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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클래식 스타 연주자는 유튜브에도 있다

by한국일보

클래식 스타 연주자는 유튜브에도 있다

두 대의 멜로디언으로 완벽한 음악을 연주하는 '멜로디카 멘'이 록 밴드 퀸 분장을 하고 '보헤미안 랩소디'를 연주하는 영상. 유튜브 캡처

고전 게임 ‘슈퍼마리오’ 속 캐릭터 분장을 하고 있는 두 남성이 ‘멜로디언’을 연주하기 시작한다.코믹 연주일 거라는 기대 혹은 예상은 버려도 좋다. 이들은 진지하다. 무엇보다 ‘슈퍼마리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온갖 버전의 음악을 멜로디언 두 대로 완벽하게 재현해 낸다. 우리가 초등학생 때 책상에 앉아 몇 번 불어 본 바로 그 악기다. 더 낮은 음역대가 필요할 땐 멜로디언 한 대가 더 등장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필요할 땐 디지털피아노로 효과음향을 넣기도 한다. ‘멜로디카 멘’이라는 듀오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린 이 영상은 조회수 390만회를 기록했다.

‘멜로디카 멘’은 음대 재학 시절 친구가 된 조 부오노와 트리스탄 클라크가 2016년 결성했다.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호두까기 인형’의 장난감 병정, 퀸의 프레디 머큐리로 분장한 이들의 영상은 분장 자체보다도 멜로디언의 다채로움과 풍부함에 놀라게 만든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편곡한 버전은 기교와 화음이 원곡에 대적할 만하다.


두 사람은 프로 음악가다. 클라크는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한 뒤 잭슨빌 심포니에서 트럼펫 수석단원으로 활동 중이고, 부오노는 음악교사이자 작곡가다. ‘멜로디카’는 우리에게 멜로디언으로 익숙한 악기의 본래 이름이다. 멜로디언은 원래 상표이름이었다. ‘멜로디카 멘’의 영상이 대박 나면서 두 사람은 잭슨빌 심포니 등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기도 하고, 미국 NBC의 인기 프로그램인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이들의 유튜브를 구독 중인 전세계 ‘청중’은 21만 명에 달한다. ‘멜로디카 멘’은 대관령겨울음악제를 통해 이달 10일 처음으로 한국에서 연주회를 연다.

‘멜로디카 멘’의 음악은 콘서트홀에만 있지 않다.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 ‘멜로디카 멘’처럼 수많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수십만의 청중이 동시에 그들의 음악을 듣고 감탄한다. 이들이 주목 받는 건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더 피아노 가이스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 장르에서 ‘더 피아노 가이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는 646만명, 누적 조회수는 16억회에 달한다. 이들은 이름처럼 피아노와 첼로를 연주한다. 영국의 인기 밴드인 원디렉션 등 대중적으로 유명한 곡도 연주하지만 베토벤을 연주하기도 한다. 이들의 음악도 아름답지만, 꼼꼼한 준비로 만들어진 영상 역시 눈길을 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삽입곡을 연주할 때는 실제 눈 밭에서 연주하는 식이다. 평화로운 숲에서,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이들의 연주는 눈을 떼기 어렵다.


더 피아노 가이스는 피아니스트인 존 슈미츠, 첼리스트인 스티븐 넬슨뿐만 아니라, 프로듀서인 폴 앤더슨, 작곡가인 앨 반 더 빅이 모두 한 팀인 그룹이다. 미국 유타주에서 피아노 판매점을 운영하던 앤더슨은 자신의 콘서트 연습을 위해 가게를 방문한 슈미츠의 재능에 감명받아 함께 뮤직 비디오를 만들 것을 건의했다. 영상이 점차 유명해지며 이들은 2012년엔 소니 레이블과 계약해 앨범을 냈다. 이들의 앨범은 빌보드 차트에서 뉴에이지와 클래식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브루클린 듀오

2014년 결성된 ‘브루클린 듀오’는 첼리스트와 피아니스트로 이루어진 그룹이다. 부부인 마린ㆍ패트릭 레어드는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한 솔리스트들이다. 남편이자 첼리스트인 패트릭은 ‘브레이크 오브 리얼리티’라는 첼로 록밴드도 결성해 다양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두 사람은 존 레전드, 샤키라 등 인기 가수들의 음악을 편곡해 연주한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으며 이름을 알렸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수가 72만명에 달한다. 두 사람은 클래식 음악으로도 온라인 청중과 소통하고 싶다며 ‘브루클린 클래식’ 계정도 새로 열었다.

루소

음악과 비주얼 아트를 결합한 영상을 올리는 ‘루소’는 유튜브 구독자가 100만명에 달한다. 리스트, 쇼핑, 베토벤 등 클래식 작곡가들의 곡도 유려하게 연주하지만 그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듯한 효과 덕분에 영상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에프터 이펙츠와 피아노에 연결한 LED 전구를 통해 이런 효과를 구현했다.

발렌티나 리시차

클래식 연주자 중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초창기 인물로 우크라이나 출신의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가 대표적이다. 유튜브는 2000년대 중반까지는 그다지 이름을 알리지 못했던 리시차를 스타의 자리로 올려놓았다. 2007년 게재한 쇼팽 에튀드 연습 장면 영상이 대표적이다. 금발의 여성 연주자가 강렬하게 연주하는 영상은 수많은 팬들을 끌어 모았다. 그가 쇼팽의 에튀드 24곡 전곡을 연주한 영상이 담긴 DVD는 2007년 아마존닷컴 클래식 분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기록됐다. 그는 이후 2012년 데카 레이블과도 전속계약을 맺고 오프라인에서도 자신의 강렬한 연주를 이어나가고 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