사임당' 신사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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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빛의 일기

지난해부터 신사임당을 재조명한 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그저 ‘현모양처’로만 해석하던 신사임당을 천재 예술가, 슈퍼 워킹맘, 주체적 삶을 살아간 여성 지도자로 재해석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스비에스) 속 신사임당도 마찬가지다.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모습에서 마음속 위로가 필요한 이 시대 ‘힐링 리더십’을 읽어낸다. 무리지어 떠돌아다니며 살아가는 유민들을 규합해 종이 공방을 연 사임당은 휘음당의 훼방으로 수익을 내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폭력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러자 사임당은 이겸의 만류에도 유민들을 찾아가 변명 대신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당시인데도 천민 계급인 유민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포용력으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규합할 수 있었다.

 

사임당은 “이 나라에서 지금 가장 고쳤으면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임금의 질문에 “꿈을 꿀 수 있는 나라였으면 한다”고 말한다. 다음 대통령은 그런 나라를 만들어줄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