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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사진으로 못 담는...
한라산 ‘인생 눈꽃’ 코스는?

by한국일보

'영실~윗세오름~어리목' 구간 강추

 

문의 : 안녕하세요 원근씨. 얼마 전에 한라산에 눈이 왔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한라산 눈꽃 산행을 하려고 하는데 팁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사진으로 못 담는... 한라산 ‘인생

순백의 세상, 한라산은 국내 최고 눈꽃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답변 : 안녕하세요. 저도 한라산 눈 소식을 접하고 제주도로 날아가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한라산 눈꽃은 국내에서 단연 최고가 아닌가 합니다. 매년 겨울 한라산을 오를 때마다 이토록 힘든데 왜 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작 환상적인 눈꽃을 보면 힘들었던 순간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해에도 어김없이 한라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눈꽃여행지가 바로 한라산입니다.

 

한라산 눈꽃, 어떻게 하면 제대로 볼 수 있을까요? 한라산에는 현재 5개의 산행코스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성판악코스. 이 코스의 가장 큰 장점은 백록담으로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몇 해 전에 개방한 사라오름도 성판악코스로 가야 합니다. 진달래대피소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입니다. 조금 길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진달래대피소부터 본격적인 산행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라산 정상부분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고 고지대라 나무며 풀들이 높이 자라지 못하는 곳입니다. 힘이 들죠. 진달래대피소에서 1시간 넘게 올라가야만 백록담에 닿습니다.

 

다음은 관음사코스. 이 코스는 한라산을 오르는 길 중 가장 험합니다. 끝없는 오르막길이기 때문에 아주 힘이 들지만, 역시 백록담을 볼 수 있는 코스입니다. 그래서 보통 성판악으로 올라서 하산 길로 택하는 코스입니다. 관음사코스도 엄청 깁니다. 내려올 때나 올라갈 때 그만큼 고생스러운데, 산악 훈련을 위해 택하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성판악이나 관음사코스는 눈꽃이 아주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곳은 돈내코코스입니다. 돈내코는 가장 최근에 개방했는데, 한라산 분화벽을 가까이서 보면서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서귀포 쪽의 돈내코탐방안내소로 오르면 되는데 교통편이 좋지 않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돈내코란 돼지가 물을 먹을 수 있다는 말인데,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코스입니다. 한여름에는 물길에 등산로가 막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라산에서 보기 힘든 소나무를 볼 수 있고, 평괘대피소에서 남벽분기점으로 가는 길은 한라산 최고의 진달래와 철쭉 군락지이기도 합니다. 평괘대피소~남벽분기점~방애오름~윗세오름으로 가는 코스가 좋습니다.

사진으로 못 담는... 한라산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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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코스는 한라산 등산로 중 ‘가성비’ 최고의 눈꽃 트레킹 코스다.

마지막으로 어리목과 영실코스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가장 자신 있게 추천하는 눈꽃 산행 코스입니다. 보통 어리목으로 올라가서 윗세오름을 거쳐 영실로 내려오거나, 영실에서 올라 어리목으로 내려옵니다. 어느 쪽을 택하든 한라산에서 가장 짧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실~윗세오름~어리목 코스를 추천해드립니다.

 

영실주차장에서 영실휴게소까지는 차량이 갈 수 있지만 겨울에는 통제합니다. 눈이 많아 일반 차들은 올라가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주차장에서 휴게소까지는 약 2km, 1시간 조금 안되게 소요됩니다.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영실주차장에서 휴게소까지 운행 허가를 받은 택시들이 있습니다. 편도 1만원 정도인데, 대당 요금이니 몇 명이 타든 요금은 같습니다. 이 도로를 훤히 꿰뚫고 있는 기사님들이 운행하기 때문에 스릴 만점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산행은 영실휴게소부터 시작됩니다. 영실 기암이 보이는 가파른 길이 가장 힘든 구간입니다. 병풍바위 혹은 오백나한이라 불리는 멋진 풍광을 보며 한발한발 고된 길을 가게 됩니다. 하지만 구간이 짧아 다른 등산로에 비하면 편한 선택입니다. 너무 힘이 들 땐 걸어온 길을 돌아보세요. 날이 좋으면 서귀포의 풍광이며 주변의 산세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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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윗세오름~어리목 코스에서 보는 환상적인 눈꽃 세상.

병풍바위를 지나면서부터는 절정의 눈꽃이 펼쳐집니다. 사철 푸른 구상나무와 주목에 눈 쌓인 모습이 장관입니다. 때로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 나뭇가지와 잎사귀에 눈이 얼어 붙은 풍광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곳을 지날 때면 ‘아~ 이래서 한라산 눈꽃 하는구나’라며 감탄하고, 그 감동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사진기를 탓하게 됩니다. 구상나무 군락지를 지나면 진달래와 철쭉 군락지로 이어집니다. 꽃 대신 눈꽃이 뒤덮여 마치 유명 예술인이 빚은 조각작품을 보는 느낌입니다. 오른쪽으로는 땅과 하늘이 맞닿아 하나로 보이는 풍광이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오름 능선을 보게 됩니다. 정면으로는 수 억만년 전에 터진 한라산의 분화구를 바라보며 걷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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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에 고드름(눈드름)이 맺힐 정도로 매서운 칼바람에 대비해야 한다.

영실휴게소에서 윗세오름대피소까지는 1시간30분이면 충분합니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파는 컵라면은 최고의 맛입니다. 하산할 때는 어리목으로 내려오면 좋습니다. 윗세오름에서 만세동산을 지나 사제비동산까지는 살면서 이런 바람을 맞아봤나 할 정도로 바람이 거셉니다. 선글라스가 없으면 눈을 뜨기 힘들 정도입니다. 눈썹이 긴 분은 ‘눈드름(눈썹에 고드름처럼 생긴)’을 만들 수 있답니다. 하지만 사제비약수터에서부터는 숲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이 잦아듭니다. 그곳부터는 내리막이 이어지고 1시간 30분이면 어리목주차장까지 편안히 내려올 수 있습니다. 최고의 눈꽃, 최고의 라면을 맛볼 수 있는 최고의 길입니다. ‘인생 눈꽃’을 원하는 분들에게 영실~윗세오름~어리목 구간을 강력히 추천해드립니다.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심장 박동이 빨라지네요.

주의

입산시간과 출입금지 시간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아이젠은 필수이며, 마스크와 선글라스도 꼭 챙기세요. 지난해부터 한라산에는 도시락을 가지고 갈 수 없기 때문에, 간식을 충분히 챙기는 것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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