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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도시 재발견 시티투어버스

하회마을·도산서원·봉정사 돌고…안동 4식 즐기며 고택서 하룻밤

by한국일보

<14> 안동

하회마을·도산서원·봉정사 돌고…안동

지난달 20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하회마을 주차장에서 관광객들이 마을 안으로 걸어가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양반의 도시에 온 걸 환영하니더(합니다). 오늘 안동서 함 신나게 놀아 보시더(봅시다).”


대한(大寒)인 지난달 20일 오전 10시10분쯤 경북 안동역. 차가운 날씨와 세찬 바람에 목도리와 장갑으로 꽁꽁 싸맨 승객들은 악천후에도 아랑곳없이 설레는 얼굴로 버스에 올랐다. 평소 20인승 미니버스면 충분했지만 이날은 24명이나 신청해 스타렉스 차량이 1대 더 동원됐다. 40인승 대형버스까지 출동하는 날은 드물다.


5명 이상 예약하면 무조건 운행하는 안동시티투어의 기동력을 감안하면 20인승 미니버스가 최적이다. 승객이 5명뿐인 날이면 전문 해설사가 1대 1에 가깝게 밀착하는 호사 여행이 된다. 승객이 적은 비수기를 노려 부모님 효도관광, 동창회 등 단독 예약을 하는 모임도 많다.

하회마을·도산서원·봉정사 돌고…안동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풍천면 광덕리 부용대에서 안동시티투어에 참가한 관광객 가족이 하회마을을 배경으로 '점프샷'을 찍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이날 코스는 당일치기 하회마을권역 여행이었다. 안동역을 출발해 안동버스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을 마저 태우고 첫 번째 목적지인 겸암정사로 출발했다. 중요민속문화재 89호인 겸암정사는 서애 류성룡 선생의 맏형인 류운룡 선생이 1564년 지은 건물이다.


간단한 설명 후 부용대에 올랐다. 부용대는 안동하회마을의 서북쪽 강 건너 광덕리 소나무 숲 옆에 있는 해발 64m의 절벽으로, 하회의 북쪽에 있는 언덕이라는 의미다. 화천서원에서 부용대로 오르는 길도 있지만, 겸암정사에서 오르면 하회마을 전경을 모두 둘러볼 수 있어 이 길을 추천한다는 설명이 잇따랐다. 고개를 들어보니 정말 눈 앞 가득 하회마을 전경이 펼쳐졌다. ‘강(河)이 굽이친다(回)’ 라는 이름답게 낙동강이 마을을 휘돌아 나가는 그림 같은 광경에 승객들이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투어대장’인 권혁대(50) 안동시티투어 대표에 주문에 따라 승객들의 점프샷이 이어졌다. 안동시티투어 승객만 누릴 수 있는 혜택 중 하나다.


경남 창원에서 온 원선미(48ᆞ여)씨는 “두 아이들과 함께 안동을 처음 방문하는 터라 핵심 관광 포인트를 누빌 수 있는 시티투어를 신청하게 됐다”며 “말로만 듣던 관광지에서 가장 좋은 구도로 인생샷까지 찍어주니 더욱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하회마을·도산서원·봉정사 돌고…안동

지난달 20일 안동시티투어 관광객들이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 병산서원 입교당에 앉아 권혁대 안동시티투어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뒤이어 사적 260호인 병산서원을 찾았다. 병산서원은 서애 선생과 그 아들 류진을 배향한 서원이다. 승객들은 병산서원 강당이자 핵심 건물인 입교당 마루에 걸터앉아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를 감상했다. 입교당 뒤편 사당인 존덕사를 살펴보느라 설명을 놓친 아들 홍진우(14ㆍ경기 평택시)군을 위해 어머니 이은옥(49)씨가 1인 해설을 해줬다. 이씨는 “아들이 역사에 관심이 많아 안동을 찾았다”며 “단순히 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광지에 담긴 역사와 의미, 숨겨진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어 여행이 더욱 풍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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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안동시티투어 관광객들이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하회세계탈박물관에서 권혁대 안동시티투어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배에서 꼬르륵 신호가 올 즈음 하회세계탈박물관을 찾았다. 하회세계탈박물관은 한국 최초의 탈 전문박물관으로 하회탈과 봉산탈, 강령탈, 산대놀이탈 등 국내 탈 20종 200여 점과 중국, 인도네시아, 프랑스, 아프리카 등 50여 개국 탈 8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등장인물을 모르면 공연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말에 주린 배를 움켜쥐고 각시탈, 양반탈, 백정탈, 할미탈, 선비탈 등 각종 탈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 후 1시간의 점심식사는 자유였다. 첫 방문객도 전혀 당황할 필요가 없었다. 탈박물관 뒤편 하회장터는 식당 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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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하회탈별신굿탈놀이전수관 지하 강당에서 관람객 3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정이 소를 잡는 장면을 공연하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오후 2시 다시 모였다. 국가무형문화재 69호인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위해 버스에 탑승했다.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은 1, 2월은 매주 토ㆍ일요일 오후 2시, 3~12월은 매주 수ㆍ금ㆍ토ㆍ일 오후 2시에 펼쳐진다. 공연이 없는 날은 경북신도청과 전통한지공장을 둘러본다. 공연은 제한된 요일에 단 1회만 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꽹과리 상쇠의 힘찬 굿거리 장단과 함께 태평소와 북, 장구, 징 소리가 울리며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시작됐다. 배우들이 나와 관객들과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커다란 탈을 뒤집어 쓴 소가 나와 시선을 끌면서 △무동 △주지 △백정 △할미 △파계승 △양반·선비 6개의 마당이 신명나게 펼쳐졌다.


