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그립지만 이별해야 할 존재, 닛산 370Z

[테크]by 한국일보
[시승기] 그립지만 이별해야 할 존재

닛산 370Z는 여전히 재미있다. 다만 떠나 보낼 때가 된 것이다.

2008년 데뷔하여 10년 동안 자리를 지킨 존재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도전의 대상, 극복의 대상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애증의 대상과 같았다.


닛산 370Z를 다시 만나며 기분이 조금 미묘한 상태였다. 굳이 '다시 이 존재를 만나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과 '이제는 떠나 보내야 할 존재는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잠시 후 370Z를 즐기는 스스로를 볼 수 있었다.

[시승기] 그립지만 이별해야 할 존재

닛산 370Z는 이미지 상으로는 상당히 커 보이지만 막상 실제로 마주하면 정말 컴팩트한 걸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장이 4,250mm에 불과하다. 대신 스포츠카의 감성을 강조하듯 전폭과 전고는 각각 1,845mm와 1,315mm이다. 한편 휠베이스는 2,550mm이며 공차 중량은 1,545kg이다.

[시승기] 그립지만 이별해야 할 존재

클래식하면서도 고유한 존재


닛산 370Z의 붉은 차체를 보고 있자면 여러 생각이 든다. 첫 번째는 전작인 350Z와 전체적인 실루엣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 두 번째는 참 클래식한 디자인을 갖췄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은 '저놈의 부메랑...'이었다.


참고로 닛산 370Z는 JDM으로 대표되는 '쥐어 짜는 스타일의 일본산 스포츠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게 아니다. 실제 차량의 볼륨감에서 볼 수 있듯 370Z는 의외로 '그랜드 투어링' 성향의 스포츠카 성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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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은 네모나게 다듬어진 프론트 그릴과 세로로 그려진 포지셔닝 램프 등이 적용된 범퍼와 닛산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부메랑 실루엣의 헤드라이트가 자리한다. 그리고 '볼록' 솟은 보닛을 통해 독특한 실루엣과 이미지를 연출한다.


측면에서는 노골적인 Z의 계보를 드러낸다. 곡선으로 다듬어진 보닛 라인과 루프 라인 그리고 패스트백 스타일로 다듬어진 실루엣은 말 그대로 '클래식 페어레이디'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참고로 370Z의 네 바퀴에는 225/50R18(전륜), 245/45R18(후륜) 규격의 휠과 요코하마 어드반 스포츠가 신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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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을 보고 있자면 부메랑 스타일의 리어 콤비내이션 램프 외에는 350Z를 보고 있다는 기시감이 느껴진다. 볼륨감이 풍선한 리어 범퍼와 듀얼 타입으로 다듬어진 머플러 팁을 더해 스포츠카의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낸다. 그리고 차체 중앙에 '보조 제동등'이 추가된 것이 시각적인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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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함으로 남는 실내 공간


370Z의 실내 공간은 시간이 느껴진다. 수납 공간으로 활용되는 센터페시아 상단과 90년대 자동차를 보는 것 같은 오디오 플레이어를 보고 있자면 한숨부터 나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메탈 질감의 패널과 오렌지 컬러를 강조해 스포티한 감성을 더욱 강조한 3-서클 클러스터와 스포티한 감성을 한껏 살린 패들 시프트와 Z 엠블럼을 더한 스티어링 휠, 그리고 운전자를 보다 확실히 지지하고자 하는 스포츠 시트를 탑재해 '질주 본능'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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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대시보드 위에는 3개의 클러스터를 추가로 마련하여 시간 및 수온 등의 수치를 표기하여 '제대로 된 스포츠카' 혹은 '일본 스포츠카 황금기의 절정'을 새삼 느끼게 한다. 물론 센터페시아 곳곳에 자리한 '건조한 플라스틱'이 너무나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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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컬러의 시트는 만족스럽다.


기본적인 착좌감도 우수한 편이고 전체적으로 스포츠카의 성향에 어울리는 홀딩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공간 자체는 썩 여유롭지는 않지만 적어도 키 180cm이 넘는 운전자라도 만족스러운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스포츠카다운' 시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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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공간은 무언가를 적재한다는 느낌보다는 ‘올려둔다’ 혹은 ‘보관한다’ 정도의 개념이다. 패스트백 스타일로 처리된 루프 라인 때문에 적재 공간의 짐이 앞좌석으로 넘어올 우려가 있는 만큼 러기지 스크린을 마련해둔 센스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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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Q 엔진과 7단 변속기를 품은 370Z


닛산 370Z의 보닛 아래에는 닛산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VQ 엔진이 자리한다. 최고 출력 333마력, 37.0kg.m의 토크를 내는 V6 3.7L(VQ37VHR) 엔진은 7단 자동 변속기를 통해 후륜으로 출력을 전달한다.


