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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홀로 느끼는 자유,
나는 겨울밤 솔캠에 빠졌다”

by한국일보

“홀로 느끼는 자유, 나는 겨울밤 솔

2015년 제주의 매력에 푹 빠져 이주한 함희윤씨는 일주일에 한두번 배낭을 메고 제주 곳곳을 돌면 솔캠을 즐기고 있다. 사진은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광치기 해변에서 솔캠을 즐기는 함씨. 함희윤씨 제공.

‘짐이 가벼워지자 마음은 충만해졌다.’ 홀로 솔캠(솔로 캠핑)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솔캠 노하우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가 활성화돼 있고 유통업계의 1인용 캠핑 용품 매출 추이도 솔캠족의 존재를 방증한다. 캠핑의 꽃이라는 겨울을 맞아 설레는 마음으로 동계 캠핑을 준비 중인 솔캠족들을 만나 봤다.

혼자 느끼는 자유에 흠뻑 빠지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텐트를 치고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면 잡생각들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대신 자유롭다는 느낌이 확 밀려옵니다.”

 

제주 제주시 화북포구 옆 아담하게 지은 한 게스트하우스에 만난 함희윤(36)씨는 ‘솔캠’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한마디로 ‘자유’라고 정의했다.

 

함씨는 2015년 솔캠을 위해 제주에 내려왔다가 아예 이주를 결심했다. 그는 “10년 넘게 대구에서 건축설계사무소에 근무했는데, 잦은 야근과 출장 때문에 항상 답답하고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며 “제주에서 내려와 솔캠을 하다 이게 자유구나 생각이 들어 이주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함씨는 아내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통보(?)해 놓고 배낭을 메고 무작정 제주로 내려왔다. 3개월간 제주 곳곳을 돌며 캠핑을 하면서 살 집을 알아봤고, 지금의 게스트하우스를 인수해 자리를 잡았다.

“홀로 느끼는 자유, 나는 겨울밤 솔

2015년 제주의 매력에 푹 빠져 이주한 함희윤씨는 일주일에 한두번 배낭을 메고 제주 곳곳을 돌면 솔캠을 즐기고 있다. 사진은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광치기 해변. 함희윤씨 제공.

그의 제주생활은 솔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계절마다 변하는 제주의 자연과 만나기 위해 그는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솔캠을 떠난다. 게스트하우스 사무실 한편에 언제나 떠날 수 있도록 싸 둔 배낭을 들고 해가 질 무렵 집을 나와 버스를 타거나 제주에 내려와 구입한 중고오토바이를 끌고 사람들이 찾지 않는 자신만의 ‘박지’(텐트를 칠 수 있는 땅)를 찾아간다. 텐트를 치고 매트와 침낭을 바닥에 깔고 앉아 깜깜한 밤하늘을 쳐다보면서 ‘멍 때리기’에 들어간다.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면서 뒷정리를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단순한 일정이지만 한 번 빠지면 중독성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홀로 느끼는 자유, 나는 겨울밤 솔

2015년 제주의 매력에 푹 빠져 이주한 함희윤씨는 일주일에 한두번 배낭을 메고 제주 곳곳을 돌면 솔캠을 즐기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구좌읍 김녕해수욕장. 함희윤씨 제공.

함씨는 “솔캠을 떠나면 심심하거나 외롭고 무서울 것 같지만 오히려 혼자서도 재미있고 자유롭다는 느낌이 더 크다.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 쓰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며 “솔캠은 최소한의 장비만 갖고 가기 때문에 불편한 게 사실이지만 그 불편함을 즐기는 것도 솔캠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솔캠의 장점으로 비용도 꼽았다. 한 번 솔캠을 떠날 때마다 1만원을 넘지 않는다. 음식은 마트에서 파는 누룽지를 챙겨가거나 막걸리 한 통에 과자 정도면 족하기 때문에 교통비 외에 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여러명이 몰려가 고기를 굽고 술판을 벌이는 흔한 캠핑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함씨는 또 “솔캠 제1의 불문율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라며 “텐트를 친 주변에 누가 왔다 갔는지 모를 정도로 쓰레기 등을 모두 집으로 갖고 와서 처리한다”고 말했다.

반려견과 함께 4년째 강가ㆍ해변 다니며 일상 잊어

“홀로 느끼는 자유, 나는 겨울밤 솔

이지나씨와 반려견 레오가 10월 9일 강원 강릉시 순긋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이지나씨 제공

직장인 이지나(35)씨가 친구나 가족 없이 반려견 레오(리트리버)만 데리고 캠핑을 다니기 시작한 것은 올해로 4년째다. 이씨는 “서울 성북구 집 주변에 몸집이 큰 레오를 데리고 산책을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방법을 찾다가 ‘사람이 없는 곳을 가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려견과 함께다 보니 캠핑할 장소를 고르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우선 유명한 곳은 제외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캠핑장이나 해변은 리스트에서 지웠다. 화장실이나 수돗가와 가까운 곳도 피했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야 한다’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멀게는 화장실이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곳에 텐트를 친 적도 있다.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다녀서 아직까지는 반려견 때문에 갈등을 빚거나 한 경험은 없다.”

