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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동물이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인간도 안전하지 않다

by한국일보

동물이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인간도

월드컵공원에서 살던 유기견 상암이가 포획 중 마취총에 맞고 쇼크로 숨졌다. 인스타 zooin2013 캡처

칼럼을 쓰고 있는 중에 주제를 바꿔서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상암이 사건’ 때문이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살던 유기견 상암이가 포획 과정에서 마취총을 맞고 죽었다. 상암이는 사람을 잘 따라서 그의 밥과 쉼터를 챙기는 사람들이 있었고, 구조하면 입양 갈 곳도 있었다고 했다. 산책 나온 개들과 즐겁게 노는 상암이의 사진 밑에 주검이 된 상암이의 사진을 보며 의아함과 분노가 뒤섞였다.

동물이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인간도

지난 9월 초 동물구조 119 임영기 대표가 상암이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영기 제공

어느 날 월드컵공원에 나타난 유기견 상암이는 성격이 유순하고 사회성이 좋아서 산책 나온 개들과 잘 어울렸다고 했다. 개들과 잘 어울리는 것에 비해 사람은 좀 경계했다니 그건 아마도 버려진 기억 때문일 것이다. 자주 사람들 눈에 띄면서 사랑을 받게 되었지만 같은 이유로 포획하라는 민원이 생겼다. 상암이를 돌보던 사람들이 구조와 입양을 고민하는 사이 이어지는 민원에 공원관리소는 포획을 시도하다 실패했고, 엽사를 동원했다가 상암이를 죽였다.


사건을 정리하면서 안타까운 지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반려동물을 보낸 후에 ‘만약에 내가 다른 선택을 했으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란 헛된 후회를 많이 하는데 딱 그랬다. 만약에 마취총이 아니었다면, 민원에 밀려 급하게 포획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민원을 넣지 않았다면, 입양자가 빨리 나타났다면, 버려지지 않았다면, 만약에, 만약에…. 이 모든 과정에서 상암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선택은 사람의 몫이고, 계속 나쁜 선택이 이어졌다.

동물이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인간도

개들과 잘 어울리는 것에 비해 사람은 좀 경계했다니 그건 아마도 버려진 기억 때문일 것이다. 인스타 zooin2013 캡처

빨리 구조하지 않고 이제 와서 항의냐며 상암이를 챙기던 사람들을 향해 악플이 달렸다. 혐오는 가장 힘든 사람을 가해자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버려진 동물을 구조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구조가 제일 쉽고, 개에게 그럴듯한 가족을 찾아주는 일은 어렵다. 엄청난 심적 노력과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고, 입양자를 못 찾으면 안락사가 있는 보호소로 보낼 수 없으니 본인이 껴안게 된다. 이런 이유로 길에서 떠돌이 개나 아픈 길고양이를 맞닥뜨리고 순간적으로 ‘구조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런 자신에게 자기혐오를 느끼기도 한다. 그러니 상암이를 돌보던 이들의 상황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구조해서 입양을 보낼 거라고 의사표현을 했는데도 마취총을 동원한 포획은 용납이 어렵다. 고작 민원에 밀려 죽음을 맞는 동물의 삶의 무게는 너무나 가볍다.

동물이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인간도

‘상암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마취총 사용 시 규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인스타 zooin2013 캡처

동물 포획 시 마취총 사용은 늘 논쟁의 대상이다. 상암이 사건으로 보듯이 생명을 앗을 수 있는 위험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에 따르면 ‘사람을 기피하거나 인명에 위해가 우려되는 경우, 위험지역에서 동물을 구조하는 경우에는 수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투여한 바람총 등 장비를 사용할 수 있으며, 장비를 사용할 경우 근육이 많은 부위를 조준하여 발사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상암이가 위의 어떤 경우에 해당했는지, 수의사는 있었는지, 가슴 부위가 적절한 부위였는지 묻고 싶다.


아니면 상암이를 들개로 분류한 것일까. 2010년 이후 산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들개가 자주 출몰해서 민원이 증가하자 포획시 마취총 사용이 논의됐고, 동물단체의 반대에도 2016년부터 마취총이 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들개’는 만들어낸 엉터리 용어이다. 서울시는 들개를 ‘산 속에서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야생화된 유기견’이라고 임의로 정의했다. 들개를 유기견과 다르게 분류해서,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언어는 거리두기의 강력한 무기이다.


뇌 과학이자 인지과학자인 나카노 노부코는 에서 ‘단결이 차별을 만든다.’고 말한다. 다수 쪽에 속해 살아남고 싶은 본능이 단결하게 만들고, 그런 과정에서 차별과 배제는 자신이 다수라는 쾌감을 느끼게 한다. 책은 인간 사이의 차별과 따돌림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피해자의 자리에 동물을 끼어 넣어도 무방하다. 인간은 인간끼리의 대동단결을 위해 동물을 배제하고, 인간 안에서도 다수끼리의 대동단결을 위해 소수자를 배제한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누군가를 공격했을 때 결국 손해 보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공식을 우리는 익혀야 한다고. 동물이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인간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이다.

동물이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인간도

김보경 책공장 더불어 대표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나카노 노부코, 동양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