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식품 표고버섯, 잘못 먹으면 응급실 실려 가기도...

[라이프]by 한국일보

온몸에 두드러기 생겨 병원 갔더니 뜻밖의 진단

항암 식품 표고버섯, 잘못 먹으면 응

[저작권 한국일보]표고버섯을 먹고 생긴 알레르기의 형태. 등부위에 손톱으로 긁은 자국을 따라 부풀어 오른 모습(왼쪽), 심하게 긁어 피부 각질이 벗겨진 모습(오른쪽 상단)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대구 수성구에 사는 전동혁(52)씨는 알레르기 피부질환 때문에 피부과를 찾았다. 며칠 전 뷔페를 먹은 후 온몸에 가려움증이 생겼다. 가려운 부위를 긁었더니 손톱이 지나간 자리는 지렁이가 붙은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가려움증은 점점 심해졌고 긁을수록 피부는 흉측한 자국으로 뒤덮였다.


전씨는 피부과에서는 표고버섯 알레르기라는 진단을 받고 2주간의 치료를 받은 후에야 증상이 호전되었다. 문제는 버섯요리를 즐기는 이들도 이 같은 사실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버섯 철이 되면 환자가 속출하지만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한 버섯 전문가는 “표고버섯 알레르기는 1만명당 한 명꼴로 나타나는 희귀 질환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홍대 피부과 전문의는 “이 증상은 표고버섯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덜 익거나 날 표고버섯을 먹었을 때 주로 볼 수 있는 데다, 우리 병원만 해도 일주일에 한두 명 정도씩 찾아올 만큼 흔한 질환이다”며 “심한 경우 응급실에 실려가는 환자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약물치료를 통해 호전되지만 원인을 찾지 못할 때는 긁은 찰상들로 인해 피부에 흉터가 남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시아가 원산지인 표고버섯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널리 식용되는 버섯이다. 식재료나 조미료에 다양하게 이용되지만 표고버섯 때문에 알레르기가 생긴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때문에 덜 익은 표고버섯을 섭취하거나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섭취해 온몸을 긁으며 내원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심할 경우 표고버섯이 첨가된 조미료를 넣은 음식에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표고버섯은 완전히 익혀서 먹거나 알레르기가 있다면 먹는 것을 피해야 한다.


표고버섯 피부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렌티난(Lentinan)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항암성분으로 알려진 버섯의 레티난 성분은 백혈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활성 물질인 시토카토인을 염증성 시카토인으로 변화시켜 알레르기 반응을 만든다. 렌티난은 150도 이상 온도에서 파괴되기 때문에 물에 끓여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다. 알레르기 반응에 민감한 이들에게는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평소 버섯 알레르기가 없거나 건강한 이들도 면역력 이상이 생기면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전신에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긁으면 붉게 부풀어 오르면서 마치 채찍질로 맞은 듯한 자국이 생긴다. 야간이나 따뜻한 곳에 가면 더 심해진다. 심하게 긁으면 상처가 생기면서 염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알레르기나 두드러기가 생기면 섭취한 음식으로 인해 나타난 것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피부알레르기는 음식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흡입항원, 접촉항원 등 매우 다양한 원인들이 있다. 원인을 찾기 힘든 경우 피부과에서 받을 수 있는 MAST알러지 검사는 간단한 채혈만으로 100여가지의 알레르기 항원들을 검사할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알레르기성 반응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를 연고로 피부자극을 줄이는 치료를 하면 며칠 만에도 호전된다. 알레르기 반응이 크게 없는 이들은 별다른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핵심은 알레르기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표고버섯 알레르기의 특징은 섭취한 후 하루 이틀 후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보통 2~3일 후 증상이 완화되기도 하지만 치료를 하지 않거나 방치할 경우 피부자극으로 흉터가 남을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표고버섯이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채 약국에서 피부질환 연고를 바르는 것을 반복하면서 불편함을 겪는다.


정 전문의는 “사소한 피부질환이 피부의 큰 손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토피나 건선의 경우 조기에 치료를 하고 식습관이나 생활습관만 바꿔도 심해지는 것을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며 “피부질환은 만성으로 이어지기 전에 조기검진으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치료법이다”고 말했다.

항암 식품 표고버섯, 잘못 먹으면 응

정홍대 피부과 전문의가 표고버섯 알레르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허벅지의 표면을 확인하고 있다. 대구 애플피부과 제공.

김민규기자 whietkmg@hankookilbo.com

2019.03.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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