전남 나주에서 온 김미주(67ᆞ여)씨는 “해학이 담긴 선조들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그 맛을 살리는 배우들 덕에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며 “공연 후반부까지 계속해 들어온 관객들이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웅성거려 공연에 집중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하회마을·도산서원·봉정사 돌고…안동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 전경. 안동시티투어 제공

오후 3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탐방에 나섰다. 2014년 첫 100만 방문객 돌파 후 5년 연속 해마다 100만 관광객이 찾은 안동 대표 관광지다. 1999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하회마을을 찾아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극찬한 바 있다. 안동시는 올해 영국여왕 방문 20주년을 기념하는 체험 프로그램 ‘퀸스 로드’(Queen’s road)를 진행한다.


1시간 가량 하회마을을 거닐며 보물 414호인 서애 선생의 종택인 충효당과 중요민속자료 84호 화경당, 보물 306호 풍산 류(柳)씨 대종가 양진당 등을 살펴보았다. 아침에 오른 부용대를 배경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찍은 후 오후 4시30분 안동터미널과 오후 5시 안동역에 하차하는 것으로 시티투어는 끝났다.


부산에서 친구와 함께 온 박진호(57)씨는 “하루 종일 같은 팀이 움직이니 함께 여행 온 친구가 된 듯해 더욱 즐거웠다”며 “다음엔 아내와 함께 다른 코스로 안동을 찾겠다”고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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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 설경. 안동시티투어 제공

안동시티투어는 2006년 권혁대 안동시티투어 대표의 1박2일 문화체험 행사를 시작으로 2009년 8월 안동시티투어, 2015년 안동시 안동시티투어로 발전했다. 안동시티투어는 크게 당일코스인 하회마을권역 코스와 도산서원ㆍ봉정사권역 코스, 1박2일 코스인 먹탐투어 3가지 코스로 나뉜다. 아동독서문화 기행,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 인생샷명소 탐방, 궁중복식체험 등이 가능한 맞춤투어는 별도로 운영된다.


도산서원ㆍ봉정사권역 코스도 오전 10시10분 안동역에서 출발해, 오전 10시30분 안동터미널을 거쳐, 오후 5시쯤 일정이 끝나는 것은 하회마을권역과 동일하다. 하회마을권역은 성인 2만5,000원, 청소년 2만3,000원이고, 도산서원ㆍ봉정사권역 코스는 성인 2만8,000원, 청소년 2만6,000원으로 봉정사와 신세동벽화마을, 임청각, 월영교, 도산서원을 탐방한다. 입장료는 포함돼 있고 점심식사는 각자가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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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오후 안동시티투어 점심상에 안동간고등어 등이 올라와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식도락을 즐기는 여행객은 오감을 자극하는 1박2일 ‘먹탐투어’를 선호한다. 하회마을권역과 도산서원ㆍ봉정사권역 코스를 모두 체험할 수 있고, 안동의 고택에서 하루밤 머물면서 안동찜닭 안동간고등어 헛제삿밥 고택한정식 등 안동 대표 4식도 즐길 수 있다. 4인 1실 기준으로 성인은 1인당 12만5,000원, 소인 12만원이다. 24개월 이하는 무료지만, 식사제공은 되지 않는다.


부산에서 안동을 찾은 박희민(68)씨는 “옛날 첫 안동 방문 때 길을 몰라 무작정 택시를 탔다가 요금이 7만원이나 나와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며 “먹탐투어를 하면 고택 체험은 물론, 안동 대표 먹거리까지 체험할 수 있어 처음 안동을 방문한 외지인에게 제격”이라고 말했다.


안동시티투어는 2017년 한국관광공사 명품고택 1박2일 공모전 전국1위를 차지하는 등 상품성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안동시티투어를 방문한 관광객은 하회코스 979명, 도산코스 351명, 1박2일 1,531명 등 총 4,271명으로, 2017년보다 1,000여 명이나 증가했다.


권 대표는 “시티투어는 지역 여행사와 숙박업, 여행지 홍보 등 안동지역 경제 창출효과가 상당하다”며 “지역마다 고장의 특색을 살린 시티투어가 다양하게 운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동=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