덕분에 370Z는 정지 상태에서 6초 이내의 시간에 시속 100km를 주파할 수 있는 우수한 민첩성을 갖췄으며 복합 기준 9.0km/L의 공인 연비를 갖췄다. 참고로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7.7km/L와 11.1km/L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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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도 그리운 370Z


고백하자면 한 때 370Z를 소유하고자 했다. 정확히 몇 년 전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당시 모터스포츠 쪽에서 알게 된 지인이 보유하고 있던 메탈 그레이 컬러의 370Z를 구매하고자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370Z에 매력을 느꼈던 이유는 간결했다. 작은 차체에 담긴 333마력의 강력한 V6 3.7L 엔진과 '드라이빙의 즐거움'이 돋보이는 후륜구동의 레이아웃, 그리고 일상 주행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GT 성향이 하나의 그릇에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시승기] 그립지만 이별해야 할 존재

그리고 수 년이 지난 2018년 10월, 그 매력은 여전했다.


토크 컨버터 방식의 변속기는 조금 멍한 느낌이지만 RPM 상승, 실내 공간에 퍼지는 사운드가 더욱 커질 수록 '질주에 대한 즐거움'이 더욱 살아난다. 제법 고출력의 자연흡기 엔진의 매력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엑셀러레이터 페달 조작에 따라 가볍고, 또 7,500RPM까지 맹렬히 상승하는 엔진과 그에 따라 거침 없이 후륜을 돌리며 노면을 박차는 그 기분은 '황금기 시절의 일본산 스포츠카'를 그저 멀찍히 바라보던 기분과 유사한 것 같았다.

[시승기] 그립지만 이별해야 할 존재

좁게 본다면 패들시프트의 반응이 조금 더 명확하고 직관적이었으면 하지만 또 출력 자체가 워낙 풍부한 편이기 때문에 '드라이빙을 즐기기 위함'이라면 이 정도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제네레이터를 통해 들려지는 사운드는 조금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차량의 전체적인 움직임은 전형적인 닛산의 감성이 든다. 스포츠카 브랜드로 오랜 시간 인식되어 온 닛산의 경험이 담기면서 견고한 차체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우수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느낄 수 있으며 그와 함께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개발된 GT 성향이 느껴진다.

[시승기] 그립지만 이별해야 할 존재

실제 도로 위에서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보면 어느 정도는 여유롭지만 '과감히 파고들 수 있는' 감성은 충분히 드러난다. 여기에 어느 정도의 여유와 타협을 갖춘 서스펜션 시스템과 후륜구동의 즐거움이 잘 드러나며 드라이빙의 매력을 즐길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덕분에 과감한 코너링 상황에서도 370Z는 크게 '불리함' 혹은 '어려움'을 드러내지 않았으면서도 장거리 주행에서도 분명 경쟁력이 있음을 명확히 드러냈다. 물론 기능적인 부분에서 조금 더 최신의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한 아쉬운 대목이었다.

[시승기] 그립지만 이별해야 할 존재
[시승기] 그립지만 이별해야 할 존재

한편 이번 시승을 하며 자유로를 주행하며 370Z의 효율성을 확인해볼 수 있었는데 총 50.8km의 주행 거리에서 리터 당 14.9km의 연비가 산출되었다. 이 과정 속에서 88.3km/h의 평균 속도가 기록되었으며 14.9km/L의 연비는 공인 복합 연비인 8.8km/L와 비교했을 때 정말 큰 개선폭이다.


좋은점: 완성도 높은 드라이빙의 즐거움


아쉬운점: 시간이 느껴지는 370Z 그리고 변속기

[시승기] 그립지만 이별해야 할 존재

새로운 Z를 기대하게 만드는 존재


솔직히 말해 닛산 370Z는 여전히 즐거웠다.


잘 달리고 잘 서고, 또 잘 도는 그런 차량이다. 디자인이나 실내 공간, 기능 등에 있어 아쉬운 부분도 여전하지만 그래도 '순수한 시절의 드라이빙'을 느낄 수 있는 존재는 한 번 정도 돌아볼 수 있는 존재이자 또 향후 데뷔할 새로운 Z를 기대하게 만드는 존재일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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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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