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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글로벌Biz리더

'우버 차이나' 삼킨 남자…
대륙 넘어 세계로 달린다

by한국일보

디디추싱 CEO 청웨이

알리바바서 탄탄대로 걷다가

"차량 90%가 주차공간만 차지"

문제 해결하려 디디추싱 창업

'우버 차이나' 삼킨 남자… 대륙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의 CEO 청웨이. 디디추싱 홈페이지

“14억명 중국의 심각한 교통 문제를 인터넷으로 해결하겠다.”

 

2012년 6월 당시 29세였던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직원 청웨이(程維)가 회사를 떠나며 가슴 속에 품은 생각이다. 전도유망한 청년의 퇴사를 동료들은 하나같이 말렸다. 그는 알리바바 입사 8년 만에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사업 부문‘에서 최연소 부총경리(부사장급)까지 오를 정도로 두각을 보이며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었다. 불구덩이로 뛰어들려는 그의 결정을 막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더욱이 당시만 해도 중국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기반의 서비스를 받아들일 만큼 시장이 성숙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차량공유 서비스에 대한 불법 논란도 이어졌다. 택시 운영 업체들이 주로 국영회사인 중국 시장에서 미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 방식으로 접근했다가는 제재를 당할 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5년 후 중국 택시호출 시장 점유율 90% 이상 차지하는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디디추싱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 가치는 이미 260억달러(약 30조원)를 넘어섰다. 청웨이는 2015년 미국 경영전문지 포천에서 ‘40세 이하 중국 경영인 1위’로 선정됐다.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은 그를 ‘10대 경제인’으로 꼽았다.

 

택시 쉽게 부르는 음성앱 개발

저조한 모바일·인터넷 보급에

기사들 찾아다니며 단말기 공급

'우버 차이나' 삼킨 남자… 대륙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의 CEO 청웨이. 디디추싱 홈페이지

알리바바를 벗어 던지고 10대 경제인으로 우뚝

1983년 장시성 동북부의 상라오시에서 태어난 청웨이는 2005년 베이징화공대를 졸업한 뒤 알리바바 그룹에 입사했다. 처음엔 알리바바의 기업간거래(B2B)를 담당하는 자회사에서 영업을 맡았다. 능력을 인정받은 청웨이는 알리바바 창립 이래 최연소 부문 매니저로 승진했다. 그는 6년 동안 인터넷 전자기기를 팔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적을 냈다. 고객사를 직접 방문하면서 마케팅 능력을 착실히 쌓은 그는 2011년 알리바바의 모바일 지불 서비스인 알리페이의 B2C 최연소 부총경리로 승진했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 온라인쇼핑몰의 결제시스템을 담당한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신용카드 보급률이 10% 정도에 불과하다. 알리바바는 신용카드가 없는 소비자를 위해 은행계좌에 기반한 결제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것이 바로 알리페이다. 청웨이는 부총경리로 근무한 2년간 알리바바에서 이뤄지는 거의 모든 결제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아냈다. 청웨이는 또 마케팅뿐 아니라 인터넷 운영까지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이 때 모바일 지불 시장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발견했다.

 

“세계 30대 도시에서 해마다 교통 문제로 2,660억달러가 낭비되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교통수단 사이의 폐쇄된 시스템을 없앤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중국에는 승용차가 넘친다. 그러나 10대 중 9대 이상은 주차장에서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의 존재 이유는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고 차를 탄 사람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청웨이가 2014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창업 결정 배경이다.

 

중국시장 놓고 우버와 싸움서 승리

소프트뱅크 50억달러까지 유치

유럽·일본 등으로도 진출 시도

'우버 차이나' 삼킨 남자… 대륙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의 휴대폰 앱. 디디추싱 홈페이지

‘우버 차이나’를 삼긴 남자… 이제는 세계로

청웨이는 사업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힘과 투자자를 설득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는 디디추싱의 전신인 디디다커를 설립한 지 3개월 만에 소비자가 택시를 쉽게 부를 수 있는 음성호출 시스템을 개발했다. 우리나라의 카카오택시와 유사하게 출퇴근 경로를 사전에 입력해 버튼 하나로 택시를 부르는 기능도 넣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급할 지가 문제였다. 당시 택시 기사 중 모바일 인터넷이나 앱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택시기사들을 직접 찾아가 기사용 단말기를 보급하고 단말기 사용법을 알려줬다. 거대 기업의 회장이 된 지금도 그는 한 달에 한 번은 꼭 택시기사들과 만난다.

 

청웨이는 투자업계와 정보기술(IT) 분야의 큰손들을 찾아 사업 비전을 설명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창업 1년 만에 중국 3대 IT 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로부터 1,5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물론 경쟁 업체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더 큰 과제는 남아있었다. 처음 넘어야 할 산은 친정인 알리바바의 투자를 받은 ‘콰이디다처’였다. 두 기업은 더 많은 승객과 기사를 모으기 위해 각각 2,000억원 안팎의 보조금을 뿌리며 출혈경쟁을 벌였다. 당시 중국 관련 업계에선 ‘선혈이 낭자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치열한 싸움이었다. 청웨이는 최종 승자가 됐고 콰이디다처를 합병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에 따라 청웨이는 텐센트와 알리바바를 모두 우군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청웨이의 다음 상대는 차량 공유업계의 ‘세계 최강’ 우버였다. 2014년 높은 인지도와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앞세운 우버의 중국 진출은 청웨이에게도 큰 위기였다. 그러나 그는 진중하고 겸손한 성품을 앞세워 쟁쟁한 기업 창업자를 확실한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청웨이에게 깊은 신뢰를 보내며 그의 정면승부를 지원하는 추가 투자를 이어갔다. 덕분에 청웨이는 수십억달러의 적자를 내면서도 2년여에 걸친 우버와의 전쟁에서 버틸 수 있었다. 더구나 애국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중국 여론이 디디추싱 편으로 기울면서 우버 차이나는 중국 시장 점유율 1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성장이 멈춰 버렸다.

 

나아가 청웨이는 거대한 ‘반우버연대’를 만들어 우버의 본진까지 위협했다. 동남아시아의 강자인 그랩과 인도의 올라, 미국의 리프트 등 각국의 우버 경쟁사에 거액을 투자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이다. 중국 시장 침투에 열을 올리던 우버는 ‘잡은 고기’를 놓칠 위기에 놓이자 결국 지난해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 합병 지분 5.89%를 받는 조건으로 백기를 들었다.

 

중국에서 디디추싱의 존재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사용자는 최근 400개 도시에서 3억명을 훌쩍 넘어섰다. 시장 점유율 90%를 넘어설 만큼 중국 시장을 석권했지만 청웨이의 목표는 아직 멀었다. 청웨이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디디추싱은 세계에서 가장 큰 원스톱 교통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자동차가 진정으로 편리한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자율주행차를 포함해 교통 관련 사업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밝혔다. 이제 그는 유럽과 일본 등 전 세계 교통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버 차이나' 삼킨 남자… 대륙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의 직원들. 디디추싱 홈페이지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