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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뒤끝뉴스

이재명의 1800억 배당, 그게 최선입니까?

by한국일보

서민 임대주택 하려던 이익금 

뜬금 발표에 공무원 조차 ‘멘붕’ 

담당부서 “서로 몰랐던 일” 발뺌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 주장에 

“주거복지 책무 망각” 비판도

이재명의 1800억 배당, 그게 최선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지난해 3월7일 여수동 시청사 한누리실에서 옛 제1공단 공원조성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 시장은 당시 개발이익금 중 1,822억원을 임대주택 부지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었다. 성남시 제공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대장동 개발로 생긴 ‘불로소득(不勞所得)’ 1,800여억원을 배당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 시장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올해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대장동 개발이익금이 성남도시공사로 입금되는데, 이중 1,822억원을 내년부터 시민들에게 지역화폐로 지급할 방침”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구체적인 지급 기준이나 방식은 전문용역을 거친 뒤 조례를 만들어 정하겠다고 합니다.

 

이 시장이 말하는 불로소득은 판교신도시 남단인 분당구 대장동 210 일원 91만2,000여㎡를 개발해 얻는 이익금 5,503억원입니다. 성남시는 이중 920억원을 인근 도로ㆍ터널 개설 등에 썼고, 2,761억원은 수정구 신흥동 일원 옛 1공단 용지에 공원을 조성하는 비용으로 투입할 예정입니다. 이 시장은 나머지 1,822억원을 시민에게 배당하겠다는 것인데, 이뤄지면 국내 첫 사례입니다.

 

대장동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개발을 하기로 했다가 포기해 민영개발이 예정됐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성남지역 전 국회의원의 동생이 업자에게 뇌물을 받는 등의 비리가 드러났고, 이 시장이 취임한 뒤 다시 공영개발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이 시장은 자신이 바로잡아 이익금이 생겼으니 이를 불로소득이라 자랑합니다.

 

부정을 바로잡는 일은 녹을 먹는 공직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책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이 시장이 방식을 바꿔 생긴 이익금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찬찬히 뜯어보니 성남시는 애초 이 1,822억원을 다른 용도로 쓰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불과 10개월여 전 일입니다. 이 시장은 지난해 3월7일 성남시청에서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합니다. ‘대장동 개발로 혈세 한푼 안들이고 1공단을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됐다’는 자랑이었습니다. 이 시장은 이때 대장동 개발이익금의 세세한 사용처를 밝혔는데요, ▦1공당 공원화 2,761억원 ▦임대아파트 부지 1,822억원 ▦터널ㆍ진입로 조성 860억원 ▦배수지 신설 60억원 등입니다.

이재명의 1800억 배당, 그게 최선

경기 성남시가 지난해 3월7일 배포한 대장동 개발이익금 환원 현황. 사용 용도에 임대아파트 부지 매입비 1,822억원(빨간색 원)이 적혀있다. 성남시 제공

이 시장이 불로소득이라며 배당하겠다는 1,822억원은 임대아파트 부지를 사들이는데 쓰려했던 돈인 셈이죠.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지구 내 A10블록(4만7,783㎡)를 이 돈 대신 받아 전용면적 60㎡ 이하의 국민임대주택 1,200가구를 공급하는 밑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날로 치솟는 집값에 힘겨워하는 젊은 청춘들을 위해, 구도심의 열악한 환경에서 삶을 지탱하는 서민들을 위해 말입니다. 구상을 접한 시민들은 돈 있는 사람들만 분당ㆍ판교에서 사나, 이제는 우리도 한번 살아 보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졌을 겁니다.