 

이씨는 적어도 한달에 한번 1박 2일로 캠핑을 떠난다. 경기 여주시 남한강, 강원 홍천군 홍천강, 충남 태안군 안면도 등 강가와 해변을 주로 찾았다. 최근에 찾은 곳도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강원 강릉시 순긋해변이었다. 그는 “국립공원은 반려견 출입을 금지한데다 산이 비교적 사람이 많기 때문에 강이나 바다를 주로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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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나씨가 경기 여주시 강천 인근에서 캠핑 장비를 나르고 있다. 이지나씨 제공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는 “아무런 정보 없이 인터넷에서 구입한 텐트가 방수가 안돼 첫 캠핑을 망치고 텐트를 다시 구입해야 했다”라며 “캠핑 장소 주변 환경이 사전 조사한 것과 너무 달라 어쩔 수 없이 텐트를 칠 곳을 찾아 다니다 하루를 보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혼자서 짐을 나르기 위해 손수레를 챙기고 날씨에 따라 난로 크기를 선택하는 것도 그 동안 쌓은 노하우다.

 

이씨는 다른 사람이 없는 ‘솔캠’의 가장 큰 장점으로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밤이건 새벽이건 많은 준비를 할 것 없이 차에다 간단한 캠핑 장비를 싣고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다. 혼자기 때문에 밥은 사먹거나 인스턴트로 때우면 된다. 많은 돈이 들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시간 등을 맞출 필요 없이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작은 캠핑’을 지향하는 이씨가 그 동안 텐트, 침낭 등 장비를 구입하고 교체하는데 든 돈은 500만~600만원 정도다. 그 외에 기름값, 밥값 등이 들었지만 큰 부담은 아니었다.

 

장점이 많은 솔캠이지만 여성 혼자 캠핑을 하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캠핑할 곳과 그 주변에 대한 사전 조사를 꼼꼼히 하고 무엇보다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라며 “반려견이 없다면 사람이 너무 없는 곳은 피하고 텐트 안에 있을 때는 호신용품을 가까운 곳에 두는 걸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홀로 느끼는 자유, 나는 겨울밤 솔

지난 4월 한 캠핑장에서 잠이 든 이지나씨의 반려견 레오. 이지나씨 제공

솔캠은 스스로에게 주는 치유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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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캠퍼인 곽영식씨는 "솔로캠핑이 주는 매력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일상을 버텨내게 할 에너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영식씨 제공

“솔캠의 매력은 자연과의 진정한 조우죠.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 보면 고독도 때론 좋은 친구가 됩니다.”

 

강원 양구군에 거주하는 파워블로거 곽영식(42)씨는 한 달에 두 서너 차례씩 오지를 찾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솔캠족이다. 인간관계가 좁아 친구가 적거나, 한가해서가 결코 아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고 치유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어린 시절 산으로 들로, 바다로 여행을 다닌 그는 자타공인 캠핑전문가. 무인도나 험한 산악지형에서도 최소한의 장비로도 며칠을 거뜬히 버틸 수 있는 ‘생존의 달인’으로 방송국으로부터 출연 섭외를 받기도 했다.

 

이런 곽씨가 나 홀로 캠핑의 매력에 빠진 것은 2005년 여름. “당시 서울에서 유통업을 했는데, 일상에 지쳐 홀로 떠난 캠핑에서 자연을 접하고 난 뒤 충전의 의미를 알게 됐다”는 그는 “외딴 곳에 가면 동물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어색할 정도가 됐다”고 솔캠족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홀로 느끼는 자유, 나는 겨울밤 솔

그는 기억에 남는 캠핑지로 거제도에 딸린 섬인 가조도를 꼽았다. 30㎏이 넘는 백팩을 메고 하룻밤 묵을 곳을 찾기 위해 2시간이 넘게 비탈길을 걸어야 했지만 절벽아래 펼쳐진 그림 같은 바다풍경이 고생을 말끔히 씻어줬다고 한다. “직접 대나무를 깎아 젓가락과 술잔을 만들고, 토종닭 라면과 떡볶이 등 나만의 레시피로 만찬을 준비하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는 게 그의 얘기다. 곽씨는 “3년 전에는 홀로 가조도에서 태풍을 맞아 아찔한 순간을 겪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이런 것도 솔캠의 재미 아니겠냐”며 웃으며 말했다.

 

전남 신안 등지 무인도도 그가 자주 찾는 곳이다. “드넓은 바다에 점처럼 떠있는 섬 들이 보이는 곳에 텐트를 치면 영화 속 주인공이 따로 없죠. 한가롭게 잠을 청하기도 하고, 갯벌을 거닐다 보면 섬 전체가 ‘나만의 별장’이 되는 걸요.”

 

캠핑 베테랑인 곽씨는 솔캠의 매력을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잔다’는 단순함과 자유”라고 말한다. 혼자 길을 나서니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그가 꼽은 솔캠의 장점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매력은 치유의 힘. “머리 아픈 직장일과 인간관계를 잠시 접어두고 자신에게 집중한 시간은 일상에서 버티게 해 주는 힘이 돼 돌아온다”는 게 곽씨의 지론이다. 솔캠은 지친 자신에게 주는 치유의 선물이라는 것이다.

“홀로 느끼는 자유, 나는 겨울밤 솔

캠핑 마니아들은 "솔캠이야 말로 자연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캠핑전문가 김석우씨 제공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