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 되면 비싸지는 오리, 사시사철 건강식 무색

[푸드]by 한국일보

오리고기

겨울만 되면 비싸지는 오리, 사시사철

게티이미지뱅크

‘쇠고기는 쳐다 보지도 말고 돼지고기는 사주면 먹고 오리고기는 훔쳐서라도 먹어라.’

오리 전문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귀다. 중풍, 고혈압, 신경통, 비만증, 위장병, 동맥경화증 등에 효능이 있고 각종 해독 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오리고기는 축산업과 외식업계의 떠오르는 신흥 강자다.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육류 섭취가 늘고 소비하는 육류의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오리고기는 큰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오리고기는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전남 등 일부 지역에선 탕, 찜 등 보양식으로도 많이 소비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가공식품인 훈제오리고기의 등장도 대중화에 일조했다. 그 사이 오리전문점도 크게 증가했다. 조리가 간편해 단체 급식에도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6,49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오리고기 생산액은 2010년에는 2배가 넘는 1조3,060억원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인기에 통계 상 사슴, 토끼, 메추리와 같은 기타 가축으로 분류됐던 오리고기는 2011년부터 한ㆍ육우, 돼지, 젖소, 닭과 함께 5대 축종으로 격상됐다.


그러나 오리고기는 사시사철 국민 먹거리로 자리잡기에는 맹점을 갖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연례행사가 되면서 겨울만 되면 오리고기 가격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충북 청주시에서 오리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61)씨는 올 겨울도 오리고기 공수가 걱정이다. 주로 오리구이와 백숙을 팔고 있어 생오리를 취급해야 하는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간 실시된 오리휴지기제(방역을 목적으로 일정 기간 사육을 중단시키는 제도)로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올 겨울에도 AI 예방을 위한 오리 농가의 ‘구조조정’이 시행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내년 2월까지 4개월간 오리 사육이 중단되는 농가는 203곳에 달한다. 총 299만7,000마리 규모로, 전체 오리 사육 규모 1,008만6,000마리(3분기 기준)의 29.7%나 된다. 일시적인 사육 중단이긴 하지만 오리 공급량은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처럼 AI가 기승을 부리며 오리고기 생산액은 2016년 다시 9,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2011년 2분기 1,065곳(1,522만3,000마리)에 달했던 오리 농가도 살처분과 사육 제한 등이 거듭되며 지난해 3분기엔 640곳(1,008만6,000마리)로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오리고기 가격이 널뛰기를 한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오리 월평균 산지가격(생체 3㎏ 기준)은 오리휴지기제 시행 막바지였던 지난 2월에는 8,225원으로, 평년 대비 31.6%나 뛰었다. 반면 농가들이 오리 사육을 다시 크게 늘린 6월에는 5,607원으로 22.3% 폭락했다.


오리고기를 즐기는 이라면 날씨가 더 추워지고 가격이 오르기 전 발걸음을 서두르는 게 낫다는 얘기다.

겨울만 되면 비싸지는 오리, 사시사철

국내 오리고기 시장 규모 그래픽=신동준 기자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2018.12.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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