 

하지만 성남시와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지난해 8월 이런 계획을 갑자기 대폭 수정합니다. 부지 매각공고를 내버린 것이죠. 자신들은 임대아파트 사업에서 손을 땔 테니 다른 지방공기업 등이 땅을 사서 임대주택 지으라는 것이었습니다. 5개월여 만에 입장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 등 대장동 개발 담당자들을 수 차례 취재했지만, 확실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들은 임대주택을 지을 역량이 안 된다’는 흐릿한 대답 말고는요.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들은 “(이 시장이) 갑자기 (배당을) 발표해서 답답하다.”고 털어놨고, 성남시 담당 공무원들은 “우리와 협의하지 않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결정해 통보했다.”, “우리는 전반적인 관리만 해서 잘 모르겠다.”는 등 발뺌하기 바빴습니다. 시정의 핵심 현안이 담당자들조차 모르게 ‘일방통행식’으로 결정되고 발표됐다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기업을 통해 택지개발에 나서는 것은 민간의 수익논리에 맡겨둬서는 안 되는 주거복지 확대를 위해서입니다. 마구잡이 돈 벌이를 하려는 게 아닌 것이죠.

 

공기업은 그 초기 자본도 시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하기에 더더욱 시민의 ‘삶의 질’ 확보라는 대의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경기도의 공기업인 경기도시공사가 광교신도시 개발 이익금을 광교신도시 인프라 확충 등에 재투자하기로 한다든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막대한 경영난에도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벌여야만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성남시의 대장동 개발에도 ‘25억원’이라는 혈세가 출자금으로 투입됐으니, 당연히 그 이익금도 비슷한 목적에 쓰겠거니 했던 성남시 공무원들이 당혹스러워 하는 이유가 짐작이 가긴 했습니다.

 

1인당 분배 효과도 ‘찔끔’ 

96만명 인구… 20만원 안팎 

지급 대상 멋대로 조정하다간 

형평성 논란 불 보듯 뻔해 

6ㆍ13 지방선거 결과 ‘주목’

이재명의 1800억 배당, 그게 최선

게티이미지뱅크

어쨌든 이 시장의 말처럼 1,822억원을 시민에게 나눠준다면,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것보다 효과가 있을까요? 성남시에는 지난달 말 현재 96만7,508명이 39만6,946세대를 꾸려 살고 있습니다. 19세 이상 시민은 80만32명 입니다. 개인이나 세대 등 무엇을 기준으로 배당하든지 1인당(혹은 세대당) 18만~45만원 수준에서 배당액이 결정될 듯합니다. 특정 연령이나 소득 등으로 차별을 둔다면 보편적이고, 기본소득 개념인 배당의 취지에 어긋나는데다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불거질 테니까요.

 

이런 액수를 받아 들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변두리 단칸방에서만 살던 서민 등에게 1,200세대 보금자리를 공급하는 게 맞는지, 몇 십 만원 상품권 받아서 쓰는 게 나은지는 말입니다.

 

참, 배당도 하고 대장동 임대아파트 부지에는 LH 등 다른 공기업이 집을 짓게 하면 될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임대주택 사업의 수익성이 그리 높지 않고, 개발주체인 성남시마저 손을 턴 땅이라 그런지 공고 5개월이 넘은 현재까지도 팔리고 있지 않는다 합니다. 장기적으로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슬그머니 용도가 뒤바뀌어 3.3㎡당 2,000만,3,000만원 하는 고가 아파트가 들어설까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이 시장은 자신의 배당 계획을 야당 등에서 ‘포퓰리즘’이라 비판하는데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골목상권 등 서민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요. 그는 “시민배당을 통해 주민자치 민주주의가 잘못되면 자다가 날벼락 맞지만 잘 하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발언이긴 한데, 정작 배당을 하겠다는 그는 성남시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6ㆍ13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설 터라,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90일 전인 3월15일에는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경기도지사가 돼서도 기본소득 개념의 배당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이제 그의 정책을 받아들여야 할지, 경기도민이 선택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에도 도전했던 이 시장이니 국민 모두가 고민해야 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민의(民意)의 진정한 뜻이 과연 무엇일지…, 궁금한 건 기자만이 아니겠지요?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